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6화 (16/450)

1년 16화

그래서, 그녀의 뺨을 주무르게 되었다. 무엇이 계기였을까, 나란히 서서 요리를 하고 있었을 때 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뺨이 유난히 하얗다는 생각이 들어 뺨을 꼬집어 보거나 잡아당겨 보았던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탄력이 있다. 찹쌀떡 같은 피부 라는 표현이 있지만, 확실히 찹쌀떡 같은 느낌이다. 한편으로 어디까지고 늘어날 것만 같은 피부를 그쳐두는 살의 느낌 또한, 있다.

성욕을 느끼거나 욕정한 것은 아니다. 강아지의 꼬리를 쓰다듬거나 고양이의 육구를 누르는 것처럼 한번 해보면 그만둘 수가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때는 분명, 필러를 가지고 감자나 당근의 껍질을 벗기고 있던 그녀가 굉장히 귀찮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잡아당기며 놀고 있자 갑자기 그녀가 새까만 눈동자가 되어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를 내고 있을까, 절망하고 있을까, 짜증을 내고 있을까,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여러 감정으로 가득 찬 표정을 보고는 서둘러 손을 뗐다. 원망을 사는 것은 상관없지만 싸움만은 싫다. 난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상처받고 만다. 싫어하는 식재료를 요리에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지만 평소부터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식사가 일단락되고 한숨 돌린 시점에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싫지 않다면 뺨을 만지게 해주지 않겠는가, 하고. 가능하면 정기적으로 만지고 싶을 때 만지고 싶으니 점수표에 정식으로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키스나 손가락을 핥는 것은 이미 루틴 워크가 된 느낌이 있지만, 그에 비하더라도 뺨을 만지는 것은 가벼운 행위이므로 가볍게 허가를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도 만만치 않아서 내 쪽에서 말을 꺼낸 것에서 눈치채고 레이트를 올리려고 교섭해왔다. 레이트나 교섭 같은 말은 모를 테지만 여자라는 것은 날 때부터 교섭에 능숙하다. 그녀가 생활이 곤란하지 않는다는 것도 크다. 식사에 목욕, 세탁 같은 필요한 것들이 충족되어있기 때문에 뺨을 만지는 일이 가볍더라도 더 큰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싫으면 싫은 대로 곤란한 것은 나밖에 없다.

반찬을 한 가지 늘린다거나 사 오는 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제안은 전부 기각당해서 그녀의 제안을 기다리게 되었다. 일자가 바뀌거나 길게 끌수록 내 열이 식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은 아니겠지만 열심히 생각해서 나온 결론은 쇼핑에 동행하는 일이 되었다. 외출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슈퍼에 따라와서 직접 물건을 사보고 싶다는 듯하다. 덤으로 원하는 것을 한 가지 살 수 있는 권리도 붙여왔다.

승낙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곤란한 일이 있다. 그녀에 대해서는 주변에 설명해두지 않았고, 당분간은 숨겨둘 생각이었다. 초등학교에 올라간 이후라면 친척의 아이를 기르게 되었다고 소개할 생각이었다. 지금 알려지게 된다면 왜 보육원에 맡기지 않았냐며 추궁받게 된다. 난 조금 더 둘만의 생활을 즐기고 싶다. 식재료를 사들이는 일은 주말에 몰아서 하고 있었고 모자라는 만큼은 귀가할 때 역 앞에서 끝마쳤다. 한 번 외출한 적이 있었지만, 횟수가 늘어나면 발각될 가능성은 현격히 올라간다.

생각한 끝에 그녀를 위한 쇼핑을 심야에 결행하기로 정했다. 주말 낮에 둘이서 나가는 것은 문제가 너무 많다. 의미는 없겠지만 그녀를 따라 슈퍼에 갈 뿐이라면 심야에 역 앞의 24시간 영업의 슈퍼로 가는 편이 리스크가 적다. 아이를 심야에 데리고 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매번 하는 일은 아니니 타협하자.

교섭이 성립한 후 곧바로 뺨을 만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은 요리 중이었기 때문에 한 손으로 한쪽 뺨이었다. 지금은 양손이 모두 비어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만질 수 있다. 뺨 중에서도 눈 아래 주변의 뼈가 있는 부분과 턱의 라인에 있는 부분은 감촉이 전혀 다르다. 더 말해보자면, 귓불 주변의 감촉은 상당히 좋다.

다행스럽게도 뺨을 만지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껏 만질 수가 있었다. 도중에 그녀가 질려 하기 시작해서 TV를 틀었다. 손가락의 배로 붙잡아 감촉을 맛보는 것도 즐겁지만 손가락 전체나 손바닥으로 뺨에 닿는 것도 나쁘지 않다. 따스한 열기가 베어나오듯 전해져 무척이나 즐겁다.

신이 나서 뺨을 붙잡고 턱 아랫부분까지 손가락으로 만지기 시작하자 그녀가 본격적으로 화내기 시작했다. 거기는 틀리다, 약속하지 않았다, 라고. 계약위반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뺨인가 하는 철학을 깨달아도 어쩔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녀의 지적을 받고 나 또한 납득하고 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