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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29화 (29/450)

1년 29화

누나

누나를 만난 것은 오랜만이었다. 예전에는 멀리하던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세월이 흘렀음을 느꼈다. 누나는 동안에 키도 작다. 초등학교 때는 이미 지금의 모습이었다. 중학교에서 조금 키가 컸지만, 지금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드물게 별 내용 없는 메일이 오는 정도로 누나와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적극적으로 불렀던 적은 없다. 직접 만나는 것 또한, 양친의 장례식 이래겠지.

누나가 시집간 곳은 엄격한 집안인 모양이라 격식에 이상한 고집이 있었다. 양친의 장례에서도 누나는 친족석에 앉을 수 없었다. 앉지 않았다. 일단 집을 나온 몸으로 생가의 친족을 자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난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대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을 따르는 사람도 있다. 누나도 남편도 그에 대해 딱히 거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에 앉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이전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렵다.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고 명확한 선을 그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먼저 부모를 사고로 잃고 이어서 누나마저 잃은 것이다. 죽은 것은 아니지만 더는 가족조차 아니다. 슬프지만, 그런 일이었다.

양친의 사인은 교통사고였다. 평소엔 사이가 나빴던 두 사람이 어째서인지 홈센터에 함께 외출했다. 운 나쁘게 승용차가 운전석을 들이받아 타고 있던 사람을 박살 낸 것이다. 일시 정지 표지판을 보지 못한 것인지, 주의하지 않았는지. 상세한 일은 잘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사람은 죽는다.

내가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모든 일을 변호사에게 맡겨 사인만 해두었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수소문하고 조사하여 사죄를 받아낼 생각은 없었다. 사죄를 받는다고 해서 양친은 돌아오지 않는다. 돈은 많아서 나쁠 것도 없지만 무엇을 받건 간에 용서할 생각은 없다. 그런 사람이 재판을 해봤자 무의미하다. 난 딱히 냉정하지도 유능하지도 않다. 이성으로 보이는 범위의 일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게 되면 폭력을 휘두를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어머니는 저축가로 상당한 양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 맞벌이이기도 했다. 누나와 둘이서 나누어도 평생 벌 수입의 반은 될 정도의 금액이었다. 상대측에서 보낸 사죄금도 상당한 액수였다. 이건 순수하게 변호사의 실력 문제였다. 이들을 가지고 그녀를 샀다.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살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고가 없었다면 가족을 돈으로 살 일도 없었다.

누나와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난 그녀에게 성행위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혈연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싫을 정도로 맛보았다. 누구와 누가 부모자식 간이며 피를 나누었든 간에 가족이라는 굴레는 간단하게 풀린다. 한편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두 사람이 가족관계를 쌓아 올리는 것은 어렵다.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일 뿐이다. 혈연이 아닌 타인을 가족으로 삼는 것은 혼인밖에 없다. 아이와는 혼인을 맺을 수 없으니 가까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선택한 것은 내게 생활을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런 논리를 펼친다 한들 이상 성벽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행동이 변하지도 않는다. 돌고래가 자신이 돌고래임을 알아챈다고 한들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렇다. 돌고래인지 로리콘인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다.

누나를 부른 것은 단순한 이유였다. 그녀가 바랐다. 그녀는 입학식에 특별한 기대를 안고 있는 모양이다. 부모가 함께 출석해서 앞으로의 인생을 축복하는 것이다. 뭐,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상상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남녀 두 사람이 오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시설의 연장자가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찌 됐든, 난 친구가 적기 때문에 누나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친구 아이의 입학식에 나와주지 않겠는가, 하고 말해봤자 누나는 알아챌 것이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들킬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아이를 한 명 키우고 있으니 출석해주었으면 한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누나니까 어느 정도 상상이 갈 것이다. 동생의 성벽까지 이해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상상하기는 쉽다. 쉽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동생을 범죄자로 고발하기도 싫을 것이고, 시댁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사실을 파악할수록 입을 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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