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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70화 (170/183)

170화

<버근가?>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공격하는 측인 황천 기사단을 비롯한 언데드도 불안해하고 있다.

방어하는 측인 이요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그저 짐작하고 예상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제 길고 불편한 논쟁의 끝이 보이는군.”

[음. 역시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너 좀 친다? 개체명이 재신(財神)이라지? 우리가 기억하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기억한다고 좋아해야 할까?”

[호오? 역시. 역시. 눈치가 빨라. 다른 놈들이라면 좋다고 헤실거렸을 텐데?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나쁘지도 않지.]

지구의 의지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다.

이 두 존재 아니, 두 그룹의 합의가 시작된 건 리치 군주가 어마어마한 수치의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하면서부터였다.

지구의 의지는 당연히 계약 당사자이고 전장인 지구의 신적 존재이니 보고가 들어오는 게 당연했고, 그들은 리치 군주가 막대한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한 것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곧바로 반응했다.

그러니까 내 집을 지키기 위해서 집 주인이 나서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인 거다.

그렇다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왜?

차원을 총괄하는 신계에서 파생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게는 수동적인 하위 에고(Ego)와 다르게 ‘사고’와 ‘감정’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에게 리치 군주의 이미지는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절어 사는 찌질한 똥덩어리’였다.

친해지는 것은커녕 가까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불쾌하게 여기는 존재.

그게 바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바라보는 리치 군주였다.

그런 똥덩어리가 차원 쟁탈전의 역사 속에서도 등장하지 않았을 정도로 기록적인 카르마 포인트를 지구에 투자한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그걸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다. 가뜩이나 앞서 참전한 그린스킨에서 명확한 반칙이 등장한 상황에서 말이다.

리치 군주가 전장인 행성 지구에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했다는 것의 정확한 의미는 계약에 없는 특별한 행동이나 액션을 합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위약금의 존재도 알리고 전달도 할 겸 지구의 의지와 카르마 포인트가 만나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두 그룹은 만났다.

[이번에 카르마 포인트가 대량으로 들어올 거야. 위약금이나 마찬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너희의 뜻에 달렸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지구의 의지의 리더인 재신은,

“그거 책정 끝났나? 리치 군주의 행성 사보타주 보상. 역습과 후방 교란에 대한 2차 보상안. 아직 남았잖아?”

당연히 질문을 던져왔다. 다만 당연히 물어야 할 카르마 포인트의 액수가 얼만지, 왜 그런 카르마 포인트를 주는 건지 같은 건 묻지 않았다.

[아직? 그런데 곧 끝나가.]

“음. 좋아. 그렇다면 위약금을 2차 보상에 포함시켜줘.”

[응. 안 돼.]

“왜?”

[당연히 법칙에 어긋나니까? 너희와 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차원 거주인에게 직접 카르마 포인트를 주는 건 게임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야. 잘 알잖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말에도 재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래. ‘직접’ 주는 행위가 문제인 거잖아? 직접 정보를 주거나, 직접 카르마 포인트를 주입하는 행위. 내가 말한 건 직접 주는 게 아니고.”

[그게 어떻게 직접 주는 게 아니야?]

“말했잖아? 2차 보상에 더해서 전달해달라고. 이요한이 받을 2차 보상은 그가 한 업적에 대한 보상이잖니? 내가 직접 전하는 게 아니라, 너를 통해서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말. 모르겠니?”

[점점 말이 허물이 없어지네? 엄청 친해진 것 같다. 우리.]

“내 말에 부정을 못하는 걸 보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닌가 보네?”

[음. 아니. 틀린 말이야.]

“진짜?”

[…….]

재신이 비아냥을 한껏 담아 되묻는 말에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진짜라고 확답을 주지 못했다. 그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규칙에 ‘직접적인’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 경우 재신의 주장처럼 이게 간접적인지 직접적인 건지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에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에 더 확답을 내줄 수 없었다.

