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2화
과자만들기
보고만 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몰래 손을 대거나 훈수를 두고 싶어진다. 기본적으로 TV의 어린이용 방송을 보면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순서가 틀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녹화해둔 것을 정지하고 되감아 재생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내 귀찮아진 듯 내게 리모컨을 던졌다. 물과 밀가루가 묻어있던 탓에 내 손까지 더러워졌다.
그렇게 리모컨 담당을 하게 된 것까지는 좋으나 그래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저울을 잘 쓰지 못하겠다거나, 채를 잘 흔들지 못하거나, 이유는 몇 가지 있다. 평소부터 요리를 돕게 하고 있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가장 큰 원인은 계획적인 작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우왕좌왕하며 도구가 필요해질 때마다 찬장을 뒤집고 있다. 뒷정리를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물론 나 혼자 정리할 생각은 없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
설탕과 버터, 달걀을 섞은 것은 그것만으로도 달콤하고 맛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밀가루를 넣는 것이 아쉬워진다. 한 번 맛보게 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먹게 된다. 그건 이해하겠지만, 리모컨 담당을 세워두고 요리사 혼자 먹고 있다니 어찌된 일인가.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손가락을 핥아본다.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평소에 그녀가 하듯이 관절이나 손톱을 가볍게 깨문다. 손톱과 피부 사이에 물든 것들이 깨물 때마다 혀에 퍼진다. 아이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 여자아이는 설탕이나 바닐라로 되어있다는 말이 있다.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렇게 발라보니 비슷한 느낌이라고는 생각했다.
그녀가 손가락을 빼려고 하기 시작해 그만큼 빨아당겨 보았다. 쮸릅 이나 쭙 하는 소리가 나며 손가락이 빠지지 않는다. 힘이 모자라지는 않을 테니 뺄 생각을 잃은 것이겠지. 눈을 바라보자 눈물이 고여있었고 입을 한일자로 앙다물고 있었다. 나이 먹은 어른이 하기에는 기분 나쁘다는 것일까.
손가락을 떼어내고 씻으라고 말했다. 하는 김에 양이 줄어든 볼에 설탕과 물을 더해간다. 분량은 적당하게. 버터나 달걀로는 잘 조절되지 않는다. 밀가루를 채로 흔들어서 뿌린다. 어렸을 때 무엇이건 알았어 알았어 하고 말버릇처럼 중얼거리는 여성이 과자를 만드는 책을 읽었다. 그것에 빠져 남매가 함께 과자를 만들고는 했었다. 푸딩이나 애플파이, 롤빵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쿠키는 매우 간단한 메뉴다. 요컨대, 촉촉해진 밀가루를 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설탕이나 버터는 향미료일 뿐. 전자레인지의 오븐 기능은 우수하기 때문에 잘 보고 있기만 하면 타지 않는다. 팔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맛있는 것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맛이 부족하다면 잼이라도 얹으면 된다.
그런 적당함이 용서되는 것은 쿠키 정도이기 때문에 처음 과자를 만드는 아이에게 가르칠만한 것은 아니겠지. 즉,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만드는데 성공해봄으로써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적극적이 될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주걱으로 섞거나 모양을 만드는 작업은 그녀에게 맡겼다. 채도 반 정도 끝낸 다음 건넸다. 다소는 도왔다고 할 수 있다. 만족감이 없지는 않겠지. 옆쪽에 남겨둔 별이나 하트 모양의 틀을 누르는 것이 생각보다 즐거운 모양이다. 아이답다고 할까, 여자라고 할까.
레인지의 사용법을 알려주며 철판을 넣고 스위치를 누른다. 부엌에 있는 발판을 사용해도 레인지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다. 위험한 일이 생길 수가 없다. 일단 뜨거워지기 때문에 꺼낼 때도 맨손으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자 방으로 돌아가더니 금방 돌아왔다. 다시 가고는 되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이 기다리기가 힘든 모양이다. 레인지를 들여다보려고 방방 뛰는 모습은 재미있었지만 귀찮았다. 책이라도 가져와서 여기서 읽으면 어떠냐고 말했지만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뛰는 타이밍에 맞추어 한 번 두 번 하고 입으로 세자 그제야 멈추었다. 마치 철상처럼 레인지 아래에서 가만히 굳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