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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 나만+장르가 이상하다-172화 (172/183)

172화

<갑질에 대항하는 슈퍼 을질이라는 것도 존재하거든.>

카르마 포인트를 쓰는 기분은 끝내줬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천사백만(84,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성벽]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천사백만(84,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성문]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천사백만(84,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병영]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화이트 랭크에 오픈했던 네 개의 영지 건물 중, [성소]를 제외한 세 개의 건물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성벽]은 이제는 무려 [미스릴] 합금으로 작은 틈도 없이 매끈한 형태에 더 높아지고, 더 두꺼워진 형태로 변했다.

[성문] 역시도 [미스릴] 합금으로 이뤄졌으며 도르레가 아니라, 마법적인 장치에 의해서 순식간에 열리고 닫힌다.

[병영]은 네이비 랭크가 된 후, [로열 가드]는 [임페리얼 가드]로, [블러드 애로우]는 [천궁]으로 진화했다.

[임페리얼 가드]는 최소 10명이 모여 전투를 수행할 때, [마력 군진: 임페리얼 가드]라는 걸 사용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마력 군진의 강해지고, [마력 군진: 임페리얼 가드]는 마력을 유형화한 거대한 돔 형태의 공방일체의 보호막이다.

[천궁]은 20명 이상이 모이면 [마력 군진: 공위 섬멸]을 발현할 수 있다. 일정 지역을 타깃으로 막대한 양의 마력 화살을 쏘아내는 섬멸 전용 군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데,

“[피스메이커]라.”

엘라의 소환으로 등장한 특수 계열 병력인 [숲의 수호자]와 [숲의 감시자]는 모두 같은 것으로 진화했다. [피스메이커].

얼핏 들으면 ‘평화’를 뜻하는 피스(Peace)가 들어가서 온건한 느낌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생각해 보라. 뒤에 ‘메이커’가 붙었다.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것도 [병영]에서 나온 존재의 이름이 평화를 만든단다. 어떻게 만들까? 당연히 물리적으로 평화롭게 하겠지.

다 때려 부수면 그것만큼 평화로울 수 있을까?

“미친.”

고작 화이트 랭크에 오픈했던 기초 건물 세 개를 업그레이드했을 뿐인데, 이 정도 성능이다. 그다음은?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억 천만(21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창고]가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억 천만(21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농장]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창고]는 이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안의 넓이는 까마득하다. 그래서 [창고] 전용 카트가 생겼다. [창고]의 외적 크기도 커지고, 높이도 높아졌는데, 내부 공간 확장율이 그린 랭크까지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6배씩 커졌다면, 블루(Blue) 랭크에서 8배가 커졌고, 네이비 랭크에서는 10배가 커졌다.

부피로 치면 1천배.

까마득하잖은가.

사다리가 달린 전용 카트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농장]은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네이비 랭크의 [영초]라고?”

[영초]의 랭크가 블루(Blue)에서 네이비(Navy)로 상승했을 뿐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블루(Blue) 랭크 각성자가 먹으면 신체 스탯을 상승시킬 수 있는 [영초]이며, 일반 [연금술사]는 다루지도 못하고, [치프 연금술사]만 가공해서 [영단]으로 제작할 수 있는 괴랄한 물건이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억 사천만(84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망루]가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억 사천만(84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광산]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팔억 사천만(84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항만]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망루]는 이제 오버테크놀러지를 넘어 마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망루]에 발리스타 대신에 [마력 포대]가 설치되었다.

블루(Blue) 랭크 수준의 강기(剛氣)를 포탄 대신 뿜어내는 [마력 포대]는 분당 30발의 마력 강기를 쏘아낸다. 그러니까 2초에 강기 덩어리 하나가 쏘아지는 셈이다. 그리고 [마력 포대]에는 마력포가 12문이 탑재되어 있다.

걸리면 다 뒈진다. 진짜다. 실제로 안전지대 경계에서 알짱거리던 비행형 마수 비홀더를 업그레이드를 마친 [마력 포대]가 요격했다. 강기라는 파괴적으로 마력으로 이뤄진 성질 덕분에 전과 비교할 수 없는 비거리를 가진 것이다.

“진짜 다 뒤졌다.”

