148화
<환영합니다!>
성공 보너스를 지급하겠다.
이요한의 이 말을 누군가는 멍청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지금 남한테 보너스를 줄 때냐? 빡대가리 시키야! 한 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보너스?! 보오너어스으으?!!”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요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앞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도 말하지 않았던가.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역습을 성공하셨습니다!』
『이는 차원 전쟁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입니다!』
『별도의 보상 이외에도 당신의 업적은 차원 역사에 기록됩니다!』
차원이라는 게 행성이나 항성 혹은 은하와 어떻게 다른 건지는 이요한은 모른다. 다만 우주 스케일에 비견된다고 마냥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해낸 업적?!
그 업적을 누가 이룩했나? 이요한 본인이? 아니면 그를 항상 따르는 이들이?
천만에!
그 업적을 이룩한 게 저 여러 종족으로 이뤄진 [차원 용병]이라는 이들이다.
[용병 길드]라는 건물이 괜히 블루 랭크가 된 영지에서 해금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고 하듯이.
물론 이요한 휘하의 [마법사의 탑]과 [연금의 숲] 그리고 [대장간]의 라쿤 [장인]이 많은 준비를 해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들의 이뤄낸 업적을 부인할 수 없다.
“성공 보너스……? 말입니까? 그게 뭡니까? 고용주님?”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고,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이뤄냈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아!”
설명을 들었음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뒤늦게 이요한이 한 말이 진담임을 깨달았는지 놀란 얼굴로,
“아, 아닙니다!”
손을 내저었다. 일반적인 의뢰인 혹은 고용주였다면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날름 받아먹었을 거다. 그게 카르마 포인트의 노예인 [차원 용병]의 자세니까.
하지만,
“대가는 충분히 내셨습니다. 이 위장 슈트는 물론이고, 제 복수를 이뤘고, 빌어먹을 원수에게 크게, 엄청 크게 한 방 먹였습죠. 또한 덕분에 제 손자는 저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니다. 이 특이한 인간 족 [영주]는 무언가 그렇게 대하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기에.
“[차원 용병]은 받은 만큼 일을 합니다.”
그렇게 정중하게 거절의 말을 전했다.
“괜찮아요. 뒤에 있는 [차원 용병]도 생각하셔야죠.”
“저 빌어먹을 놈들은 무시하셔도 됩니다. 아다만티움이라는 등급 값도 못 하는 놈들입니다.”
“그리고 손자도요.”
“…예?”
“이제 막 깨어난 손자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으실 거잖아요? 카르마 포인트가 넉넉하면 그것도 좋겠죠. 받으세요.”
『[차원 용병] 100인에게 20억 특수 카르마 포인트를 분배합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래.”
20억 카르마 포인트. 100명이니까 한 명에 2천만 포인트.
‘이게 적당한 양인지 아니면 적은 양인지 모르지만, 보너스로 부족하게 여길 정도는 아니겠지.’
현재 옐로(Yellow) 랭크인 [마법사의 탑]과 [연금의 숲]에서 옐로 랭크 [마법사]와 [연금술사]를 고용하는 비용이 125만 포인트고 그린 랭크 [마법사]와 [연금술사]는 1,250만 포인트라는 걸 생각하면 적지 않은 양일 거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이, 이천만?!”
“뭔 개소리야? 이천만이 아니라, 이백만이잖……?! 이, 이천만?!”
“씨벌. 내가 취했나? 나 취했지? 취한 거지? 응?”
[차원 용병]들의 격하게 놀란 반응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마음에 드십니까?”
“허, 허허…….”
정신을 놓아 버린 것 같은 녹투오스의 반응에 이요한은 그를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역습과 후방 교란에 대한 1차 보상 책정이 끝났습니다.』
『사보타주에 의한 ‘직접적인’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파괴에 대한 보상을 먼저 하겠습니다.』
『파괴된 시설과 폭발로 사망한 언데드에 대한 카르마 포인트 책정을 끝냈습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 107억(10,700,000,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언데드라는 특정성에 플러스 카르마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음을 물론이고, 행성을 강제로 감싸고 있던 역겨운 시체 덩어리 역시 파괴되었기에 양쪽 카르마 포인트로 분리하지 않고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통합하여 지급합니다.』
조금 전에 등장했던 메시지가 다시 한번 깜빡이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왜 같은 내용이 반복……?!’