“어차피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면, 평소 보기 싫은 것들을 합법적으로 엿 먹이는 쪽으로 행동하는 게 어때? 불법도 편법도 아니라면 말이야.”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렇지?”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왜?!”

[음……. 그냥?]

어딘가 장난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웃음기가 담긴 거절의 말에 재신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해달라고 조르거나, 장난하는 거냐며 화를 내지 않았다는 거다. 그저 가만히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을 ‘직시’하고 있었다.

육체가 없는 존재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모순적이고 말이 안 되는 말이, 진실이다. 재신과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에고가 서로를 가만히 지켜보길 얼마,

[좀 더 이야기를 해 볼까?]

“좋아.”

둘이 극적 타결을 맺고 회의와 논쟁을 거듭했고, 그 결론이 지금 내려진 거다.

[뭐, 아무튼. 위약금으로 받은 카르마 포인트의 12%를 이요한의 보상에 더하고 나면, 남은 건 뭘 할 거야?]

“뭘 하겠어? 그거 가지고 있어 봐야 지금 상황에서 쓸데도 없는데.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지금 누구 앞마당에다가 개수작을 부린 건지 알게 해줘야지.”

[흐응~. 재미있단 말이야. 신생 차원 주제에.]

“흥!”

둘의 합의는 그렇게 끝을 맺었고, 합의의 끝에 도달하기 무섭게 이요한의 눈앞에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메시지가 출력됐다.

* * *

『차원 전쟁 역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역습과 후방 교란에 대한 2차 보상 책정이 끝났습니다.』

『후방 교란 및 테러에 의한 ‘간접적인’ 「심연의 추방자」 차원의 파괴에 대한 보상 산정이 끝났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후방 교란 및 테러의 영향으로 행성명 ‘누더기’의 초월자 [리치 군주]가 폭주하여 소멸 및 파괴된 시설이 전체의 60.11%입니다.』

『마찬가지로 [리치 군주]의 폭주로 소멸한 언데드는 각각 최하위 17.81%, 하위 29.43%, 중위 30.08%, 상위 37.82%, 고위 41%, 최고위 24.51%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계산하고 가치를 산정하느라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아. 제발 250억. 250억 이상이기만 해라.”

1차 보상으로 받은 카르마 포인트가 107억이었다. 그러니 두 배 조금 넘는 카르마 포인트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법한 수치였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 4,082억(408,200,000,00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언데드라는 특정성에 플러스 카르마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음을 물론이고, 행성을 강제로 감싸고 있던 역겨운 시체 덩어리 역시 파괴되었기에 양쪽 카르마 포인트로 분리하지 않고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통합하여 지급합니다.』

“…네?”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왔을 정도로 놀랐고,

“버근가?”

게임이 아님에도 버그를 의심할 정도로 믿기 힘들었다.

4천만도 아니고, 40억도 아니고, 400억도 아닌.

“4천억?!”

천억 단위의 카르마 포인트?!

“미친.”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분이 엄청 좋은데 동시에 암담한 기분이었다. 왜 암담하냐고?

“네이비 랭크에서 건물 건설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길래. 천억 단위를 주는 거냐.”

사보타주 1차 보상으로 107억의 보상이 들어왔을 때, 앞으로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할 일은 없을 거라고 감히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그건 미래의 내가 해결하겠지.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오억 오십구억 이천오백만(5,92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법사의 탑]을 블루(Blue)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체하시겠습니까?』

“캬하!!”

죽인다. 회귀하고 흥청망청 돈을 써 봤지만, 그 어떤 플렉스(FLEX)도 카르마 포인트를 지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아득할 정도로 만족감이 차이가 있다.

“건설해. 건설 시간도 없애. 즉시 건설로 가는 거야.”

