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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69화 (169/183)

169화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황천 기사단장은 새롭게 합류한 최고위 언데드를 마중했고, 그들에게 지구라는 차원에 대해서 보고를 끝냈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는 느낌에 집중을 못했다.

뼈로 만든 탁자에 구멍이 뚫릴 정도로 한참을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이 상황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황에서 느껴지는 아주 미묘하고 사소한 위화감. 황천 기사단장은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건지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나고 다시 반나절이 지났을 무렵에,

“그래.”

그는 자신이 감지한 위화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냈다.

“가서 마법 군단장 좀 불러와.”

“네!”

대기 중이던 리치는 의념을 보내거나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일어나서 천막을 나섰다. 그리고 빠르게 돌아왔다.

“부르셨습니까?”

리치 마법 군단장의 아크 리치는 상식이 무너진 그 ‘충성심 가득한 논리적인 설득’이 먹힌 이후, 황천 기사단장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저 시키면 바로 반응해서 일을 처리했다. 그래서 지금도 부른다는 말에 바로 달려온 거고.

“지금 진행중인 마법 말이야. 어비스 존.”

“네. 아크 리치 세 분이나 합류하셔서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지금까지 29% 완성되었습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걸 진행하는 중인 상황인데 차원의 신이나 초월자는 이게 진행중인 걸 감지하지 못하나?”

“네?”

“그러니까 우리 행성은 군주님이 주인이시잖아? 이 행성도 그런 존재가 있을 거 아냐? 그런 존재가 우리가 하는 그거 모르나? 모슨 일이 벌어질지?”

“…어. 음. 아…니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마법 군단장은 황천 기사단장의 질문에 본인도 무언가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지?”

“그…러게요?”

“우리가 하는 게 심연을 불러오는 거라고 했지? 자네가 그랬잖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차원의 주인이 가장 싫어할 건데?”

황천 기사단장의 의문은 합당하다. 지금 이들이 하는 짓은 차원의 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집 거실에 누군가 똥을 싸지르는 거니까.

“그런데 왜……. 방해가 없지?”

“어……. 음……. 그러게요?”

“자네는 아까부터 뭘 그러게요라는 말만 하고 있어! 뭐라도 이유를 찾아!”

“네? 아, 네!!”

동등한 최고위 언데드인 아크 리치에게 호통을 쳤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챈 이후로 황천 기사단장이 느끼는 불길함이 덩치를 키워가고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지금까지 침공하고 정복한 어떤 차워보다 이 작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원이 황천 기사단장에게는 점점 공포를 느끼게 했다.

마치 평범한 지성체가 심연을 바라보는 것처럼.

* * *

황천 기사단장이 불길함을 느끼고 있는 그 시각.

“240억. 24억도 아니고, 240억.”

지구 반대편에서 다른 것 때문에 불안함을 넘어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요한이다.

“이걸 언제 모아?”

화가 나기보다 허탈했다. 막대한 수치의 카르마 포인트 앞에서 화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요한은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 왜 조용해? 언제부터 조용했던 거야?’

그리고 검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두드리며 빠진 존재인 군주 에고(Ego)를 불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요한의 부름에도 군주의 에고는 답이 없었다.

“오빠?”

유다연이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다가오기에 이요한은 잘 됐다는 듯이 그녀를 반기며 물었다.

“지구의 의지. 연락 안 되지?”

“응.”

“뭐지? 이거?”

“그런데 말입니다. 보스. 전에 100억 카르마 포인트가 들어왔을 때, 그게 1차 정산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요?”

“응? 어! 맞아!”

이요한은 깜빡했던 내용을 떠올렸다가,

“돌겠네.”

다시 절망했다.

“음? 왜요? 오빠? 올리비아의 말 대로라면 다 해결된 거 아니에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뚱한 얼굴을 하고 묻는 유다연을 보면서 이요한은 자신만 이렇게 걱정되는 건가 싶어서 억울하기까지 했다.

“다연아. 너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라고 알아?”

“아! 알아요! 게임에서 봤어요! 흰색 닭털 부채 살랑거리는 아저씨!”

“삼고초려는?”

“알아요. 저도 삼국지 읽었어요. 농담인데. 완전 머저리 보는 눈빛으로 보다니! 상처 받았어요!”

“삼국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데. 삼고초려 이벤트가 제갈공명이 계획한 일종의 쇼케이스라는 의견이 있어. 소문은 절절하게 났는데, 빽이 없는 공명이 화려하게 난세에 자신의 존재감을 떨칠 만한 사건을 만들었다. 그게 삼고초려다. 이런 시각이지.”

“네? 갑자기요? 제갈공명을요?”

“자, 들어봐. 여기서 문제. 만약에 제갈공명이 나이가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성인이었다면. 그래서 일찍 역사의 주류에 편입될 정도였다면. 굳이 힘도 없는 유비 휘하에 들어갔을까?”

“모르죠?”

“그래. 모르지. 하지만 만약 공명이 나이가 있었고 타이밍이 맞았다면 고생길이 훤한 유비 밑으로 안 갔을 거야.”

“…오빠 괜찮아요? 미친 거 아니죠?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나? 도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타이밍이. 젠장! 2차 보상 받을 게 있으면 뭐하냐고. 지금 당장 내 손에 없는데. 나중에 카르마 포인트가 들어오는 건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그냥 아직 안 들어왔다고 말하면 되는 걸 왜 구구절절 이러고 있을까? 뭐 간단하다. 이요한의 멘탈이 가출 직전이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내게 속한 이들을 모두 지킨다!’ 라고 갖은 폼은 다 잡아가면서 카르마 포인트를 24억을 태웠는데, 이전과 달리 [영지]의 랭크가 상승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 카르마 포인트로 [마스터 기사]를 소환했다면 어땠을까? [영초]와 [영단]이라는 재료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경제적인 지출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용병 길드]로 차원 용병을 대거 고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마법사]를 있는대로 고용해서 원거리에서 아득하게 폭격을 퍼붓는 것도 좋았겠지?

