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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56화 (156/183)

156화

<지금 만나러 간다.>

조인족 종족 전체가 이주하기 전까지 이요한의 머리를 아프게 한 생존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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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인간으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는 짓을 하지 마라. 마지막 경고다. [작성자 ― 이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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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이요한이 직접 등판해 가이아 게시판에 저런 제목의 짧은 글을 올렸을까?

이요한이 경고를 날린 건 남미와 미국 일부 지역에 존재하는 쉘터다. 아시아 대륙 부근은 물론이고 유럽에 머물던 각성자들도 평화의 날에 대거 유토피아로 이동했다. 일단 영지에 들어올 수 있든 없든, 여기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쉘터 주변을 지나는 이들을 습격, 납치한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이요한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쉘터의 주인들이다. 쉘터의 주인이니 각성을 쉘터 계열로 한 각성자냐고?

아니다.

쉘터 각성자를 포로로 삼고 쉘터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그 안에서 군림하는 것들을 말하는 거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역시나 가이아 게시판이었다. 개인적으로 오는 무수한 쪽지 중 하나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왔으니까.

그리고 실상을 파악하고 알게 된 것은 이요한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죽일까? 이것들?”

사정을 아는 유다연이 허겁지겁 달려왔을 때, 이요한은 온몸으로 살기를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 데이트 겸 호위를 위해 이요한 옆에 있던 엘리아나의 몸에서도 섬뜩한 살기가 흘러나온 건 당연한 수순이고.

“스타아아압!! 멈춰!”

유다연이 장난스럽게 제지하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린 이요한이 머리 아파하는 이유는 쓰레기 같은 것들이 ‘각성자’라는 점 때문이다.

각성자.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인정한 기준을 통과한 인간.

그런데 어떻게 저런 놈들이 나온 거냐고?

원래 그렇다. 그전까지는 눌려 있었던 건지, 아니면 인간은 본래 악하게 태어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각성자 중에 드물지 않게 미친놈들이 나타나곤 한다.

일례로 멸망 초기에 김포 인근에 있다가 직접 죽인 폭군 권정훈만 봐도 그렇잖은가.

각성자라고 해도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남미는 충분히 저런 각성자가 ‘나올 수도 있다’가 아니라,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이 더 적절할 거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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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인간으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리는 짓을 하지 마라. 마지막 경고다.

작성자―이요한.

└뭐, 어쩔 건데? 여기 콜롬비아야. 여기까지 오려고?

└오긴 뭘 와? 비행기도 못 뜨는데? 헤엄쳐서 오게?

└오면 뭐가 막 달라져? 너 쉘터 계열 각성자라며?

└그러게. 제발 와라. 오면 내가 노예 1호로 승격시켜줄게.

[자유] 제발 좀 와보라고. 이요한. 그리고 노란 원숭이 새끼들아. 주소도 찍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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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댓글을 달 수 있는 거다.

마치 약을 올리는 것처럼 대놓고 놀리는 글에 화가 난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화가 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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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영상] 노예 경매한다! [작성자 ― 힐베르토 에스코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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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놈들이 하는 짓이 그를 화 나게 했다. 이제 지구에 남은 인간은 1억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을 직접 죽이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중이다.

인간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서? 그럴 리가. 저런 것들은 죽는 게 낫다.

그런데도 망설이는 이유는 저런 것들이라도 당장 쉘터 주변에 침략자, 그러니까 그린스킨이나 좀비, 악마가 나타나면 나가서 싸운다는 거다.

지구라는 행성을 전장으로 봤을 때, 적의 전력이 영지로 집중되는 걸 조금이나마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이요한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영지 유토피아의 전력을 전에 없을 정도로 강했다. 시간이 흘러 카르마 포인트가 늘어나 영지를 더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당장은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

그래서 망설였던 건데,

“조인족이라. 그래. 꼭 인간만 있을 필요는 없지.”

