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화
방
슬슬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그녀에게 준 방의 기한이 끝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고 있을까. 모르고 있다고 해도 알려줄 필요는 없다. 되도록 직전까지 조용히 있고 싶다. 생각할 시간이 없는 편이 더 재미있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충분히 타일러 사고를 흐리게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질 것 같다고는 생각한다. 대부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치스러운 고민이긴 하다.
관찰해보아도 그녀가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았다. 점수표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모습도 없다. 키스는 익숙해져 있고, 가끔 하는 딥키스나 손가락을 핥는 작업 또한, 친숙해진 느낌이 있다. 변함없는 매일이란, 그것만으로도 그녀에게 있어 충분히 행복하겠지. 행복 속에서 머리를 굴릴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결국에는 난 중간을 선택했다. 당일이 되자, 방에서 나온 그녀는 빠르게 키스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먹이를 기다리는 병아리처럼, 식사가 옮겨져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준비를 돕거나 요리를 옮기거나 하지 않는다. 세상의 다섯 살 아이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와 비교하자면 상당히 나태하게 느껴졌다. 애완동물에 가까웠으니, 지금처럼 사랑받는 모습이 올바를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끝마친 그녀가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손을 붙잡고 방문을 잠갔다. 내 방문 또한, 잠가두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장소는 거실이나 화장실 정도밖에 없다. 눈앞에 비둘기라도 떨어진 것 같은,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외출 준비를 끝마친 나는 그녀에게 점수표를 확인시키고 기간이 끝났음을 고하며, 그대로 출근했다.
그녀가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동시에 다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주었다. 어떤 결론을 내게 될지, 퇴근이 기대된다.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이에도, 동료와 점심을 먹는 사이에도, 귀가의 전철 안에서도 계속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점수표만으로 말하자면 방의 권리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성적인 일을 해야만 했다. 고간을 보이거나, 펠라티오를 한다는 행위는 레이트가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이 개월이나 삼 개월은 벌 수 있다. 반대로, 키스와 같은 가벼운 행위라면 꽤 많은 횟수를 해내야 한다. 횟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부끄러움은 희미해져 간다. 지금조차도 키스에 관해서는 저항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거의 십 년은 이어질 그녀와의 생활이 단 한 달만에 마모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능하다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다.
어찌 됐든, 그녀의 결단 나름이기는 하다.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것을 지시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게임 따위 하지 않았다. 자유를 부여하고 예상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즐거운 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돌아와서 보니 거실의 쓰레기통이나 의자, 책상 같은 가구의 배치가 바뀌어 있었다. 한 장소가 사각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어, 마치 숨겨진 장소처럼 되어있다. 과연 어린아이 다웠다. 재미있는 시도였다. 확실히, 참는 것에 더해 이런 궁리를 한다는 발상은 없었다. 방이 하나 쓸모없게 되어버리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대놓고 심술을 부려도 재미가 없다. 냄새가 심한 식재료를 고르거나, 불쾌한 음악을 흘린다면 그녀도 금방 포기하겠지. 하지만, 그것들도 강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거실에서도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내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방이건 거실이건 상관없이 내가 없으면 혼자 있을 수 있다. 다소 주변을 가리면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 그렇다면, 나 또한, 방을 나와 거실에 있으면 된다. 요컨대, 끈기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