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9화
목욕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문이 안쪽으로 열리기 때문에 잘못하면 부딪힐지도 모른다. 으응, 이라거나 아~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문을 살짝 열었다. 내 쪽에 등을 향한 형태로 그녀가 머리를 감고 있었다. 하얀 피부가 눈부시지만, 등줄기는 조금 앙상하다. 이 몇 개월 동안 살집이 조금 붙기는 했지만, 아직도 아이다운 둥그스러움 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유난히 하얀 것은 집 안에만 있으며 밤늦게만 외출하기 때문이겠지. 그에 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
스스로 머리에 손을 뻗는 모습이 묘하게 서툴러 보였다. 누군가가 머리를 씻겨준 적이 없고, 감는 방식을 배운 적도 없겠지. 시설에서는 기본적으로 타올로 몸을 닦기만 했고 목욕은 아주 드물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땐 대충 씻겨지고 조금이라도 손이 가지 않게 되면 더는 신경 쓰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머리를 씻겨주겠다고 생색내듯 말하고 머리에 손을 올렸다.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녀는 우물우물 무언가 말하려고 한 것도 같고, 머리를 흔들었지만 뭐 상관없겠지 싶었다. 무언가 트집을 잡는다고 해도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머리를 씻겨진다는 것은 일종의 쾌감이다. 식사나 배설과 같을 정도로 기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어른에게 욕실에서, 라는 시츄에이션은 거의 없는 일이다. 아이의 특권이니까. 함께 욕실에 들어온 것은 내 욕구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해야 할지, 난 이발소나 미용실에 갈 때 씻는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는 했다. 이 사람은 머리 뒤부터구나, 라던가 귀 위쪽을 비비면 기분이 좋구나, 라는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 무언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지금 발휘된 것이다. 특히, 매끈한 피부와 머리가 난 주변은 쾌감이 강하다. 힘은 약하게 하지만 꼼꼼히 마사지한다.
이렇게 보면 씻겨주는 것도 쾌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달리 그녀의 머릿결은 가늘고 숱이 많다. 거품을 머금은 머리카락 안에 손가락을 넣어보면 탄력 있는 감촉이 느껴져 아주 재미있다. 개의 털을 쓰다듬는 것 같은, 모포 따위를 만지는 것 같은 비슷하지만 다른 감촉이 느껴진다. 두피를 붙잡듯 쥐어보자 머리의 형태를 잘 알 수 있다. 울퉁불퉁하지는 않지만 약간 일그러진 모양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몇 번이고 마사지를 반복했다.
얼마나 그렇게 하고 있었는지, 이내 그녀의 머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리뿐만이 아니라 어깨나 팔도 흔들린다. 본인에게 자각은 없겠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에 질리기 시작했겠지. 행운인지 불행인지 우리 집의 욕실은 통풍이 좋지 않아 욕조의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감기에 걸릴 걱정은 없겠지만 재빨리 거품을 떨어트렸다.
샤워기를 욕조로 향하고 수도꼭지를 비튼다. 십 초 정도 기다리고 그녀의 머리에 조금씩 뿌려간다. 꼭 하고 눈을 감고 입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래를 향하게 했던 기억이 있지만 시키지는 않았다. 아마도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배려겠지만 앞으로 기울이면 코에 들어가니 비슷하겠지. 옆으로 물을 뿌리지 않는 한 귀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머리끝에서 아래로 거품을 씻어내며 머리를 풀어갔다. 귀 뒤편이나 목덜미 등 스스로는 건성이 되기에 십상인 부분을 꼼꼼하게 닦았다. 나였다면 이렇게 해주었으면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타인에게 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움이다. 공략법을 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귓바퀴에도 의외로 거품이 묻어 남아있는 법이다. 검지의 끝을 넣고 위에서 아래로 씻어간다. 감촉으로 보자 역시 굳어있는 비누가 묻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인 남성의 손가락은 굵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걸렸다. 힘을 넣으면 쉽게 피가 나오기 때문에 천천히 조금씩 떨어트려 간다. 사실, 귀 안쪽까지 봐주고 싶었지만 손가락으로는 한계가 있다. 목욕을 하면 피부가 약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 기억해 두었다가 조만간 귀 청소를 제안해보자.
머리를 깨끗이 씻기고 바라보자, 피부에 머리칼이 달라붙은 그녀의 모습은 귀여웠다. 평소의 삼 할 이상은 귀엽게 보인다. 그렇게 말해도 아이다운 귀여움으로, 색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펠라티오 같은 비정상적인 시츄에이션도 아니기 때문에 흥분을 느끼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