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8화 (28/450)

1년 28화

정조교육

무엇을 말해도 괜찮고, 무엇을 말해서는 안 되는가. 애초에 어떤 관계인가. 그런 설정을 생각해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세세하게 만들어도 실수하기 쉽다. 생각할수록 현실과 멀어지는 느낌도 들고, 다 기억할 수도 없으니 귀찮기도 하다. 친척의 아이를 시설에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점수표는 타인에게 알리지 않는다. 이 두 가지만 지키도록 하면 되겠지. 잘못되면 거기까지일 뿐.

백화점의 최상층에는 서점이 있다. 한 층 전부가 책으로 가득 차 있어 마치 꿈만 같은 공간이다. 우리 집도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탓에 꽤 책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만화나 라이트노벨, 문고의 신간을 둘러보고 있자 그녀가 손을 이끌었다. 만화도 싫지는 않겠지만 표지만 보고 있어봤자 지루하겠지. 잠깐 시간을 죽이는 정도면 모를까.

그녀를 데리고 어린이 코너로 간다. 그림책을 건네자 잠깐 읽어보더니 되돌려놓는다. 그림이 많은 책은 졸업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동용의 얇은 책이 있었던 것 같은데. 포푸라사의 포푸라문고나 코단샤의 푸른 새 문고는 조금 이른 느낌도 들지만, 그쪽 방향이라면 마음에 들것이다. 게임기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에게 들려줄 생각은 없다. 히카루 겐지 같은 것이니 취향대로 키우는 정도는 괜찮겠지. 긴 흑발과 책이 잘 어울리는 소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까.

하지만, 그림책 중에서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관심을 끈 모양이었다. 어른 중에서도 팬이 있을 정도이니 어린아이는 참을 수 없지 않을까. 스스로 사달라는 말은 이중의 의미로 하지 않겠지만 미안한 점도 있다. 손에 들어 살 물건에 더했다. 꽤 이르긴 하겠지만, 13세의 헬로워크도 손에 들었다. 그녀와 일에 대해서 배우고 생각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번듯한 생활을 의식시키는 편이 즐겁기도 할 테니.

이런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원조교제나 물장사에도 저항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어도 불평은 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된 그녀를 사랑할 자신은 없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현재를 참고 버텨내 장래에 내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편이 바람직스럽다. 극히 평범한 사회를 의식시키는 것이 정조교육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갑작스레 소변이 보고 싶은지 보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내 의사를 묻는다면 보고 싶다. 보고 싶지만,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그녀였을 것이다. 보여주기만 한다면 손해도 아닌 데다가, 사주는 물건이 늘어나면 이득이라는 생각인 것일까. 보여주고 싶다면 보겠다고 대답하자 얼른 혼자서 화장실로 걸어갔다.

그 일이 있고 조금 지나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을 때 농담으로 보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무시하리라고 생각했지만 보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예정이 전혀 없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의외였다. 아마 그녀 자신도 생각했겠지만 남이 방뇨하는 모습 같은 것을 봐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단순한 호기심이겠지만 놀랍기는 하다.

사람이 적은 계단을 골라 조금 이동하자 역시 화장실이 설치된 장소가 있었다. 계단 중간에 반드시 화장실을 설치해야만 하는 법이 있는 것일까. 층 중앙에 두는 것보다는 편의성이 좋다는 발상인 것일까.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우편함이 빨간 이유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그녀와 했던 것처럼 조용히 개인 칸에 들어갔다. 그녀를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고 변기 커버를 올린다. 거기서부터 벌써 신기한 모양이었다. 여성은 커버를 올리는 일이 없기 때문이겠지. 지퍼를 내리고 물건을 꺼낸다. 커버를 올리는 것보다도 훨씬 평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변기를 보면서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다. 어째서인지 싫은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어째서는 아니다. 남이 방뇨하는 모습은 보는 것이 아니다.

끝마치고 돌아보자 휴지는 쓰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남자는 소변 정도로 휴지를 쓰지는 않는다고 답하자 더욱 싫은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묻자 용무를 보던 도중에도 변기에서 소변이 찔끔찔끔 튀는 것이 신경 쓰였다고 한다. 스커트에는 묻지 않았느냐고 웃으며 물어보자 꼬리를 확인하는 강아지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것을 핥고 있는 것이다, 라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그 탓에 앞으로 하지 않게 되는 것도 무섭다. 조용히 웃고 있기로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