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5화 (15/450)

1년 15화

속옷

백화점에 갔을 때는 단 한 번의 행위로 고가의 옷을 몇 벌이나 샀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올지도 모르는 장소라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고려한다면 안전이 확실한 자택의 화장실은 값싼 속옷을 몇 장 사는 정도가 타당하겠지.

그때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겠지. 속옷을 벗어 던지고 매끈한 엉덩이를 보이며 뒤를 향해 앉아있다. 하지만 이번엔 자택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문을 열어놓아도 아무도 지나가지 않고, 열어두기만 하면 내가 웅크려 앉을 만큼의 공간이 생긴다. 이쪽을 보고 다시 앉으라고 지시했다.

조금 불만스러워 보였다. 바닥에는 조금 전까지 입고 있었던 속옷이나 숏 팬츠가 있었다. 굳이 뒤를 돌아앉는 것도 귀찮았겠지. 그게 내 한마디로 의미 없는 행동이 됐다고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녀의 뜻에 따라줄 생각은 없다. 손으로 재촉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마지못해 돌아앉았다.

그런 종류의 비디오에서는 양변기에 양다리를 걸치고 재래식처럼 앉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그편이 고간이 더 잘 보이고 방뇨하는 모습 또한, 알기 쉽다. 철학까지는 아니지만 그건 조금 어떤가 하고 생각한다. 플레이의 일환으로는 좋을지도 모르겠으나 너무 부자연스럽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을 상정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하게 화장실에 들어가서 용무를 본다는 일상적인 장면을 엿보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갈등을 그녀에게 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대대로의 것이 눈앞에 있었다. 숏 팬츠 위에 입는 장식의 스커트이기 때문이겠지. 길이가 짧다. 조금 어둡지만 가까워지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슬쩍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자 시선을 오른쪽 위로 돌렸다. 부끄러우니 굳이 보지 말라, 는 것이겠지. 입 모양을 시옷 자로 굽히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변기로 고개를 돌리자 물방울이 이쪽을 향해 날아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도 느꼈지만, 꽤 앞을 향한 각도이다. 엉덩이를 조금 움직이면 내 얼굴까지 날아오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게 되어도 화내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다 이런 각도로 날아가는 것을까. 남자의 것은 사람에 따라 좌우로 구부러지듯 여성 또한, 배설하는 각도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만져보면 각도가 바뀌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 호기심을 채우는 것은 당분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가 그럴 맘이 들지 않는다면 평생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소변이 일단락된 후 조금 지나자 작게 방귀 소리가 들렸다. 남은 것이 없는지 힘을 주던 차에 괄약근까지 달한 것이겠지. 얼굴을 바라보자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배뇨를 타인에게 보인다는 것 자체가 사람의 존엄을 상당히 깎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귀는 방귀대로 부끄럽다고 한다. 듣지 못한 척을 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았기에 포인트를 가산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앉은 그대로인 자세로 발로 차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 서둘러 문을 닫았다. 아이의 힘으로 맞더라도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대로라면 물방울이 바닥에 튈지도 몰랐다. 청소를 하는 것도 귀찮다.

과연 이번에는 그녀를 데리고 여성의 속옷 가게까지 갈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양복 정도라면 흐뭇한 가족처럼 보이겠지만 속옷 판매점은 범죄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만큼 그러한 의혹이 생길만한 행동은 피하고 싶다. 도둑이 파출소에서 길을 묻는 것과 같은 이치로 위험한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는 없겠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서 주문하기로 했다.

컴퓨터의 화면을 보여주며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어본다. 이것도 그녀의 권리이니, 적당히 골라서 주는 것도 어떤가 싶었다. 내가 옆에서 앉아 보고 있는 것이 싫은 눈치였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므로 방임할 수는 없다. 결국, 한 장에 천엔 정도 하는 고가의 속옷을 선택했다. 가격을 잘 모른다는 것도 있겠지만 선택한 물건이 비싼지 싼지 정도는 알겠지. 무엇을 입는지 알려지는 이상 싼 것을 고르기 싫다는 프라이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상한 부분에서 자존심이 세다.

다소 고급스러운 여성 속옷은 세탁기에 넣으면 못쓰게 된다, 고 누나에게 들은 적이 있다. 손빨래용 세제와 용법을 출력하고 전달해둔다. 버리게 되면 기회가 늘어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알면서도 막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읽지 못하는 한자가 많아서 몇 번이고 불려가 그녀의 속옷으로 시범까지 보였기 때문에 곧 본인보다 속옷의 취급에 숙달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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