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6화 (26/450)

1년 26화

파자마

평소대로인 척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녀 나름 기대되기는 한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접시를 모아 건네주는데, 꽤 힘이 넘쳐 보였다. 욕실에 가거나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모습까지도 신나 보였다. 어른스러운 아이는 어른스러운 대로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이 있는 것이겠지. 단지 그런 식으로 보고 싶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요행을 기대한다면, 진실된 모습까지도 볼 수 있다. 정말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문제가 아니다.

외출도 위험하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그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 가깝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심야의 슈퍼 정도밖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녀도 남들만큼은 영리하기 때문에 가는 길은 충분히 기억하겠지. 처음 한 번만으로는 어렵겠지만 두 번, 세 번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기억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두 번이나 세 번은 걸어 다닐 필요가 있다. 밤의 도로는 차가 한 대도 달리지 않아 교통신호를 잘 지키지 않지만 낮은 그럴 수가 없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경험이 필요했다.

당일에는 집에서 초등학교를 따라 역으로 향했다. 평소의 성과로 집에서 역까지의 길은 기억하고 있다. 집에서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역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기억하고 있다면 멀리 가더라도 집에 돌아올 수 있다. 돌아오는 길도 같은 길을 지났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걸어 다녀도 크게 이상하게 비추지 않는 길도 있다. 젊은 아버지와 딸이라는 느낌으로 걷는다. 잘 감추고 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잠옷을 살 장소는 어디라도 상관없었지만 모처럼 나온 것이니 멀리까지 나와보았다. 사기만 한다면 슈퍼나 양판점이라도 상관없다. 역 앞에 얼마든지 있으니까. 아이용은 수가 적지만 싼 것이라고도 좋다면 없지는 않다. 도내의 백화점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프라이드가 높은 그녀는 백화점을 가고 싶어 하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부지런히 걷고 있는 것은 단순히 멀리 나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잠옷은 시착을 해볼 수 없기 때문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서점을 들러 잠시 둘러보고 그다음에 잠옷을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책은 살지 아닐지 모르지만, 잠옷은 확실히 산다. 짐이 늘어나는 것은 나중에 하는 편이 좋다. 그런 논리도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무튼 먼저 보고 싶고, 시간을 들여 골라보고 싶다는 것이다. 말을 듣지 않는 나쁜 아이 같지만, 어쨌든 아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 나 혼자서만 서점에 가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은가보다.

파자마를 고르는데 패션쇼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몇 벌이나 손에 들어 확인해본다. 다섯 살에게는 다섯 살의 고집이 있는 모양이다. 주변에 비슷한 손님이 있어, 어머니나 조모겠지. 여성들은 딸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모친이 있다면 아버지는 놀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해 보이는 남성도 몇 명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나를 보고 공감했는지 쓰게 웃으며 날 맞아주었다.

친근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깊게 관여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자식에게 봉사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촉감이나 통풍성, 디자인의 귀여움은 모두 아이를 위해서이다. 난 다르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옷을 고르고 있지만, 그것은 내게 봉사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 그녀는 자신을 팔아서 생활하기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딸이 옷을 갈아입는 정도는 도울지도 모르지만, 그 살결에 닿기 위해서 단추를 푸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잠옷이라고 해도 다섯 살 정도면 남녀 구분이 없다고 한다. 크기와 색은 다르기 때문에 대체로 구분이 되기는 한다. 빨강이나 분홍은 여자아이, 파랑이나 초록은 남자아이용이겠지. 하지만 빨강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파랑이 좋은 여자도 있다. 취향의 문제도 크기 때문에 그저 구분일 뿐이다. 그중에는 레이스나 프릴이 달린 화사한 것도 있었다. 척 봐도 귀여워 보이기 때문에 그녀도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지만 포기했다.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본인다운 얼굴이고, 식사를 잘 섭취하게 된 이후로 얼굴이 둥그러졌다. 아이다운 귀여움은 있지만 화사한 옷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셔츠와 바지가 세트로 된 일반적인 파자마를 골랐다. 파스텔 컬러의 파랑과 노랑으로 소년 같은 청결함이 있다. 꽤 시간을 들인 것 치고는 꽤 평범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럴 것이라면 좀 더 빨리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입에는 담지 않는다. 내 쪽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물어봐도 예스나 노만으로 대답한다. 누나에게서 배운 처세술이다. 계산대 옆에 인형 옷 같은 느낌의 옷이 있기에 함께 구입했다. 너무 아이같은 것은 싫어하겠지만 그런 편이 배덕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판점에 어른용 코스프레 용품이 있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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