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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68화 (168/183)

168화

<240억만 있으면 된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그리고 본능적으로 찾은 것이 엘라였다면,

『차원 지구에서 최초로 네이비(Navy) 랭크에 도달하셨습니다.』

그다음으로 눈길을 끈 것은 각성자 시스템이었다. 더 솔직한 말로는 엘라와 소피아 그리고 나 사이를 굳이 눈치 없이 비집고 들어온 거다.

『차원에서 처음으로 두 번째 벽을 넘으셨습니다. 칭호 접미사 「마스터」가 「그랜드 마스터」로 진화합니다.』

『마스터 전용 일반 능력 [오러]가 그랜드 마스터 전용 일반 능력 [성강(成剛)]으로 진화합니다.』

『그랜드 마스터 전용 고유 능력 [의형강기(義形剛氣)]가 개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얍삽하게도 절단 신공이라도 배운 건지 궁금증을 일으킬 제목만 턱 던져주고 사라진다. 궁금하면 빨리 상태창을 열어 살펴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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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강기]

단어 그대로의 고유 능력이다. 의(義), 의지 혹은 생각을 떠올리면 마력이 즉시 반응해 형(形), 형태를 이룬 강기(剛氣)로 구현된다. 생각과 동시에 공격과 방어가 이뤄지며, 형태 역시 무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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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 [Rank: Navy]]

마력을 모아 무엇보다 강력한 기운의 집합인 강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만약 고유 능력 [의형강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고 쉽게 강기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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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성강] 설명을 보면 네이비 랭크가 됐다고 모두 [의형강기]가 생기는 게 아닌가 본데?”

“어머? 영주님. [의형강기]도 바로 다루실 수 있으세요?”

소피아가 놀라며 묻는 걸 보면 고유 능력 [의형강기]가 개화하는 게 당연한 과정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최초로 벽을 넘었네 어쩌네 하면서 등장한 거니까.

“응. 그렇다고 하네? 이건 왜 랭크가 없어?”

“그건 고유 능력이라기 보다는 재능에 가깝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려나?”

“엄지를 뒤로 꺾어 팔목에 닿는 영상 같은 거 보셨나요? 반려?”

난감해하던 소피아를 구해 준 건 엘라였다. 그녀는 유다연 덕분에 지구의 온갖 매체를 접한 덕분에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었다.

“응.”

“그런 것과 같아요. 노력한다고 해도 개화하기 힘든 특이한 재능 같은 느낌이고, 그걸 더 개발한다고 해도 크게 늘지 않는 그런 감각 같은 재능인 거예요.”

“음. 그래?”

“한 번 해보시겠어요?”

“어? 지금? 당장?”

“네. 어서요.”

블루 랭크를 찍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는 잘 드는 칼을 든 어린 아이를 보는 것처럼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이번에는 기타 학원에서 기타를 배워 제법 그럴듯하게 다룰 수 있게 된 아들의 연주를 기다리는 부모 같았다.

“괜찮아요. 반려.”

소피아에 이어 엘라의 허락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상체만 일으킨 자세 그대로 마력을 움직였다.

스스스―.

가을 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부터 일어난 연한 남색 마력이 자연스럽게 두 개의 형상을 이뤘다.

“아아.”

“어머?”

누가 보더라도, 성벽 위에서 달리면서 봐도 이건 연한 남색 마력으로 빚은 엘리아나와 소피아였다.

엘라는 활을 손에 쥐고 시위를 한껏 당긴 모습이었고, 소피아는 평소에는 잘 들고 다니지 않지만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소환하는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푸스스스―.

전투적인 두 여인의 모습이 순식간에 바뀌어 다른 모습이 된다. 평소 가장 많이 보는 모습인 차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으로.

“반려…….”

“우와. 우리 영주님이 평소에 나를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훔쳐봤구나~. 헤헤헤.”

두 여인이 감탄한 광경이고 연한 남색 마력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조각이었지만,

푸스스스―.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잎이 닿는 순간 먼지로 변해 흩어질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지닌 강기였다.

“음.”

그러나 그런 것보다 내가 조금 놀란 건 파괴적인 힘을 지닌 강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형태를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텁―.

연달아 재차 바람에 내려앉은 나뭇잎이 이번에는 작은 생채기도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허어.”

그걸 내가 만들었음에도,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되는 거다. 빡치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것처럼, 그냥 숨을 쉬는 것처럼. 그래.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된다.

핏―.

그리고 나타날 때보다 더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사라진 마력은 주변에 아무런 피해도 남기지 않았다. 본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걸 내가?”

내가 했지만, 내가 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애초에 회귀 전부터 전투 계열 각성자로 전투가 익숙한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전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이런 일이 뭐라고 할까? 어색하다? 새롭다?

“몸은 어떠세요? 영주님?”

소피아는 내 몸을 신성력으로 훑으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이미 정밀한 검사 결과를 들고서 확인 차원에서 묻는 의사처럼.

“글쎄. 뭐라고 해야 하나? 이런 적이 없어서. 아무렇지 않아.”

“네?”

“너무 아무렇지 않아. 불편한 곳이 한 곳도 없어. 어색한 곳도 없고. 그냥 아무렇지가 않아. 이게 맞는 말인가?”

“아! 알겠어요. 지극히 정상이세요.”

그리고 소피아는 바로 일어나 훌쩍 물러났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응?”

“이제 특수 스탯 올리셔야죠. 영주님.”

“아아. 그렇지. 지금 좀 정신이 없어.”

