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0화 (20/450)

1년 20화

하는 김에 그녀의 몸도 같이 씻기기로 했다. 좀 전에 머리를 감긴 것을 포함해서 허락을 받아야 하나 생각했지만, 욕실에서 알몸으로 할 일이 아니다. 점수표도 없고, 몸이 식어버린다. 폴리에틸렌으로 된 욕실용 타올에 샴푸를 걸치고 거품을 낸다. 재빨리 끝낸 뒤 그녀의 몸에 슬쩍 가져다 댄다. 거절할 틈도 없이.

힘이 들어가 몸이 기울어져도 곤란하니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맨살에 닿은 것은 수족관에서 손을 잡았을 때였나. 펠라티오를 하며 머리를 붙잡은 적도 있지만 순수하게 살에 닿는다는 의미로는 처음일지도 모른다. 별로 어떻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주의하며 등을 밀자 때가 잔뜩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뭉쳐진 것들이 거품 표면에 보였으니. 그러고 보니, 나도 어렸을 때는 등을 잘 못 씻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지금도 잘 못 할지도 모르지만. 자기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제대로 씻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시험 삼아 타올을 건내고 평소에 어떻게 씻는지 시켜보았다. 그러자, 한 손으로 타올을 꾹 눌러 쥐고 열심히 등의 구석을 문지르는 것이었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지만, 일단은 씻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곧바로 타올을 뺏어 다시 씻기기 시작했다. 등을 끝내고 겨드랑이 부분도 문지른다. 늑골이 희미하게 떠오른 모습이 병적으로 비추었다. 나도 옛날엔 그랬지만, 지금은 훌륭하게 살이 쪄 늑골따위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건 과연 어떤가 싶지만, 역시 그녀는 조금 체중을 늘려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과자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칼로리가 높은 것을 먹다 보면 싫어도 살이 찌겠지.

팔뚝을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타올로 감아 씻겨간다. 너무 가는 탓에 나도 모르게 힘을 줄 것 같았다. 익 이나 윽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아마 아팠기 때문이었겠지. 몇 번 하다 보니 힘 조절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중한 느낌으로 닦아보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다리도 한쪽씩 정성을 들여 씻겨간다. 좌우를 끝마치고 목덜미로 손을 옮겼다.

원래라면 처음에 목을 닦았어야 했다. 등이 가장 크기 때문에 먼저 손을 대고 말았다. 먼저 뒷목을 닦기 시작해 귀 아래, 목 주변까지 미끄러져 간다. 그야말로 힘을 주면 질식해버릴 것만 같아서 쓰다듬는 정도로 그쳤다. 그녀는 목젖이 나와 있지 않았다. 여성이고 어린아이이니 당연하겠지만, 이상하게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인체의 신비이다.

조금 저항은 있었지만, 가슴이나 배, 앞쪽도 씻도록 했다. 등과 팔을 씻으며 감각을 잡았으니 딱 좋은 힘 조절로 씻을 수 있었다.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부풀어있지도 않았으니 거의 등과 비슷하다. 어깨에서 가슴, 아랫배까지 순서대로 문질러간다. 젖꼭지와 유륜을 확인해버리고 만 것은 남자의 숙명이라는 것일까. 그곳만은 더 신경 써서 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고간은 청결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때가 쌓이고 냄새도 생긴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한다. 여성 사이에서는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겠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양 없이 만지는 것도 좋지 않겠지. 그녀가 내게 내놓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슬쩍 타올로 닦고 없었던 일처럼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을 꺼내는 것은 어색하다 싶었는지 가만히 있었다.

양쪽 다리도 허벅지에서 무릎, 발목까지 씻어내린다. 경험상 무릎 뒤편이 가장 기분 좋기 때문에 그곳만은 시간을 들였다. 간지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겨드랑이를 씻을 때도 딱히 반응하지 않았다. 둔감한 타입인걸까.

머리와 달리 샤워는 적당히 흘려내는 정도로만 했다. 거품이 다 떨어졌는지 확인하려면 피부에 직접 닿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강제로 몸을 씻겨지고 살까지 만지는 것은 조금 어떤가. 그것은 하나의 경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욕조에 잠기면 비누가 남을 일도 없겠지. 그런데, 나 자신은 꽤 즐길 수 있었지만 이것을 매일 하는 세상의 부모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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