이번에 영지로 합류한 조인족 부족은 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부족 전체가 전투에 능숙했다. 최하급 좀비나 하급 좀비를 사냥하는 모습에 일명 ‘짬바’가 느껴졌다고 할까?

“엘라.”

“네. 주인님.”

“엘븐나이츠 한 조 차출해줘.”

“네. 어디에 쓰실 건가요?”

“음……. 쓰레기 청소 및 생존자 구출?”

“아! 알겠습니다.”

엘라가 바람의 정령에게 속닥거리는 사이,

“올리비아. 네이선에게 전해. 콜롬비아 원정 갈 인원 뽑으라고.”

“네. 보스.”

“그리고……. 설기야?”

“먀?”

[네?]

“애들 좀 부탁해.”

“먀아?”

[무슨 소리예요?]

“남미라고 여기서 좀 멀거든? 지구 반대편이야. 오가는 데 오래 걸리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우리 착하고 귀엽고 강한 설기가 같이 가줄래?”

“먀아…….”

[귀찮은데…….]

“다녀오면 특별 간식을 줄게. 연어 통조림 다섯 개에 츄르 열 개!”

“먀아?”

[정말요?]

“그러엄~. 한 번에 다 먹지 않아도 돼. 내가 잘 가지고 있다가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 줄게.”

“먀먀~.”

[좋아요~.]

“고마워~.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귀엽고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닮은 양 볼을 주물럭거리며 칭찬을 해주는 것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와 이동 수단을 마련했다.

현재 영지의 [마구간]이 블루(Blue) 랭크다.

그 말은 뭐다?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설기의 랭크가 네이비(Navy)라는 소리다.

고유 능력 [문을 여는 열쇠]의 영향으로.

네이비 랭크의 자이언트 윙 샤벨 타이거.

이건 지금 시기의 각성자에게는 재앙이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엑스퍼트 최상급 기사] 200명. [로열 가드] 그리고 [블러드 애로우] 각각 1,000명씩. 소집해.”

“네.”

[로열 가드(Royal Guard)]와 [블러드 애로우(Blood Arrow)]는 [병영]이 블루 랭크가 되면서 소환할 수 있게 된 병사다.

[로열 가드]는 [중무장병(Gens d'armes)]의 업그레이드 버전 병종으로 말 그대로 검과 방패 그리고 풀플레이트 갑주를 입고 무기에 마력을 담는 높은 수준의 전투력과 압도적인 방어력을 지녔다.

[저격수(Scharfschütze)]의 업그레이드 버전 병종인 [블러드 애로우]는 로열 가드와 달리 방어구가 특별해지진 않았다. 다만 들고 있는 활이 아티팩트에 준하는 수준으로 변했고, 화살에 선명한 마력을 담아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두 병종 모두 동일하게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한 명에 2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맞다. 2만이다. 2천 아니고. 그리고 영지에 소환된 [로열 가드]와 [블러드 애로우]는 각각 1만씩 2만 명이다. 여기에 소비된 비용만 해도 4억이다.

그러나 그런 비용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들은 개개인이 [병영]에서 소환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했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건 집단으로 존재할 때다.

100명일 때보다 1천 명일 때, 더 강해지고, 그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가파르게 강해진다. [병영]에서 소환한 병력은 고유 진형이라는 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로열 가드] 천 명에 [블러드 애로우] 천 명이라면, 내 [영지]가 레드 랭크 정도였으면 그냥 뚫렸을 거다. 엘라가 있다는 가정에서도 말이다.

“그렇게 원하는데 가주마. 빌어먹을 쓰레기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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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제발 좀 와보라고. 이요한. 그리고 노란 원숭이 새끼들아. 주소도 찍어줄게.

└ [강조] 간다. 작성자―올리비아 오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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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간다. 이 개자식들아.

