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3화 (13/450)

1년 13화

허세

속옷을 다시 걸치고 조심스레 나왔지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청소 담당의 체크 시트를 확인해보니 일단은 꼼꼼히 청소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시간에 한 번이었기 때문에 들킬 일은 거의 없었다. 만약 다음 기회가 있다면 이곳은 괜찮은 장소가 되겠지.

아이용 의복점은 따로 있는 듯해서 계단 옆의 리스트를 확인하고 이동한다. 가보니 명백하게 남아보다도 여아를 위한 상품이 더 많다. 다수의 바지나 셔츠, 파카 등이 늘어서 있지만, 그 정도였다. 여아는 바지에 스커트, 원피스. 상하의를 포함한다면 상당한 조합이 된다. 그녀를 따라 양복을 선택해갔지만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먼저 그녀는 직접 옷을 선택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어렸을 때는 부모님도 있었겠지만 철이 들었을 땐 이미 시설에 있었다. 오래된 옷을 물려 입을 뿐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었다. 자기만의 옷은 없고 입을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입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입어도 상관없다면 이야기는 빠르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여자다운 허세라고 할까, 자신감이 있다. 귀여운 것을 입고 싶다거나 자신을 더 좋게 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수족관에서는 주변의 아이, 특히 여자아이들로부터 자랑하는 듯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너무 긴 쇼핑 시간에 약간 불평을 말하자 그렇게 알려주었다. 좋은 옷을 입으면 누구에게도 불쌍하게 여겨질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대부분 점원이 가져온 것을 맞춰보고 확인하며 내가 평가를 하는 작업이 되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렀다, 는 생각이겠지.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몇 건의 가게에서 두 벌씩은 샀다. 그래도 가격표는 확인하고 있었으니 일단 낭비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는 듯하다. 다소 사양은 하는 모양이지만 영이 많은가 적은가 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것 같기에 별로 의미는 없었다. 뭐, 배려를 할 줄 안다면 경제관념은 언젠가 몸에 익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든 것을 입고 돌아가기 위해 두 번째로 들어갔던 가게로 되돌아왔다. 점원은 조금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옷이 이 가게의 것이었다고 변명을 해두었다. 기쁘긴 하겠지만 민폐이기도 할 것이다. 시착실을 빌려주기는 하겠지만 어서 나가주었으면 한다는 말을 언외에 포함해서 말해졌다.

그래도 그녀가 시착실에서 기쁜 표정으로 나오자 칭찬하며 구두까지 권하니까 약삭빠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약간 힐이 들어간 뮬 슈즈까지 사버리고 말았다. 실제로, 잘 차려입은 모습의 그녀는 사랑스러웠다. 오늘 하루 입고 다닐 것을 생각하면 광고가 되기도 하겠지.

가게를 나와 길을 걷고 있자니 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내 손을 잡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신기하기는 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관찰하지는 않았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곧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보다 초라한, 말하자면 못생긴 아이들을 찾고 있었다. 드러내고 웃거나 얕보지는 않겠지만 내심 기뻐하고 있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꾸짖을 생각도 없고,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꽤 성격이 나쁘다. 이런 느낌이라면 외출은 성공이라고 봐도 좋겠지. 그녀는 예상 이상으로 욕심이 있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강했다. 오늘도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내게 아양을 판 것이다. 머지않아 외출을 하고 싶다거나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조르게 될 것이다.

욕망을 조장하는 일이 충분히 달성되었으니 다음의 한 수를 생각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그저 아양을 떨기만 하는 아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지만, 돈을 위해 누구에게도 다리를 여는 인간 따위 단순해서 재미있지도 않다.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선택하는, 고뇌의 끝에 우행을 범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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