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4화 (14/450)

1년 14화

공부

하루하루가 즐겁다. 그녀가 온 이래로 자극에 가득 차 들뜬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일은 슬프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외로웠다. 예전엔 가족 넷이서 사용했던 맨션의 일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으면 허무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녀는 과묵하지만 사람 한 명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활기 있게 느껴진다. 집에 돌아왔을 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있다.

내 취미이기도 하지만 매일 한 권이나 두 권 책을 사서 돌아온다. 만화나 라이트노벨 같은 읽기 쉬운 것도 있고 신서(新書)나 문고본 같은 오락도 있다. 담배의 역사가 적혀있는 전문서나 수화에 관한 내용이 적힌 것도 있다. 난독가라는 것이 되겠지만 결국엔 활자 중독이 아닌가 싶다.

난 그녀의 한정된 자유를 존중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성벽이나 취향에 맞도록 유도하려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성적인 일이 아니라 요리에 집착을 하게 하거나,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도록 하는 것들이다. 그 일환으로 한자나 산수,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다음 몇 시간 정도 구구단을 암기시키거나 한자나 영단어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녀는 수재도 아니고 특별히 이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열 가지를 가르치면 둘이나 셋 정도는 이해한다. 일반적인 아이라고 해도 좋다. 단지 매일 끈질기게, 정성스레 가르친다면 몸에 익게 된다.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으니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도록 접하고 있기 때문에 싫어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무언가 목표가 있는 편이 그녀 나름대로 리듬 있는 생활을 세우기 쉽다는 것도 있겠지.

또한, 이것은 그녀의 지적 레벨이 올라가지 않으면 회화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이 상대로 정치나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만, 과거에 부모나 누나와 나누었던 일상회화 정도는 재현하고 싶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어려운 나로서는 편한 기분으로 회화를 할 수 있는 상대는 가족 정도였다. 십 년 후에는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가능한 한 빨리 그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조금이지만 그녀도 다소나마 대화를 이어 나가주게 되었다. 키스하거나 손가락을 핥는 것들은 일상의 한 장면이 되었지만 그러한 행위 사이에 잡담 정도는 나눌 수 있다.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취급이지만, 2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여기까지 다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딥키스를 할 때 아무래도 어금니를 비비는 버릇이 있다. 그녀의 혀가 입안에 들어올 때, 내 혀나 입천장에 얽힌 뒤 오른쪽 윗어금니에 혀를 비빈다. 길 때는 이 삼분 정도는 계속해서 까칠한 감촉을 확인한다. 마음에 들었는가, 하고 물어보자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손가락을 핥을 때라면 마음에 드는 것은 제이 관절의 이음매주변이다. 앞니로 관절을 사이에 두고 주름을 가볍게 깨문다. 그럴 때 대부분 입술이 뿌리 부분을 물고 있어 손가락 끝이 혀를 넘어 목 부분까지 닿아있다. 이것도 일단은 물어보았지만, 그냥 단순히 물고 핥는 것보다도 입의 일부로 마시는 것처럼 하는 편이 편하고 헛구역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으로 나도 그녀로부터 왜 자주 머리를 쓰다듬는가 하고 질문받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아이를 칭찬할 때는 쓰다듬는 것이라고는 느낌도 있고, 딱 좋은 장소에 머리가 있기도 하다. 난 가족의 연소자로서 자라왔기 때문에 이번엔 누군가를 아이 취급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물어봤다는 얼굴을 하고 있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버무려두었다. 곤란할 때 머리를 긁고 마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방의 기한은 삼 개월 분 정도 있기 때문에 당분간 끊길 일이 없다. 새로운 양복을 샀기 때문에 목욕이나 세탁을 할 필요가 생겼다. 버릇을 알아차릴 정도로는 빈도가 늘었지만, 변화라고 해봤자 그 정도다. 온종일 만나는 사람도 없고 공부 정도밖에 할 일이 없다. 닫힌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욕망이 부푸는 일도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딱 한 번 갈아입을 속옷이 갖고 싶다고 화장실로 불려간 적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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