『가신(家臣) 두 명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0% 단축됩니다.』

『장인이 고용된 그린(Green) 랭크의 [대장간]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9% 단축됩니다.』

『그린(Green) 랭크의 [행정청]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11% 단축됩니다.』

『그린(Green) 랭크의 [내성]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6% 단축됩니다.』

『[연구소]의 [연구원]이 [21]명입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21% 단축됩니다.』

『[마법사의 탑]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7% 단축됩니다.』

『[연금의 숲]이 존재합니다. 영지 건물 건설 시간이 7% 단축됩니다.』

『총 건설 시간이 71% 단축됩니다.』

『카르마 포인트 이십일억 칠천오백만(2,17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건설대기 시간을 무시하고 즉시 완료할 수 있습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십일억 칠천오백만(2,17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법사의 탑]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이야!! [마법사의 탑] 하나 그린(Green)에서 블루(Blue)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총 81억 카르마 포인트!”

81억 카르마 포인트.

한화로 81억이라는 수치도 일반인에게는 어마어마할 텐데, 카르마 포인트로 81억이라니.

“그걸 한순간에 태운 내가 레전드인가?”

이렇게 말하면 [마법사의 탑] 업그레이드 비용이 너무 비싼 것 같지만, 언젠가 말했듯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은 공정하다. 절대로 비싸지 않을 거다.

『지금부터 영지 건물 [마법사의 탑]에서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특수 소환 유닛 [마도사]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이것 보라고. 투자한 가치가 바로 나온다니까?

뭐가 가치냐고? [기사단 숙소]에서도 [마스터 기사] 소환할 수 있는데?

‘다르지.’

다르다. [기사단 숙소]의 [마스터 기사]는 카르마 포인트만 있다고 소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농장]에서 그린 랭크 이상의 식물 재배 능력을 가진 숙련된 농부가 [영초]를 키워야 하고, 그 [영초]를 [연금술사]가 만든 [영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마스터 기사]에 비견되는 [마도사]는?

“카르마 포인트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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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 [Rank: Blue]

1. 상당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법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영지에 특수 개체 [세계수]가 존재합니다. 마력의 질이 최상급이기에 상당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가 적당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로 고용 비용이 낮아집니다.

2. [마법사의 탑]의 랭크가 최소한의 랭크―블루(Blue)―를 만족하면 막대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도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영지에 특수 개체 [세계수]가 존재합니다. 마력의 질이 최상급이기에 막대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가 상당한 양의 카르마 포인트로 고용 비용이 낮아집니다.

2-1. [마도사] 고용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마이너스 카르마 이천오백만(2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마도사]를 고용할 수 있습니다.

※ 특별한 고유 능력 [문을 여는 열쇠] 보유 효과로 [마도사] 고용 비용이 50% 차감되었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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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할인해서 2,500만? 원래는 5,000만이었다는 거네?”

오천만 포인트? 이전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포인트였다. 열 명만 소환해도 5억이잖은가.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거기다 할인해서 2,500만이니까.

‘일단 다른 건물을 모두 올리고, [영지]가 네이비 랭크가 된 후에 고용해봐야겠네.’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 오억 오십구억 이천오백만(5,92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연금의 숲]을 블루(Blue)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플러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체하시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 오억 오십구억 이천오백만(5,92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용병 길드]를 블루(Blue) 랭크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마이너스 카르마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로 대체하시겠습니까?』

‘응. 모두 다 바로 건설해줘.’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십일억 칠천오백만(2,17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연금의 숲]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십일억 칠천오백만(2,175,000,000) 포인트를 소비하여 [용병 길드] 업그레이드를 즉시 완료합니다.』

블루 랭크에 열렸던 영지 건물 세 개를 모두 블루 랭크로 업그레이드를 완료하자,

『[영지] 승급 조건을 모두 만족하셨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바로 출력된다.

『[영지]의 개념이 확장됩니다.』

『고유 능력 [영지]가 [대영지]로 확장됩니다.』

『클래스 [영주]가 [대영주(Lord Paramount)]로 승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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