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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65화 (165/183)

165화

<자, 다시 이쪽에 누우실게요.>

20억 카르마 포인트. 그전에 사보타주로 받은 100억 카르마 포인트.

회귀 전에 지구에 있는 각성자가 획득한 카르마 포인트를 모두 더했어도 100억에 닿을 수 있었을까?

이건 회귀라는 이점과 거의 무관하게 어쩌다가 얻어 걸린 포인트였다. 아니, 더 근원을 파고 들면 사보타주를 가능하게 한 [용병 길드]라는 건물 덕분이다.

그렇기에 네이비 랭크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르는데 20억이라는 압도적인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는 걸 꺼리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이것으로 영지가 강해질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라.”

“어떨 것 같으세요? 선배님?”

그러나 낮은 랭크와 다르게 그린 랭크부터는 신체 랭크와 특수 랭크를 상승시키면 후폭풍이 몰려왔다. 지금은 모든 일을 즉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니 저번처럼 또 며칠을 기절해 있을 수는 없다.

더욱이 전처럼 엘라의 간호를 받을 수가 없다. 오히려 간호는 그녀가 받아야 하니까.

“나보다는 사제인 후배님이 더 잘 알지 않을까요?”

엘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렇게 결정권을 소피아에게 넘겼다. 내가 [영지] 랭크를 올리는 것도 결국은 소피아의 랭크 때문이니까.

“천천히요. 천천히 올려요. 오늘 하루에 걸쳐서 올리는 거예요.”

“그게 반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야?”

“음. 더 시간을 들이면 좋겠지만, 지금은 급한 상황이니까요. 초반에는 10 단위로 올리시고, 50을 넘어가면 5단위로, 70부터는 3단위로 90부터는 1단위로 올릴 게요.”

“좋아. 지금 당장할까?”

“네. 아! 세계수! 세계수 아래에서 진행할 게요. 선배님. [영초]는 없나요?”

“음. 알아볼게. 이번 원정에 [마스터 기사]를 소환하시면서 [영단]으로 모두 만드셨다고 알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자란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그럼 바로 알아봐주세요.”

내 의견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둘은 빠르게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나는 어어 하는 사이에 소피아의 손에 이끌려 세계수 밑에 자리하게 됐다.

상황이 전파된 건지 아니면 다른 핑계를 댄 건지 모르겠지만, 원래 이 시각이라면 세계수를 차지하고 있었을 아이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 여기 편한게 누우세요. 최대한 편하게요.”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누가 보더라도 정령이 만든 게 분명한 썬배드 모양의 긴 의자가 세계수 바로 밑에 있었다.

“시작해요. 영주님.”

“좋아.”

『신체 스탯 [근력], [민첩], [체력], [내구], [마력]을 1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오천만(50,000,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마이너스 카르마가 부족합니다. 부족한 카르마 포인트를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신하시겠습니까?』

『특수 스탯 [위엄], [교감], [친화]를 10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일억 오천만(150,000,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부족한 카르마 포인트를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신하시겠습니까? 』

“모두 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는 두고.”

『특수 카르마 포인트 2억(200,000,000)이 차감됩니다.』

그 메시지가 등장한 순간,

“흠.”

불가마에 들어선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졌다가 계곡의 얼음을 깨고 그 속으로 몸을 던진 것처럼 차가워졌다.

그 열감과 냉기가 몇 번을 교차하고 나서,

『신체 스탯 [근력]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신체 스탯 [민첩]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신체 스탯 [체력]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신체 스탯 [내구]가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신체 스탯 [마력]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신체 스탯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어서 등장했다.

『특수 스탯 [위엄]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스탯 [교감]이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스탯 [친화]가 블루(Blue) 랭크 11에 도달했습니다!』

특수 스탯은 상승했음에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라고 해야 하는데? 뭐지?’

세계수 그늘 아래 누워 있어서일까? 아니면 엘라와 소피아가 옆에 착 붙어 있어서? 그것도 아니면 주변에 엘프가 철통처럼 호위를 하고 있어서?

이유가 뭔지 명확히 모르겠지만, 정령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생기(生氣)? 자연력? 어딘가 싱그러운 느낌의 마력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세계수 아래 있어서 풀 냄새가 나는 거 아니냐고? 냄새라면 맡아진다고 했겠지. 그런데 느낌인데 산뜻한 생명력이 느껴진다니까?

“어떠세요? 영주님?”

“음. 음. 괜찮아. 멀쩡해.”

“그럼 일어나보실래요?”

마치 환자를 대하는 것처럼 내 옆에서 일어나는 나를 부축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하고 몸을 일으켰고,

“봐? 멀쩡하지?”

난 정말 자연스럽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고, 제대로 서 있었다.

“그럼 이제 내성을 한 바퀴 돌아볼까요?”

하지만 소피아는 그런 내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안내하듯이 내옆에 서서 같이 걸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걸음이었는데,

‘응? 박자가?’

