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4화 (24/450)

1년 24화

진공

점점 짜증이 나는 것인지 단지 여유가 없는지 움직임이 난잡해진다. 트렁크스를 이로 물고 잡아당기고는 그대로 찢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해결된다면 별로 상관없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무리겠지. 엉덩이 사이에 옷감이 파고들어서 기분이 나빠질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벨트와 후크를 풀었다. 바지의 위쪽만을 연다. 단추를 풀지 못하겠다면 그대로 트렁크스를 끌어내려서 벗기도록 말했다. 아마 그편이 더 빠르겠지. 계속하는 것도 싫지만 도전하던 것을 그만두는 것도 별로인 모양이다. 노려보고 있다. 요리를 하거나 과자를 만들 때 미소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부정적인 얼굴이 더 기억에 남는다.

조금 기대하고 있기는 했지만 정말로 만화 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무심코 웃고 말았다. 물론 머릿속으로만 그치고 입에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표정을 숨기기는 했어도 분위기로 눈치챈 모양이다. 내 물건이 뛰쳐나와 그녀의 코에 맞은 것이다. 흥분해서 커져있기도 했고 바지가 내려갈 때 반동이 생길 테니까. 그녀도 실컷 가지고 놀아보았으니 예상 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지만 입에 문 트렁크스를 놓지 않고 물고 있었던 것은 장했다.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만 잘 전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어쩐지 분한 표정으로 올려다본다. 조금 더 끌어내리고 입을 놓자 트렁크스의 고무가 가운데에 걸쳐져 끝부분은 나왔지만 배에 딱 붙은 형태가 되어버렸다. 그대로 입에 물려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 배를 같이 핥고 있었다.

처음에는 핥짝핥짝 하고 고양이처럼 핥고 있었지만, 지난번의 일을 기억해낸 것인지 입으로 물었다. 그녀는 그대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반쯤 고무가 짓누르고 있어 좋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핥고는 팟 하고 입을 떼자 물건이 기세 좋게 배를 때린다. 처음엔 잘됐다는 식으로 장난을 하더니 그럴 때마다 배에 몸을 기대야 한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배에 몸을 기댄다는 것은 그녀가 상반신을 움직여 내 고간을 넘으며 봉사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생각해도 굴욕적인 일이다. 그녀는 묘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곧 방법을 바꾸었다.

한 번 더 트렁크스를 입에 물어 고무를 끝까지 내리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그대로만 잡아끌어도 엉덩이 쪽이 벗겨지지 않는다. 그것을 모른 채로 몇 번이고 시도하기에 뒤쪽도 내리도록 말해보았다. 앞으로 뒤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어떻게든 다 내릴 수 있었다. 몇 번 정도 왕복했을 때 갑자기 등을 맞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내 엉덩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만 것을 눈치챈 것이 아닐까.

여기까지 해서 겨우 준비가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일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흥분하고 있었다. 쿠퍼액이 흐르며 몇 번 왕복하는 동안 달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는 그녀가 한 일은 쓸데없는 행위가 아니었다. 이다음이 어이없게 끝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짜증을 낼 것 같지만.

고무가 없어지자 위를 향하고는 있었지만, 배에 닿을 정도는 아니었다. 육십도 정도의 각도일까. 지금까지 답답했던 탓인지 저번과 같을 정도로 기세 좋게 입에 물었다. 끝부분을 시작으로 가장자리나 옆부분까지 혀를 기고 있었다.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시든 물건을 다시 세우기는 쉽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사정에 달하지 못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에는 그녀 혼자서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저번 이후로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무언가 가르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사정시키기 위해서는 핥을 뿐만이 아니라 빨아들이면서 머리를 움직여 넣었다 빼는 편이 좋다고 말해보았다. 이전에 무리하게 시켰던 것은 요컨대 그런 것이다. 그녀도 이해가 된 모양이다.

마침 구멍도 뚫려있었기 때문이겠지. 빨대라도 빨아들이는 것처럼 사정없이 빨아들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진공 펠라티오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원래 있던 흥분도 더해져서 무언가 말할 틈도 없이 사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목 안에 들어간 것인지 기침을 하며 입을 뗐다. 바닥에 토해내는 그녀의 뒷머리에 하얀 것이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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