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차원 용병]을 관리하는 [용병 본부]는 차원의 틈에 부유하는 섬 [아스가르드]에 위치하고 있다. 물론 멸망한 차원의 생존자들이 머무는 [아스가르드]에는 [용병 본부] 이외에도 여러 특별한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용병 본부]에 네이비 랭크 기준의 의뢰가 들어온 것은 차원 전체로 봐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당연히 [차원 용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엥? 채광?”
“빌어먹을. 개대가리 새끼들!”
“아 이거 의뢰주한테 쪽지 못 보내나? 개대가리 새끼들 조심하라고?”
…
의뢰를 확인하고 다들 한마음이 되었다. 짜증과 분노로.
“비켜랄! 멍청한 놈들알!”
“꺼졀!”
독특한 말투의 에픽 놀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차원 용병] 의뢰를 확인한 에픽 놀들은,
“오오오올!!”
“[미스릴]?!!!”
“[아다만티움]도 있다골?!”
…
괴상망측한 춤을 추며 의뢰 게시판 앞에서 난리법석이었다. 그들이 진정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였다.
“이 의뢰 내가 받겠달!”
“나도 한달!”
“나돌!”
…
에픽 놀이 서로 의뢰를 하겠다고 신청서를 냈지만,
“개대가리 새끼들. 대가리가 이제 댕댕이와 같아졌냐? 뇌가 없어? 이건 [차원 용병]을 대상으로 하는 의뢰야. 너희는 17년 전에 [차원 용병] 자격을 박탈당했고.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이 의뢰를 과연 너희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용병 본부]를 관리하는 [오리하르콘] 등급의 [차원 용병]은 꼴도 보기 싫다는 듯이 에픽 놀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오오오오옷!! 이건 안 됄! 말도 안 된달!!”
“젠장! 텅스텐 따위를 먹는 게 아니었얼!”
“어쩌지? 나 다시 [차원 용병]이 되겠달!”
…
다시 [차원 용병]이 되겠다고 애원하는 에픽 놀들이 작은 키에 깡충깡충 뛰며 손을 들고 외쳤지만,
“응. 꺼져. 안 받아줘.”
[오리하르콘] 등급 [차원 용병]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럴 수는 없얼!!”
“끼에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아아아악!!”
…
그 거절에 눈앞에서 그토록 원하던 특수 광물인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을 놓쳐 버렸다는 생각에 에픽 놀들이 하나둘 각자의 개성대로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결국 정신 줄을 놓은 에픽 놀들이 미쳐버리기 직전,
“의뢰주님께 내가 한 번 물어나 볼까?”
가만히 그 고통을 느끼는 광경을 만끽하던 [오리하르콘] 용병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마치 좀비 영화에서 좀비 떼 옆으로 인간이 나타난 것처럼, 모든 에픽 놀의 시선이 일제히 [오리하르콘] 용병에게로 모였다.
“제발! 해줠!”
“발이라도 핥을 수 있달!!”
…
“좋아. 내가 여쭤보겠어.”
그리고 그는 정말 차원 간의 통신을 가능게 하는 마도구를 챙겨와 작동시켰다.
“여기는 차원 용병 본부입니다. 저는 용병 본부 관리자, [오리하르콘] 등급 [차원 용병] 콤프로미토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의뢰주님. 현재 뛰어난 채광 스킬을 지닌 종족이 의뢰주님의 의뢰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다만 이들은 [차원 용병]이 아닙니다.”
“네. 그렇죠. 맞습니다. 저희가 보증하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그 부분은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하는 계약서라면 차고 넘칩니다.”
“계약서를 보내주시면 건네주긴 하겠습니다. 계약 여부는 제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잘 짜인 연극과 같은 통신은 실제로도 짜인 내용이었다. 녹투오스는 이요한의 계획대로 이요한의 영지의 [용병 길드] 건물을 통해 콤프로미토 지명 의뢰를 넣었다.
그리고 차원 지구의 유토피아에서 녹투오스와 만난 콤프로미토는 녹투오스와 이요한의 계획에 배를 잡고 웃으며 통쾌해했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나섰고, 지금의 상황에 이른 거다.
그만큼 에픽 놀들의 갑질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반증이다.
“의뢰주께서 너희가 [차원 용병]이 아니라서 꺼려지신단다.”
“끄아아아아아악!!”
“조용! 그래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하는 계약서를 보내신다고 했다.”
“한달! 내가 싸인! 하겠달!”
“나도! 내가 먼저 한달!”
“비켜랄!”