지금 이요한의 머릿속은 이런 생각들이 우후죽순처럼 떠오르면서 그의 멘탈을 날려버리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거 이상한데?’

복잡하던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마치 교실에서 한껏 떠들다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진 것처럼. 그의 머릿속에 찾아온 평화는 갑작스러웠다.

‘이거 너무 이상해. 보통이라면 즉각 튀어나와 참견을 했을 군주의 에고도 조용하고.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킨 것만으로도 인간을 멸족하겠다고 나선 지구의 의지가 지구에 언데드가 무언가 거대한 헛짓거리는 하는데 가만히 있는데? 그린스킨 때문에 카르마 포인트도 넉넉한데?’

이요한의 머리가 열이 날 정도로 맹렬히 활동했다. 그의 사고가 가속에 가속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받았던 모든 보고를 밑바닥부터 다시 쌓아나갔다.

‘언데드. 사보타주. 리치 군주의 권능. 특별한 아크 리치. 갑작스러운 병력 충원. 인간 사냥. 언데드 진화. 스켈레톤. 스켈레톤?!’

그러다가 한 가지 의아한 점. 스켈레톤의 등장을 곱씹었다.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 스켈레톤이 등장했던가? 아니야. 그랬다면 내가 잊을 리가 없지. 그때는 좀비와 특수 좀비 그리고 악마뿐이었어.’

‘스켈레톤이라는 존재가 갖는 특이성은 무엇이지? 왜 스켈레톤을 데리고 다니면서 진화시키는 거지? 스켈레톤이 진화하면 뭐가 되는 건데?’

비록 [영지]는 아직 블루 랭크에 있지만, 그의 신체 스탯과 특수 스탯은 네이비 랭크에 완벽하게 올라섰다. 그런 사기적인 스탯을 지닌 이요한이기에 그의 고민은 순식간에 답을 찾아냈다.

‘무언가 노리는 게 있다?’

지구의 의지가 지금까지 두문불출하며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 건 분명히 노리는 것이 있음이다.

‘그것도 타이밍이 엄청 중요한 치명적인 것이?’

그래. 여기도 타이밍이다. 그리고 이요한이 조용히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 주변에 있던 이들도 덩달아 조용히 그의 눈치를 살폈다.

‘치명적인 안배를 준비하면서, 타이밍이 중요한 반격을 준비함에 있어서. 왜 내게 비밀로 하는 거지?’

다시 치켜든 자신이 낸 의문을,

‘혹시……. 내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호의를 받기 때문인가?’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그렇다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과 협업하는 일은 아니라는 건데. 그럼 2차 보상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정말 단순히 피해 산출에 시간이 걸려서일까?’

그렇게 생각을 마친 이요한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모든 혼란을 스스로 수습한 그의 눈동자는 전과 달리 조금도 떨리지 않고 담담하고 묵묵한 빛을 내고 있었다.

“소피아.”

“네. 영주님.”

“영지 방어에 신경을 써줘. 특히……. 사기(死氣)에 대한 방어를.”

“네. 저만 믿으세요.”

“엘라.”

“네, 반려.”

“세계수를 더 키워야겠어. 엘프들을 투입해서 알아봐줘. 필요한 게 있다면 [차원 용병]을 통해서라도 구해줄게.”

“네. 걱정 마세요.”

“올리비아. 유다연.”

“네. 보스.”

“네?”

“영지 소속 각성자들에게 전해. 오늘부터 최대한 많은 카르마 포인트를 쌓아서 스펙 향상에 최선을 다하라고. 조만간 전투가 있을 것 같으니까. 그것도 큰 전투가.”

“네. 전달하겠습니다.”

“알았어요.”

“전투에 집중하고, 휴식을 취할 때는 또 휴식에 집중하라고 해. 특별히 당분간은 [요리사] 클래스의 각성자의 요리를 저렴하게 지급할 거라는 것도.”

“얼마나 저렴하게 배급하시려는 겁니까?”

“절반 가격에. 수량도 전처럼 부족하지 않고 먹고 남을 정도로 준비될 거야.”

“…그래도 되나요?”

올리비아의 의문은 타당하다. 이게 단순히 돈을 내고 사 먹는 거라면 내가 가격을 조절하거나 지원금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지에서 거래는 모두 카르마 포인트로 거래 되고, 카르마 포인트는 내가 주거나 뺏을 수 없는 화폐니까.

“[화폐]. [화폐]를 제작하고 시스템을 안착할 거야. 그러니 가능해.”

[화폐]를 찍어내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럼 은행처럼 [화폐]인 동전을 가져오면 카르마 포인트로 교환해줘야 하는 게 필요하다.

“[상점]에 [화폐]를 종류 별로 구입과 매매 모두 등록하고 무기한 매입과 구입을 등록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아, 네. 그럼 바로 전달 사항 전달하고 진행하겠습니다. 보스.”

“수고해줘.”

이요한은 그 뒤로 빠르게 지구의 의지의 사제들을 지정해서 지시를 하달하면서도 그의 머리는 쉬지 않고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 후로 불과 이틀.

그러니까 처음으로 일곱의 최고위 언데드를 발견하고 만으로 나흘.

그 기간 만에 유토피아의 영지 내부에는 [화폐]라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지킨다. 빌어먹을 놈들아.”

만으로 나흘, 횟수로 닷새째가 되는 날의 하루가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욕설을 중얼거리던 저녁,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역습과 후방 교란에 대한 2차 보상 책정이 끝났습니다.』

그가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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