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화
포인트
고약한 취미 내지는 마치 어린애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게임 감각이라는 것일까. 나는 한 장의 점수표를 만들고 있었다. 소녀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의 기간은 알고 있었으므로, 일하는 사이에 하나씩 항목을 메워가고 있었다. 머리 글자에서 딴 단순한 암호 같은 것과 점수 계산을 반복하는 나를 보고 동료가 웃고 있었다. 핸드폰 게임이나 무언가의 공략이라고 생각했겠지. 필승법을 알아내면 알려달라고 까지 말해왔다. 승패 같은 것은 없지만, 유효하다는 것을 알게되면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더 가볍게 말하자면, 폭력과 성욕을 섞어 만든 광기의 산물 정도일까. 소녀를 놀이 상대로 삼고 싶었기에 그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직접적으로 상처를 입힐 생각도 없고, 상처받았으면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정신 나간 짓거리를 실행하니까 말로 나는 머리가 이상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며, 참회 또한, 아니다. 그런 것 같다는 사실일 뿐.
그녀는 다섯 살로, 적어도 십 년 정도는 자립해서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십 년은 내 놀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나를 증오하며, 짙은 살의를 안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기른 아이에게 살해당한다면, 나쁘지 않다. 반대로 의존증이 되어 나를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고 내가 진심으로 소녀를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마 기쁘게는 느끼리라.
무책임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감각이었기에 그녀에게 말도 안 되는 게임을 강요했다. 손수 만든 점수표를 넘기면서 미안하다고는 생각했다. 국어를 잘 하는 아이에게 산수를 강요하는 정도의 가벼운 죄악감이다. 그것보다는, 나이 먹은 어른이 진지하게 점수표 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한 부끄러움이 더 컸다.
다섯 살이라는 연령치고는 표정을 숨기는 것이 능숙한 소녀였지만, 입길이 일그러지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똑똑한 아이인 것 같으니, 번듯한 생활을 보내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시설보다는 나을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설은 많은 아이를 안고 있어, 원장을 비롯한 직원은 사적인 감정을 버리고 떼어놓듯 미움받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성이 없는 집단은 가능할지도 모르는 화목보다는 능숙하게 반목시키는 편이 존속하기 쉽다고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곧바로 자기 방을 받은 지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한 대우겠지.
점수표에는 행위의 이름과 포인트 수가 적혀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키스를 하면 5포인트, 펠라티오로 100포인트라는 느낌이다. 실제로는 키스와 딥키스의 포인트가 다르고, 뺨을 비빈다거나 곁잠을 잔다, 말미에 냥을 붙인다는 농담같은 것도 있다. 더욱 말하자면, 나 혼자의 발상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재되지 않은 것은 모두 상담하며 정하게 된다.
뒷면에는 그 포인트의 사용처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그녀의 개인실을 유지하려면 한 달에 100포인트가 필요하다. 정확히는 방의 열쇠이며, 지불하지 않는 경우 언제든 내가 들어가도 상관없는 것이 된다. 사적인 공간이 일절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절실한 문제를 들자면, 식사 한 번에 필요한 포인트가 5점. 먹기 위해서 매번 키스를 해야만 한다.
휴지나 물과 같은 것까지 포인트를 쓰게 하고 싶었지만, 과연 거기까지 관리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참은 결과 소녀의 방이나 거실이 오수투성이가 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온 집안에 냄새가 밴다면 웃지 못할 농담이다. 대신, 입욕이나 세탁, 속옷류를 포함한 의복은 모두 포인트제가 되어 있다.
요컨대, 자존심을 일절 버리고 내게 아양을 떤다면 시설도 아닌 일본의 대부분의 아이보다 유복한 생활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자존심을 지닌 채 계속 거절한다면, 잠자리 조차 없는, 자라왔던 시설보다 못한 생활을 보내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라고 소녀에 말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가능한 한 저항해주었으면 한다. 즐겁게 지낼 뿐이라면 게임이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귀여운 소녀에게 빠져 보내는 나날도 나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