…
“조용! 나중에 계약서를 못 봤네, 어쨌네 하는 찡찡거림은 통하지 않는다. 잘 확인하고 사인해.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보증하는 계약서는 그만큼 무서운 거니까.”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손에 [미스릴]이 뿌려진 은빛 종이가 나타났다.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주관하는 고용 계약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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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고용 계약서]
의뢰주 영주 이요한(이하 “갑”이라 칭한다)와 단기 근로자 에픽 놀 ○ ○ ○ (이하 “을”이라 칭한다)은 상호간에 다음과 같이 단기근로 계약을 체결한다.
1. 근로 기간 및 급여
1. 기간: 20XX년 11월 1일부터 20XX년 X월 X일까지.
2. 급여: 매주 카르마 포인트 100만 포인트. 매주 월요일 지급.
2. 근무 분야
1. “갑”이 지정하는 [광산]에서 지정하는 특수 광물을 채광하여 “갑”에게 제공한다.
3. 근무 방식
1.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15시간으로 한다.
4. 규칙 준수
1. “을”은 단기 근로자의 일시적 신분이지만, “갑”이 시행하고 있는 규범과 규칙 그리고 법률 적용을 받고 관련된 규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5. 비밀 유지
1. “을”은 본 계약에 의거하여 단기 근로 도중 지득한 “갑”의 모든 정보와 모든 자료의 일체에 대하여 비밀유지와 성실 이행의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길 시 1만 배로 배상한다.
6. 특약 사항
1. “갑”과 “을”은 서로의 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재산을 침해하는 경우 1만 배로 배상한다.
20XX년 11월 1일
의뢰자 영주 표시 (갑)
성명: 이요한 (인)
고용자 표시 (을)
성명: (인)
공증인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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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이 관여한 계약서라는 걸 확인조차 하지 않고 에픽 놀들은 미친놈처럼 “미스릴!”, “아다만티움!”을 중얼거리며 잔뜩 충혈된 눈으로 계약서에 덜컥 서명을 하려고 했다.
“잠깐!”
“뭐, 뭐냘?!”
콤프로미토가 마력이 담긴 고함을 질러 막 서명을 하려는 에픽 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이 새끼들이! 계약서 제대로 읽으라고! 나중에 개소리하지 말고!!”
“이, 읽었달!”
“죽을래? 이 새끼가 그런데 아까부터 말이 반토막이야? 다른 친구들은 다 광산 가는데, 혼자만 반병신 돼서 남고 싶어?”
“아, 아니달! 이, 읽는달! 지, 진짜달!”
반말은 고쳐지지 않았지만, 에픽 놀들은 그리 많지 않은 조항의 계약서를 정독했다.
“히에에엑?! 월급이 아니라 주급이달!”
“정말이달! 주급으로 100만! 월급으로 400만 카르마 포인트달!”
“오오오오! 당장 싸인한달!!”
…
그리고 [아스가르드]에 머물던 49명의 에픽 놀이 모두 서명을 완료한 순간,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딱딱하고 무감정한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그들은 동시에 이요한의 영지로 이동되었다.
그제야 잔뜩 찡그리며 무게를 잡고 있던 콤프로미토의 미간이 활짝 펴지며,
“개새끼들. 니들은 이제 X 됐다.”
금빛 털 몇 개만 남은 에픽 놀이 있던 흔적을 보면서 콤프로미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원하게 살얼음이 내려앉은 사이다를 원샷 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에픽 놀 49마리는 유토피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온몸을 적시듯이 밀려오는 싱그러운 자연력과 순수한 마력에 놀랐다. 모든 것이 멈춰 있는 차원의 섬 [아스가르드]에서 차원을 이동한 직후였기에 더 크게 체감이 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오올!”
“여기갈!”
“광산은 어디냘!”
…
제각각 떠드는 그들을 반긴 것은,
쓰아아아아―!!
섬뜩하고 소름 돋는 농밀한 마력이었다. 그것도 위압과 살기로 점철된.
“끼에엑?!”
그제야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한 에픽 놀들 주변에는,
“반갑다.”
네이비 랭크를 상징하는 남색 마력이 넘실대는 각양각색의 종족들과 마법사와 기사들이 가득했다.
“…끄엑?!”
그 광경을 목도한 에픽 놀들은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에픽 놀이라는 괘씸한 종족을 소환하기 전 나는 사전 준비를 먼저 진행했다.