내 걸음을 맞춰주는 것처럼 보였던 소피아의 걸음이 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했다. 약간씩, 미묘하게 느려졌다고 할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시죠? 제 걷는 속도가요?”

“어? 어.”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속도였어요. 영주님이 미묘하게 박자가 빨라지시는 거예요. 처음보다 점점.”

“…음.”

그리고 미묘하게 어긋난 박자를 맞춰갈수록 점차 익숙해졌다. 명확히 무엇이 익숙해졌는지 말하라고 하면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익숙해졌다.

“자, 다시 누우시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10이에요.”

“그래.”

『신체 스탯 [근력], [민첩], [체력], [내구], [마력]을…….』

『특수 스탯 [위엄], [교감], [친화]를…….』

『특수 카르마 포인트 2억(200,000,000)이 차감됩니다.』

재차 2억이라는 엄청난 카르마 포인트가 사라지고, 다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면서 몸을 담그는 느낌이 들고,

“음?”

이번에는 전보다 더 선명하게 정령과 세계수가 감지되는 것을 확신할 무렵,

“자, 다시 일어나실까요? 영주님?”

다시 나를 일으킨 소피아에게,

“이번에도 걸으면 되나?”

장난스럽게 물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아뇨.”

소피아는 단호박이라도 빙의한 것처럼 부정했다.

“이번에는 일정한 속도로 달리실 거예요. 같은 행동을 하면 차이를 익숙함 때문에 명확하게 어긋난 차치를 감지하기 어려우실 테니까요.”

한국말인데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정상이다. 지극히. 나도 그러니까.

“달리면 되나?”

“네. 영주님이 느끼시기에 최대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내성을 한 바퀴 도실 게요.”

“그러지. 출발?”

“고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내 속도에 맞춰 달려주는 소피아 덕분에 무언가 미세한 어긋남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처음 한 바퀴가 아니라 네 바퀴나 달렸지만 불루 랭크라는 경지를 차치하더라도 각성자라면 숨조차 차지 않을 거리였다.

“자, 다시 이쪽에 누우실게요.”

“말투가 점점 익숙한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

그렇게 또 10을 올려서 모든 스탯이 30을 달성했을 땐,

“이번에는 왼쪽 다리를 들고, 오른 다리로만 이동할게요. 깽깽이? 뭐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한쪽 다리로만 이동했다. 이번에도 일정한 힘으로, 최대한 빠르게. 무려 그 상태로 [내성]의 담장 안쪽을 세 바퀴나 돌고 난 뒤에 다시 누울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반복적으로 여러 가지를 했다.

모든 스탯이 51에 올라서 이제 5씩 스탯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녹투오스의 기준으로 마스터 중위를 돌파한 순간부터는,

“영주님. 혹시 검(劍) 써보셨어요?”

뜬금없이 검을 손에 쥐여줬다. 동일한 궤적으로 내려치기 100번. 생각보다 엄청 어려웠다. 검을 무기로 삼은 경험? 있다. 그리고 회귀 이후 다양한 무기술을 배웠다. 레드 랭크이지만 각성자의 몸과 막대한 부를 통해서 가만히 앉아서 여러 전문가를 초빙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블루 랭크, 마스터라고 불리는 경지에 이른 후 처음으로 제대로 검을 쥐고 휘둘렀더니,

“이거 어려운데?”

생각보다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내가 인지하고 판단하기에 ‘동일한 궤적’이라는 것의 기준이 엄청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린 랭크 이하의 각성자가 보기에는 소름 돋을 정도로 같은 궤적을 그리며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검로가 내 입장에서는 미묘하게 거슬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차라리 눈이 안 높아졌거나, 일반 능력으로 [검술] 같은 거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돌겠네. 하아.”

그렇게 앞선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만족할 정도로 100번의 내려치기를 끝냈고, 그 다음으로 스탯을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로 검이 손에 쥐여 졌다.

“이번에는 가로 베기예요.”

가로베기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휘두르게 된 검은 찌르기를 거치고, 제자리가 아니라 전진하면서 휘두르게 되는 순간까지 모두 끝냈을 때, 91이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스탯을 올렸을 때,

“어?”

블루 랭크에 오를 때가 떠오를 정도로 기이한 열감이 온몸을 불태울 듯이 휘돌았다. 그리고 다시 온몸을 액체 질소에 담근 것처럼 섬뜩한 한기가 그 열감을 뒤쫓듯이 내달린다.

“윽?”

나도 모르게 그렇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모두 움찔하는 상황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소피아는 미동도 없이 두 눈에서 신성력이 줄기줄기 흘러나올 정도로 진하게 두르고 내 몸을 직시하고 있었다.

파아앗―.

그리고 신성력이 담긴 빛이 한여름 밤의 밤하늘처럼 내 몸 위로 쏟아져 내린 순간,

“음?”

고통이 씻은 듯 사라졌다.

“드디어 반응이 오네요. 영주님은 아니, 지구의 각성자는 참 축복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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