『[차원 용병]에게 성과 보너스를 제공하셨습니다!』
『따라서 사보타주 작전 중에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이득은 모두 작전을 준비한 당신에게 지급됩니다.』
『특수 개체, 차원 지명수배자, 악명이 높은 아크 리치 데이몬 처치 보상은 추후 지급될 예정입니다.』
『1차 직접적인 폭발로 사망한 언데드나 파괴된 지저분한 것들의 보상 이외에 2차 폭발 혹은 간접적으로 이뤄진 파괴에 대한 보상 책정은 시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헐.’
이요한은 딱히 이런 의도를 가지고 이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게 아니다. 애초에 그는 이런 조건이 있는 줄도 몰랐다.
[당연한 소리입니다만, 이건 마스터께서 [차원 용병]에게 보너스를 추가로 지출해서 생긴 이득이 아닙니다.]
‘응?’
이요한은 [정복 군주의 인장]에 자리한 군주의 에고가 하는 말에 더 아리송해졌다.
‘그럼?’
[물론 마스터께서 하신 20억 카르마 포인트나 사용하신 일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후 정산될 카르마 포인트가 모두 마스터께 귀속되는 일은 본래라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존재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이죠.]
‘아!’
이요한은 그제야 군주의 에고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네가 착한 일을 했으니, 내가 그 보상을 줄게.’ 같은 금도끼 은도끼 동화가 아니라는 거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호감을 얻습니다.’
언젠가 무시무시했던 그린 스킨 놈을 처리했을 때, 무려 보상에 포함되어 있던 잊고 있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런 겁니다. 좋은 일입니다. 마스터.]
‘그래?’
[네. 신성력과 마력 폭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그 이후에 벌어질 피해가 더 크기 마련입니다. 지구에서도 그렇잖습니까?]
‘그런가? 흠.’
이요한은 군주 에고의 말이 어렴풋하게 느낌적으로 이해는 하면서도 체감하진 못했다. 이미 107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의 카르마 포인트를 받았기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각자 개성대로 감사의 말을 전하는 [차원 용병]에게 이요한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사이 정신을 차린 녹투오스는,
“이렇게 주셔도 됩니까? 100명이면 자그마치 20억입니다.”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녹투오스가 입에 담은 ‘20억’이라는 숫자가 주는 위압감일까? 잔뜩 흥분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던 [차원 용병]들이 하나 같이 기겁한 얼굴이다.
“괜찮습니다. 저도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니까요.”
“충분한 보상이라고 해봐야 십억 단위일 겁니다. 저희에게 주신 카르마 포인트가 그렇다면 절반 정도 될 거라는 건데…….”
그의 짐작이 많이 틀렸다는 걸 이요한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사실은 내가 100억 넘게 받았는데, 20억 준 거야. 같은 쓸데없는 말을 입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어떤 마음으로 귀한 카르마 포인트를 저희에게 베푸신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차원 용병]은 카르마 포인트를 받은 만큼 일을 합니다. [차원 용병 본단]에 이번에 받은 보상에 대한 내용을 상신하겠습니다.”
“음. 그럼 좋은가요?”
“만약 제가 올린 보고를 본부에서 받는다면…….”
녹투오스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영주님의 영지에 해가 되는 의뢰는 [본단]에서 거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영주님의 이름으로 내건 의뢰는 일정 비율 할인된 비용이 책정되고, 의뢰 내용이 상단 배너에 고정 노출됩니다.”
예상을 담은 ‘~겁니다’가 아니라, 확신이 담긴 ‘됩니다’로 이뤄진 설명에 이요한의 놀란 얼굴을 보면서,
“20억 카르마 포인트는 그 정도의 힘이 있습니다.”