“하긴 그럴 법도 하죠. 그랜드 마스터는 준 초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모든 감각이 변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래. 그거. 맞아. 그게 맞는 것 같아.”

“오감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최소로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느끼고자 하면 바람이 아니라, 공기의 미세한 흐름조차 촉각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게 그랜드 마스터니까요.”

“음음.”

소피아의 말이 모두 맞다. 실제로도 그러니까.

“그럼 마저 진행할까요? 영주님?”

“그래야지.”

『특수 스탯 [위엄], [교감], [친화]를 1포인트 상승시키겠습니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천오백만(15,000,000) 포인트가 소비됩니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부족한 카르마 포인트를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신하시겠습니까?』

‘응.’

『특수 스탯이 첫 번째 벽에 도달했습니다. 벽을 넘기 위해서는 깨달음이나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2억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얄짤 없다. 블루 랭크일 때는 특수 스탯에 필요한 카르마 포인트가 육체 스탯의 절반이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2억을 요구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진행해.’

『특수 카르마 이억(200,000,000)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모든 조건 통과.』

『특수 스탯이 블루(Blue)에서 네이비(Navy)로 벽을 넘기 직전입니다.』

『신체 스탯이 두 번째 벽을 넘었음을 확인합니다.』

『특수 스탯의 진화를 즉시 진행합니다.』

후웅―.

첫 번째 벽을 넘을 때와 다르게 두 번째 벽을 넘는 특수 스탯은 주변에 영향을 끼쳤다. 조용히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뜬 첫 번째 벽과 다른 점이었다.

모든 것을 밀어내는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 기운이 [영지]의 [성벽]에 닿는 순간 다시 본래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이 나라는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다시 내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선명한 기운은,

‘자연력!’

싱그러운 세계수를 닮은 자연력이었다. 자연력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것에 세계수와 닮았다는 걸 느끼자마자,

“어머?”

“어?”

쏴아아아아아―!!

하늘로 뻗어 있던 세계수의 모든 가지가 자신의 구부려 내게 닿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빈틈이 하나 없을 정도로 나를 감싼 세계수를 통해서,

“음!”

어떤 마력보다 순수하고 순정하지만, 마력이 아닌 힘이 몰려들었다. 전신을 마사지하던 기운은 이내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았다는 듯이 머리로 몰려들었다.

언젠가 두피 마사지를 받은 적이 있다. 생각보다 엄청 시원하고 개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두피 마사지와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시원한 것을 넘어 아득하고 까마득한 기분이 느껴진다.

‘뇌를?’

그리고 이 기분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네이비(Navy) 랭크에 오른 감각은 바로 감지했다. 이 선명하고 순정한 기운이 뇌에 직접 녹아들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

그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뿐만 아니라, 시야에 닿지 않는 곳까지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었는데, 입만은 열리지 않았다.

“괜―찮―아―요―오. 영―주―니―임.”

소피아의 말이 길게 늘어져서 들렸을 때가 돼서야 내 상황이 어떤지를 인지했다. 내가 인지하는 범위가 아득하게 늘어나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중이라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

‘괜찮아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 늘어지지 않고 명확히 인식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나? 세계수.’

‘근데 왜 반말?’

‘…응?’

지금 그게 중요하냐고 묻는 말에 피식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을 건넸다. 그리고 짧디짧은 대화로 불안함은 사라졌다.

『특수 스탯의 진화를 진행중입니다.』

『21%.』

서서히 일그러진 것처럼 보이던 시간 감각이 돌아온다.

『49%.』

‘반말이 싫으면? 오빠라고 불러줄까요?’

그리고 이내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세계수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온다.

『77%.』

‘오빠? 내가?’

『91%.』

‘응! 엄마가 그랬거든! 여기에 가면 가족이 생길 거라고.’

‘그래. 그러자.’

나무에 성별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치우고 그러자고 했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세계수가 보내오는 아련하고 그리운 감정이 진하게 느껴졌기에.

『완료.』

신체 스탯에 이어 특수 스탯이 모두 네이비(Navy) 랭크에 오른 이후,

“흠.”

세계수와 선명하게 이어진 ‘연결’이 느껴졌다. 물리적인 연결이 아님에도 물리적인 연결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 온통 정신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기대했다. 바뀐 영지가 어떻게 변할지를.

“……?”

잠잠―.

“뭐야? 왜 이렇게 조용해? 영지는?”

『[영지]를 블루(Blue) 랭크에서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특수 스탯을 올리는 것 말고도 조건이 필요하다고?”

『모든 [영지] 건물 블루 랭크 달성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아, 미친.”

어쩐지. 쉽다 했다. 쉽다 했어.

무려 네이비(Navy) 랭크의 영지인데.

“그러니까 카르마 포인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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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자 정보〉

1. 이름(Name): 이요한

2. 칭호(Title): [지구가 도와주는] [장비 전문가] [그랜드 마스터]

2. 국가(Nation): 대한민국

3. 소속(Clan): 유토피아

4. 직업(Class): 영주(領主)

5. 카르마(Karma)

[선업(Plus Karma) 0]

[악업(Minus Karma) 0]

[특수 카르마 포인트 270,90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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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7천만 정도가 남았다.

“그럼 얼마가 필요한 거야? 블루 랭크 건물이 세 개. 건물 하나당 75억. 제작과 즉시 건설하는 비용을 더해서 본래 비용에 1.08배. 243억. 3억 가까이 있으니까. 240억.”

240억만 있으면 된다.

“240억. 24억도 아니고, 24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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