다만 네이비(Navy) 랭크의 [망루]의 부속품이기 때문일까? [마력 포대]는 블루 랭크 중위 정도의 강기가 최고 출력이다.

이 불평을 들은 녹투오스는,

“미, 미치셨습니까?”

라며 내게 말했다가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 바로 대가리를 땅에 박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블루 랭크 중위인 마스터라고 해도 1분에 30개의 강기를 뿜어낼 수 없을뿐더러, 어떻게 해낸다고 해도 1분만에 마력이 방전될 거란다.

[항만]은 네이비 랭크가 된 이후, 바다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이전에는 고작해야 영지에서 몇 km 안쪽까지였다면, 지금은 이전 황해 전체와 중국과 맞닿은 해역 그리고 남해 일부까지 [항만]의 영향권에 들었다. 그에 따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풍부한 수산 자원과 마력을 품고 있는 특별한 수산 자원을 획득할 수 있었다.

[광산]에서는 앞서 [텔레포트 게이트]와 [비공정 조병창]에서 언급한 [마정석]과 [부유석] 그리고 [아다만티움]이라는 특수 광물이 묻힌 [광산]이 생성되었다.

문제는 이 [광산]에 있었다.

“음. 그러니까 캘 수 없다고?”

“네. 영주님.”

라쿤 [장인]은 네이비 등급이 되고나서는 더는 ‘쿤쿤’ 거리지 않았다. 여전히 체형은 작고 귀여웠지만, 진중하고 묵직한 진짜 [장인] 같은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

“각성자 중에는 당연히 없을 법해. 네이비(Navy) 랭크에 생성된 특수 광물이니까. 그런데 너희도?”

“저희는 [장인]입니다. 일의 호불호는 차치하더라도, 저희가 주로 다루는 건 대장일이지, 채광이 아닙니다. [부유석]만 하더라도 잘못 채광하면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깨지는 광물입니다.”

문제는 이거다. 네이비 랭크의 [광산]에 새롭게 생성된 광물을 캘 수가 없다는 거다. 그동안은 [장인]을 시켜서 특수 광물 [미스릴]을 채광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불가능하단다.

“음.”

이건 골치가 아픈 일이다. 내가 생각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텔레포트 게이트]와 [비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공정]은 조금 뒤로 하더라도 [텔레포트 게이트]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돌겠네.”

비전투 계열 각성자가 선호되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우대해주기도 했고. 그런데 [농부]나 [요리사]가 아니라, [광부] 때문에 이렇게 애가 닳을 줄이야.

“어쩐다…….”

“영주님. 혹시…….”

“응? 뭐 방법이 있어? 녹투오스?”

“[차원 용병]에게 의뢰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원 용병]? 이건 전투가 아닌데? [차원 용병]이 광부 일도 하나?”

“영주님께서 [차원 용병]을 굉장히 높게 보고 계시는 것 같군요. [차원 용병]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전투가 아닙니다. 채집과 심부름이죠. 다만 차원을 넘나들면서 하는 일이기에 블루(Blue) 랭크는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

“저번 의뢰인 사보타주 역시 직접적인 전투는 치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영주님께서 준비해주신 아티팩트를 입고 은밀히 작전을 수행하고 빨리 빠져나왔을 뿐이죠.”

“그렇다면 의뢰를……. 잠깐만. [용병 길드] 랭크가 높아지면 어떻지?”

“어떻냐는 건?”

“어떤 이득이 있냐는 거야. [용병 길드]가 네이비 랭크가 되면 말이야.”

“글쎄요. 저도 영주님의 영지 같은 안전지대는 처음 보기 때문에 뭐라고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동일 랭크의 차원 용병을 고용하실 수 있습니다.”

“동일 랭크? 네이비 랭크를? 난 이전에 그린 랭크일 때도 자네를 고용했는데?”

“그때는 조금 다릅니다. 그때 영주님의 의뢰에 나선 이유는 복수를 위해서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당시 고용된 블루 랭크의 [차원 용병]들은 모두 리치 군주에게 혐오를 넘어 증오를 품고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니 의뢰 대금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겁니다.”

“그래?”

“네. 일반 채집 의뢰였다면……. 저는 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확실히. 그린 랭크의 [용병 길드]에서 온 의뢰니 더더욱.”