녹투오스는 그렇게 단언했다. 그의 말에 담긴 호의는 선명하고 진했으며,
“그 말은 [차원 용병]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란 뜻으로 해석해도 될까요?”
이요한은 자신이 느낀 것을 조심히 물었다.
“저는 이미 이 술을 마셨을 때부터 호의적이었습니다.”
농담이 섞은 긍정적인 대답에 이요한은 물론이고 식당 분위기가 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보너스도 받았겠다! 술을 더 달라고!!”
“오오! 나도! 와인도 좋지만, 이 음식도 내 스타일이야!”
…
다시금 왁자지껄하게 변한 [차원 용병]을 일별한 녹투오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인간 영주를 바라봤다. 여러 감정이 섞인 눈으로 인간을 본 조인족 족장 녹투오스는,
“일단 손자를 만나고 다시 이 영지를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의미심장한 눈으로 이요한을 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그 미묘한 말투를 감지한 이요한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로부터 정확하게 48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인사드립니다. 영주님.”
조인족 녹투오스는 이요한의 영지를 방문했다.
“…반가워요. 다시 보니 좋아요. 그런데 일행이 생각한 것보다 많이 늘었네요?”
얼핏 봐도 서른은 훌쩍 넘어 보인다. 조인족은 날개를 등에 달고 있어서 인간보다 덩치가 큰 수인족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한다. 그런 조인족이 열 명만 있어도 서른 명의 인간이 모여 있는 것보다 존재감이 크다.
그런데 서른이 넘는 조인족이라면?
“죄송합니다. 영주님의 영지에 대해서 벌써 소문이 퍼져서 우리 가족만 올 수가 없었습니다.”
“좋아요. 그건 뭐, 아무래도. 그런데 이렇게 다들 오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요.”
“네. 영주님.”
녹투오스는 그러면서 자신의 날개 뒤에 숨어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이요한을 훔쳐보는 작은 조인족 아이를 자신의 끌어와 자신의 앞에 세웠다.
“이 아이가 제 손자입니다. 저주 때문에 성장이 멈추고 아프기만 했던 불쌍한 아이지요. 저주에 고통받는 아이를 보면서 낫기만 하면 된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라는 게 또 그렇지 않더군요. 저주에서 벗어나서 다른 조인족보다 연약한 손자를 보니 우리 손자가 더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리고 그때. 떠올랐습니다. 영주님의 영지에, 세계수라는 존귀한 존재의 그늘서 신분이나 종족에 상관없이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이요한은 어디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 고민했다. 지구는 신분제가 아니라는 것부터 말을 해야 할지, 세계수가 존귀한 존재라는 걸 몰랐다는 걸 말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나무 그늘에서 노는 걸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를 물어야 할지 말이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영주님께 엎드려 자비를 구합니다. 부디 저희 일족을 영주님의 영지민으로 받아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죽을힘을 다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간절함과 절절함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두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간청하는 모습에 이요한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예상했던 것과 결이 다른 요구였기 때문이다.
“예상 밖이네요.”
이요한은 그가 이틀 전 다시 영지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그 목적이 술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완전 이주를 목적으로 한다니?
“우리 영지 아니, 우리 차원이 전쟁 중인 걸 잊으신 건 아니죠? 그게 어디라고 하더라도 전쟁 중인 차원보다 위험한 곳을 없을 텐데요?”
“저는 부족하지만 네이비(Navy) 랭크에 입문했고, 제 부족 중에 블루 랭크에 입문한 젊은 놈이 다섯이 있습니다. 또 그린 랭크에 입문한 녀석들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습니다.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아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그린 랭크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
“전쟁은 저희 일족에게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기록이나 이야기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수 곁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랄 수만 있다면, 영주님의 적을 찌르는 화살이 되겠습니다.”
이요한은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전력에 살짝 쫄아서 눈을 껌뻑거리다가,
“환영합니다!”
두 팔 벌려 조인족을 영지민으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