가장 먼저,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구백육십억(96,00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용병 길드]가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용병 길드]의 랭크를 네이비로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구백육십억(96,00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마법사의 탑]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마법사의 탑]을 네이비 랭크로 올리고,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구백육십억(96,00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연금의 숲]이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연금의 숲]도 네이비 랭크로 올려서 준비를 마쳤다. [농장]으로 엘프를 모두 보내고 네이비 랭크의 [영초] 재배를 맡기고,
『합계 특수 카르마 포인트 이백십억(21,000,000,000) 포인트가 소비되었습니다. [기사단 숙소]가 네이비(Navy) 랭크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기사단 숙소] 역시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마법사의 탑]에서 5억 포인트로 [마도사] 스무 명을 고용하고, 5억 포인트를 추가로 투자하여 [대마도사] 다섯 명을 고용했다.
[연금의 숲]에서 마찬가지로 5억 포인트로 [치프 연금술사]를 스무 명 고용하고, 5억 포인트를 추가로 투자해 [숲 지기] 다섯 명을 고용했다.
엘븐 나이츠까지 투입된 [영초] 재배는 엘프의 종족 특성과 세계수라는 사기적인 존재에 힘 입어 한나절 만에 첫 [영초]를 수확해 냈고, 그 뒤로 하나둘 [영초]가 만들어지는 족족 [영단]으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네이비 랭크의 [영단]이 열 개가 모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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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숙소(Commandery) [Rank: Navy]
주군을 위해 강건한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검을 들겠다.
역경도 우리를 해할 수 없고, 어떤 고난도 우릴 멈출 수 없다.
우리는 공포에 맞서는 주군의 방벽이며, 주군의 땅을 끝까지 지키는 수호자로다.
1. 최상급 엑스퍼트 기사 [240,000]
2. 마스터 기사 [5,000,000] + [영단]
3. 그랜드 마스터 기사 [50,000,000] + [영단]
4. 엘븐나이츠 [소환 완료]
5. 창천의 날개 [소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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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포인트를 투자해 그랜드 마스터 기사 열 명을 소환했다.
더욱이 깃단 숙소가 네이비 랭크가 된 직후,
“와. 이게 네이비 랭크?”
“이게 그랜드 마스터의 벽을 넘는 기분이군요.”
…
기존에 소환한 [엘븐나이츠]와 [창천의 날개] 기사단 전원이 네이비 랭크가 되었다. [문을 여는 열쇠]의 힘을 받고서도 네이비 랭크의 스탯이 1 혹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생전에 넘지 못한 벽을 넘었다는 것에서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이들 앞에서,
“너희는 벽을 넘은 건 아니고, 벽 위에 서 있다고 봐야지.”
“맞아. 반쪽 짜리지. 진짜 벽을 넘은 동일 스탯의 그랜드 마스터랑 붙으면 열 번 싸우면 열 번 다 진다.”
마기스테르와 녹투오스가 초를 쳤지만,
“그게 어디에요!”
“맞아요!”
…
특별한 두 기사단 소속 강자들은 반쪽짜리라도 감지덕지했다. 반쪽짜리라도 일단 마스터인 블루 랭크 강자들보다는 강하다는 거니까.
“이것들이! 좋긴 뭐가 좋아!”
“너희는 영주님이랑 붙어도 진다니까?”
두 꼰대가 열심히 딴죽을 걸면서 좀 더 수련에 열중하길 바랐지만, 지금 당장은 먼 이야기였다.
아무튼, 불과 30시간도 안 지나서 영지에 네이비(Navy) 랭크 강자가 이백을 넘기는 순간에,
“끼이엑?”
이 괘씸한 종족이 유토피아에 등장한 거다. 호랑이들 사이에 던져진 양처럼.
“반갑다. 나는 이 영지의 주인 이요한이다. 인간이지.”
“인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모로 꺾었던 에픽 놀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만족스러운지 ‘끼익!’ 하는 웃음을 지으며 내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계약서는 확인했지?”
“확인했달!”
“좋아. 그러면 [광산]으로 안내하지. 도구가 필요한가?”
“아니달!”
“에픽 놀은 전용 장비가 있달!”
“손에 안 맞는 걸 쓰면 안 된달!”
“장인은 도구를 가린달!”
…
벌써부터 혼란스럽다. 그리고 마지막에 너.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가 맞는 말 아니냐?
[광산]이라는 말에 주변에서 네이비 랭크의 마력을 피워내는 강자들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특수 광물이 나오는 [광산]에 49마리의 에픽 놀을 안내하고 24시간을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고 방치했다.
그리고 다시 24시간이 지나고, 에픽 놀이 유토피아에 온 지 48시간이 지났을 때,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녹투오스가 네이비 랭크의 마력을 위압적으로 흘려대며 [광산]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