네이비 랭크가 된 설기가 폴리모프를 풀고 본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성벽 밖이어야 한다. 그만큼 설기의 몸이 크다는 뜻이다. 점보 여객기보다 더 큰 몸체가 드러나자, 그걸 구경하기 위해 성벽에 오른 영지민들은 마치 연예인의 공연을 본 것처럼 흥분했다.

“놀이나 유흥거리가 없으니까요. 영지 안에는. 저런 것조차 신이 나는 일이죠.”

소피아가 그런 생존자를 둘러보면서 어딘가 묵묵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하긴.”

이게 게임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루 랭크 정도 됐으면 유흥 시설이 나와도 될 법한데, 그런 건 없다. 오로지 전투와 생존에 관한 영지 건물만 등장한다.

“그럼 뭐 간단히 놀만 한 거라도 만들어 볼까? 공놀이?”

“이미 각성자가 되고,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건 재미가 없을 거예요. 그것보다는 격투나 전투 시뮬레이션 쪽이 더 인기가 있을 거예요.”

“격투? 그러니까 싸움을 붙이자고? 투기장 같은?”

소피아의 말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당장 살아남는 것을 걱정하기도 바쁜 판인데, 힘을 왜 엄한 데다가 쓰다니.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이 영지에는 아이들의 비율이 엄청 높은데.

“진짜 격투가 아니라, 마법을 통한 시뮬레이션이요. 다연이의 말을 들어보니까. 지구에도 비슷한 게 있다면서요? 게임이라던가?”

“…게임을 만들자고?”

“그런 거창한 건 아니에요. 일종의 아티팩트 같은 건데. [마법사의 탑]이 블루 랭크에 도달하면 [마도사]를 고용할 수 있다고 하셨죠?”

“맞아.”

“[마도사]가 있으면 제작할 수 있는 일종의 수련 아티팩트에요. 저희 차원에도 있었고, 오페라에게 물어보니까 그 아이의 차원에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엘라 선배님은 잘 모른다고 하셨고요.”

“음. 그래?”

“네. 대충 기능을 말씀드리면요. 착용자의 3분의 1 사이즈의 인형을 마력으로 구현해 대련에 임하는 방식이에요. 죽어도 착용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이 마력으로 구현된 인형만 사라지는 시스템이거든요.”

“호오?”

괜찮다. 엄청 괜찮다. 단순히 오락의 기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수련 용도로도 좋을 것 같다.

“상금이 충분해야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요. 영주님.”

“응?”

“영지 [화폐]를 제작하는 게 어떨까요?”

“화폐? 돈?”

“네. [행정청]의 [전문직원]의 계획 아래, 영지의 [광산]에서 나오는 금속으로 [대장간]의 [장인]이 주조하고, [마법사의 탑]의 [마법사]가 인증 각인을 새기고, [연금의 숲]의 [연금술사]가 후처리를 하면 복제 불가능한 화폐가 나올 거예요.”

화폐. 돈이라. 하긴 있으면 좋긴 하겠지.

“단위는 카르마 포인트로 해야겠고?”

“네. 그렇게 되면 비각성자들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더 선한 행동을 할 거고, 펠리카 교를 더 신실하게 믿을 거예요. 그럼 영지는 더 안전해지고, 평화로워질 거고요.”

소피아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거침없이 나오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 어떤 거대한 계획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그 문제는 이번 쓰레기 처리 이후에 본격적으로 고민해 보자.”

“네! 좋아요.”

후웅―!

설기가 비행기 날개보다 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거대한 몸체가 수직으로 급상승한 것을 확인하기 무섭게 영지에서 빠르게 멀어진다.

“먕!”

[자유야!]

“먕!”

[자유다!]

“먀앙? 먀!”

[자유우? 아빠!]

하찮은 꼬물이들은 설기가 멀어지거나 말거나 품에서 꼼지락거리며 하품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럼 어디, 오랜만에 인터넷 방송 보는 느낌을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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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중계] 지금 만나러 간다! 개자식들아! [작성자 ― 올리비아 오바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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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가 가이아 게시판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었고, 시청자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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