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18화 (18/450)

1년 18화

과자

그녀는 때때로 과일을 조르게 되었다. 여성에게 있어 단 음식이란 중요한 것이겠지. 확실히, 어머니도 누나도 달콤한 것을 아주 좋아했다. 어머니는 화과자를, 누나는 케이크를 좋아해서 잘 맞물리지 않는 대화를 하고는 했었다. 누나와도 비교적 사이가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양친이 돌아가신 이후로 거의 교류가 없었다. 결국, 남매라는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외로운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연락은 하지 않았었다. 지금 내 곁에는 그녀가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녀는 딸기나 바나나 같은 달콤한 것만이 아니라 오레인지나 키위 같은 신맛이 강한 것도 좋아했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시험 삼아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주어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다고 해서 뭐든지 사주는 것은 의미가 없고 단것만 먹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머지않아 그녀는 TV에서 본 과자를 만들어보고 싶어 했다. 마들렌이나 쿠키, 푸딩 같은 것들이다. 책만 읽어서는 온종일 심심하기도 했겠지. 한자가 많아 어려운 것들은 손을 대기도 어렵기 때문에 읽을 수 있는 책은 많지 않다. 공부의 성과도 나오기 시작해서 사전과 함께 도전해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숨 정도는 돌리고 싶겠지.

꽤 여자아이다운 취미이고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냥 해줄 이유는 없다. 제과 도구의 종류는 의외로 고가인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잘못하면 이전 백화점에서 산 옷들과 비슷한 정도의 금액이 될지도 모른다. 쿠키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찜이 가능한 냄비도 없고 오븐에서 부드럽게 구워내기 위한 형틀도 없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게 하고 좀 더 고급스러운 것을 만들고 싶어졌을 때 그에 맞춰 행위의 등급을 올리면 되겠지. 밀가루나 설탕, 달걀에 우유 같은 것들은 대부분 집에 있는 것을 사용할 수 있다. 단지 버터만큼은 우리 집의 냉장고에 상비되어 있지 않다. 마가린이라면 있지만, 그것으로 대용한 쿠키는 먹을 가치가 없다.

다행히 계량기나 볼, 채 같은 것들은 남아있었다. 과자를 만들 때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누나가 가져갔지만 겹치는 것들은 두고 간 모양이다. 아무튼, 필요한 재료들을 사용할 대가를 지불해주었으면 한다. 사실 대가 보다는 그녀가 망설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지만.

온종일 점수표를 노려보고 있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는 식후에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해왔다. 그 표정을 보자 무엇을 할 것인지 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리를 재빨리 마치고 정리도 끝마쳤다. 식탁에 돌아오니 점수표가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중의 한 곳을 가리키며 이걸로 하려고 한다, 고 말했다. 거기에는 입욕이라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같은 욕실에 둘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다. 몸을 써서 씻기거나 매트 플레이를 하는 옵션도 아래에 적혀있었지만 이번엔 극히 평범한 것으로 한다.

같은 욕실에 들어가 같은 욕조에 잠긴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나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욕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전에 몸을 보여준다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결단에 일일이 참견할 생각은 없다. 언젠가 눈치챌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반성하면 되겠지.

이야기가 끝났을 때 그녀가 오늘은 같이 욕실에 들어가니 손가락을 핥지 않아도 되겠지, 하고 말해왔다. 듣고 보니 확실히 욕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대가를 치른 것이니 그 전제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것을 예상하고 입욕을 선택한 것이라면 생각한 것보다 똑똑하게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방으로 돌아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서 돌아오자 그녀는 이미 알몸이 되어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언제든 마음대로 들어가도 된다고는 말했지만, 옷을 벗는 과정을 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어쩐지 주도권을 전부 쥐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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