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2화 (12/450)

1년 12화

화장실

장소는 한 곳밖에 없다. 나와 그녀가 둘이 함께 있어 의심받지 않을 화장실이다. 물론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화장실은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가능하다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후미진 장소가 적당하겠지. 아주 많은 사람이 일하고 놀며 생활하는 거리에서도 신기하게 아무도 오지 않는 화장실은 존재하는 법이다. 나도 몇 가지 짐작 가는 곳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사실, 난 점수표를 만든 이후로 한 번도 스스로 자위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디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저번 사정에서는 상당히 대량으로 진한 것이 나왔다. 나 조차도 미안하게 느껴졌을 정도다. 그러니까 내 희망으로서는 그녀에게 성행위, 손이나 입으로 해준다면 기쁘겠지만 아쉽게도 선택할 권리는 그녀에게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초경도 맞이하지 않았으며, 성욕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 남녀 간 몸의 차이에 관해서는 대략 알려주었지만 남성이 사정으로 인해 성욕을 해소하고, 그러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고양되어 간다는 것들을 알지 못한다. 저번은 반 이상 유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녀가 스스로 선택해줄 가능성은 희미하다.

물론 그녀는 외출하면서 점수표를 챙겨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종이는 없었지만 초안 단계의 것을 PDF 파일로 가지고 있으므로 스마트폰으로 열람해볼 수가 있었다. 그것을 넘기고 대체로 4배 정도가 될 것으로 말했다. 일단 사칙연산은 가르쳐두었지만 다 기억하지는 못했었다고 한다. 몇 가지 더 이야기를 나누고 목적을 정했다.

정했다는 말 만을 하고는 장소를 이동하자고 재촉해왔다. 나로서는 직전까지 모른 채로 있는 편이 기대되기는 하다. 푸드 코드 뒤편에 있는 계단으로 향했다. 두 계층 정도 내려가는 도중에 화장실이 있다. 건축법상으로 필요했던 것일까, 대체 누가 사용하는가 싶은 장소에 설치되어있다. 그녀가 먼저 들어가게 하고 안을 살피게 했다. 누군가 있다면 돌아오는 절차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가 보자 생각대로 아무도 없었다. 가장 안쪽의 문만이 잠겨있다. 노크를 세 번 연달아서 하고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뒤를 돌아보아 확인하고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작은 개인 칸의 변기를 사이에 둔 장소에 나란히 서 있자니 그것만으로도 흥분이 된다.

그녀는 아래에서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는 지금부터 용무를 볼 테니 보도록 하라, 하고 지시했다. 요청도 아니지만 명령도 아닌, 정해진 사항을 확인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 어조가 묘하게 귀여웠다. 보라고 한다면 보자. 점수표는 마침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높은 레이트의 포인트를 붙여놓았겠지.

그녀가 허벅지 아래로 속옷을 내리며 변기에 허리를 걸쳤다. 작다고는 해도 사람 한 명이 앉으니 장소가 좁아서 정면에서 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선 채로 위에서부터 바라보아도 어두운 곳에서 소변이 나오고 있다는 상황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건 너무나도 재미가 없다. 거기서, 그녀에게 주문했다.

그녀의 속옷을 완전히 벗겨내고 원피스 한 장인 상태가 되게 했다. 그리고 덮개를 안는 듯한 자세로 변기에 걸터앉게 한다. 다리가 앞에 오지 않는 만큼 공간이 넓어져 어떻게든 나도 웅크려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녀가 방뇨하는 순간을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 순간의 모습은 잘 지켜볼 수 있다.

응, 하고 흘러나온 목소리와 함께 소변이 변기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게 보이는 것은 그녀의 등과 엉덩이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귀엽다.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인지 엉덩이가 오므려지며, 오목해져 있었다. 등은 약간 반대로 휘며 허리쪽은 앞으로 나서 있었다. 아무래도 변기의 위치가 약간 어긋나기 때문에 반대로 앉으면 조절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간의 각도를 조절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힘이 담긴 어깨뼈나 엉덩이를 손대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지만, 과연 그것은 룰 위반이겠지. 깜짝 놀라 화장실 바닥에 뿌리게 되어도 곤란하다. 머리에 손을 두고 쓰다듬는 것으로 그쳤다. 귀 위쪽 주변을 엄지로 왕복하고 있자니 소리가 점점 약하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용함이 돌아오고 나서 그녀는 곤란한 것처럼 이쪽을 돌아보았다. 손을 뻗어도 휴지가 손에 닿지 않는다고 한다. 얼른 종이를 뜯어 건네니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항상 자신이 쓰는 양보다 많다고 한다. 조금 닦아내기만 하니까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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