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화
긍지
누나는 돌아가면서 몇 가지 물건을 가져갔다. 그것은 부모의 유품을 나누는 일이기도 하고, 나와의 결별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의 거절을 내가 부정하지 않았으니 누나에게 있어서도 나는 타인이 된 것이다. 더는 이곳에 올 수 없으니 추억이 남은 물건들을 남겨둘 수 없었겠지.
주로 낡은 스푼이나 식기, 앨범이었다. 책장의 책은 양해를 구했다. 아직 그녀가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나에게는 낡은 추억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앞으로의 것이었다. 책도 소중하게 보관되기보다는 읽히는 편이 좋겠지. 부모의 얼굴이 남아있는 앨범에는 미련이 남았지만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다. 난 그녀와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그녀와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식재를 자르고 볶으며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누나에게 들은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누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들어보자, 그렇게 예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가 봤을 때는 누나의 작은 키나 체형도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겠지. 누나가 작다고는 해도 다섯 살 아이만큼은 아니다.
성격은 어땠는지 물어보자 나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불필요한 말은 일절 하지 않지만 눈치가 빠르다. 무언가 필요하면 먼저 준비해준다. 실제로는 누나와 내가 닮은 것이 아니다. 어머니가 우리를 그렇게 키운 것이니까. 그러니까 언젠가는 그녀도 닮을 것이다.
나쁜 부분은 없었는지 물어보자 그것도 없다고 한다. 미인에 성격도 좋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굳이 말하자면 데려가 준 곳이 모두 작고 마음에 드는 옷이 적었다. 그게 조금 불만이었다고 한다. 누나는 시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아무리 누나 명의의 유산이 있더라도 전업주부라면 쓰기가 어렵다. 그녀는 그런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불만을 말하면 안 된다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새삼 물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점이었다.
왜 누나를 따라가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나와 대화한 것을 밝혀야만 했다. 알려져서 곤란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되면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 가져다 붙인듯한 대답을 들어도 의미가 없다. 망설이고 있자 그녀 쪽에서 말을 꺼냈다. 이번엔 나와 좀 더 큰 가게에 가고 싶다며.
입을 옷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옷을 사줄 생각은 없다. 그렇게 말해보았다. 사실 그녀는 나름대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니 그걸 거부할 권리는 내게 없다. 유유낙낙하게 따를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 동물원에 가서 동물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 삼아 동물은 질렸으니 박물관에서 뼈를 보고 싶다고 말해보았다. 그러자, 그럼 박물관에 가자고 말했다. 그녀는 뼈 같은 것은 전혀 흥미 없을 텐데.
누나는 요리를 잘한다. 나도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더. 애초에 여성으로서 몸에 익힐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어머니라는 존재가 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싫어도 숙달된다. 도시락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해서 괜찮다면 셋이서 외출하자. 그렇게 말하자, 그럼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리를 더 잘 만들고 싶다며, 요리책을 사줬으면 한다고 했다. 거기서 한 번 더 누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질문하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는지, 의도를 눈치챘는지. 내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사람은 치사하다, 라고 말했다. 미인에 성격도 좋고, 내게 들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날 때부터 아무런 부자유가 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것이 치사하다.
아마도, 누나는 너무 완벽한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봤을 때 누나는 완벽해 보였다. 누나는 누나 나름대로 고민을 안고 있지만 아이는 알 수가 없다. 누구보다 좋게 보이고 싶다는 것은 여성들의 습성이다. 게다가 그녀가 지내온 환경과 비교하면 유복한 삶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모에게 버려지고, 의지했던 곳에서 팔려온 것이니까. 그런 축복받은 사람에게 동정받으며 살아가기보다 나 같은 변태에게 몸을 파는 편이 긍지 있다. 적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다.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