“그렇군.”

그렇다면 망설일 게 없다. [광산]에서 채광은 1초라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텔레포트 게이트]와 [비공정]을 제작할 수 있는 재료를 수급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부유석]이나 [마정석]을 채광할 수 있는 이들이 있나? [차원 용병] 중에서?”

“있습니다.”

내 질문에 녹투오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확신의 답을 꺼냈다.

“그래?”

“네. 있습니다. 빌어먹을 정도로 탐욕스러운 놈들이지만, 어떤 광부보다 뛰어난 채광 능력을 보유한 놈들입니다.”

“누군데?”

“에픽 놀입니다.”

“응? 놀? 그거 몬스터 아니야?”

“네? 놀은 반인반마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개 수인인 견인족의 사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픽 놀과 놀의 차이점은 엘프와 하이엘프 정도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상위 종족이죠.”

“…이상한데? 놀은 개 머리에 이족 보행하는 그거 아닌가?”

“맞습니다.”

뭐야? 게임에서는 몬스턴데? 고블린 다음이 놀이나 코볼트 아닌가? 이거 뭐야. 에픽 놀은 또 뭐야?

“일단 [용병 길드]를 업그레이드하고 공고를 내는 거로 할게. 근데 보상을 얼마나 줘야 하나?”

“영주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제안’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지은 녹투오스의 표정은 기름진 치킨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난 후, 콜라의 뚜껑을 딴 사람의 얼굴과 같았다. 기대감과 통쾌함이 교묘하게 섞였다고 할까?

“어떤 제안이지? 아! 먼저 말하자면, 난 내 밑에 사람이 하는 제안이나 조언이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라도 수용할 생각이야.”

“감사합니다. 에픽 놀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숙련된 광부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돌을 깨고 태어나는 종족이 에픽 놀이니까요. 하지만 이 빌어먹을 개 대가리 새끼들은 지독하게도 탐욕스럽습니다.”

“탐욕스럽다? 카르마 포인트를?”

“아닙니다. 아니,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놈들은 카르마 포인트로 고급 특수 광물을 사서 음미하는 걸 일생의 낙으로 여깁니다.”

“…광물을 먹어?”

“네.”

“왜? 아니, 어떻게?”

“예?”

“아니야.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어. 언데드도 있는 판에 돌맹이 먹는 놀도 있을 법하지.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이 빌어먹을 놈들은 따로 감시나 제재하지 않으면 [광산]에서 게으름을 부리며 카르마 포인트만 축낼 놈들입니다.”

“벌써부터 짜증나는데?”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녹투오스는 최대한 자세하게 계획을 설명했다. 그의 계획에는 오랫동안 보아온 상대에 대한 정보와 증오가 녹아있었다.

“…너 정말 지독하게도 그 녀석들이 싫구나?”

“[차원 용병]이라면 빌어먹을 에픽 놀을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개대가리가 컹컹대는 소리만 들어도 무기에 손을 올리는 놈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왜?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최근에 벌어진 일로 예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약 17년 전, 멸망한 차원에서 텅스텐 광산이 발견되어 조사를 위해 파견된 용병 의뢰가 있었습니다. 멸망한 차원이기에 [차원 용병]이 광산 조사까지는 어렵지 않았고, 의뢰는 거기서 끝이 났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광산의 채산성을 알아보기 위해 동행한 에픽 놀이 문제였습니다. 이놈들이 의뢰 완료 보고를 미루고 그 안에서 텅스텐을 털어먹었습니다. 당연히 동행한 용병들은 의뢰 대금이 줄었고요.”

“…그걸 그냥 둬?”

“당연히 그냥 두지 않습니다. [차원 용병]을 관리하는 [용병 본부]는 모든 에픽 놀의 [차원 용병]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어차피 추후에 광산 관련 의뢰가 들어오면 에픽 놀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전문직인 거네. 희소성이 엄청난 전문직인데, 본인도 그걸 알아서 갑질하는 유형?”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말이야. 차라리 목구멍이 터지게 특수 광물을 먹이자.”

“…예?”

“지구에는 갑질에 대항하는 슈퍼 을질이라는 것도 존재하거든. 기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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