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33화 (33/450)

2년 3화

인사

아무도 없어진 거실에 지금은 둘이 함께 있다. 그게 무척 기뻤다. 혼자 의자에 앉아 식사하거나, 혼자 잠들지 않는다. 직장과 집을 왕복할 뿐 누구와도 교류가 없는 생활은 이제 없다. 고독했다. 돈으로 산 관계지만 그것만으로도 난 기뻤다. 그녀에게는 민폐일 뿐이겠지만, 팔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난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

눈을 감고 있자 그녀의 작은 손이 볼에 닿았다. 눈 아래를 계속 비비고 있다. 유리의 컵을 닦는 것처럼 몇 번이고 세심하게 왕복한다. 습기가 느껴졌다. 왜 그런가 싶어서 눈을 열자 시야가 흐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작은 아이와 키스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는 우스워보이겠지. 이상자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만은 이상하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여기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와 친하게 지낼 수가 없기 때문에, 강제로라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아들인다. 아이가 어머니의 가슴을 빨아들이듯 그녀에게 매달렸다. 얼버무릴 생각은 없었지만, 오늘 나는 특히 한심했다. 이십이나 떨어진 아이를 마치 어머니에게 그러듯 안기고 있었다. 아이의 체온의 높음이 마치 모성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지금의 그녀는 평소보다 체온이 높게 느껴졌다.

몇 번이고 부드러운 입술을 물자 그녀 쪽에서 받아주었다. 응석을 받아주듯 상냥하게 입술로 쓰다듬어준다. 머리나 등을 쓸듯 내 입술을 애무한다. 혀로 세게 핥아보자 꾸짖는 것처럼 밀어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팔도 다리도 지쳐 감각이 마비되었다. 단지 손에서 놓기 싫은 마음에 힘을 놓지 않고 서 있었다. 그녀가 내 머리를 팡팡 두드렸고 그것이 끝내자는 신호임을 알았다. 슬며시 바닥에 내리자 그녀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양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매정한 태도가 왠지 외로웠다. 나와 그녀의 관계는 분명, 그런 것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재빨리 마친 요리는 평소보다 잘 되지 않았다. 요리 도중에 손을 놓으면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긴 하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는지 평소보다 조금밖에 먹지 않았다. 이를 닦은 다음 곧장 내 손가락을 물고 욕실로 달려갔다. 샤워를 하는 소리가 유난히 귀에 남는다. 언젠가는 그녀도 떠나간다. 어딘가의 누군가의 앞에서 샤워를 받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또다시 혼자서 여기에 앉아있겠지.

내일부터 그녀도 초등학교에 입학해 수업을 받는다. 세계가 넓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얼마나 비정상적인 환경에 있는지 알게 되고 친한 친구를 만들어 내 손에서 멀어져간다. 이별의 날을 향하는 확실한 한 걸음이겠지. 차라리, 학교 따위는 다니지 못하게 하고 손에 닿는 곳에서 기르는 편이 좋았을까.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밖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같은 곳에 앉아 같은 것만을 한다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장하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간은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들인 애완동물처럼 놀고는 있지만, 그녀는 인간이다. 인형이 아니다. 사회에 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몸에 익혀야만 한다. 내가 더 먼저 죽을 것이기에, 유산은 남기더라도 사교술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시점에서 집을 나갈 것이다. 그녀의 생활까지 생각해줄 필요는 없었을까. 지금 이렇게 이별에 고민할 정도라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도록 속박하는 것이 좋았을까. 범죄자가 타인의 인생을 걱정해줄 필요 따위는 없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그때가 와도 역시 고민할 것이라고는 예상이 됐다.

샤워가 끝나고 문이 열린다. 몸을 닦고 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알았다. 거실과 복도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녀는 내 모습이 보일 것이다. 나도 그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돌아볼 수는 없었다. 그런 추태를 보이고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나를 보았을까. 보기도 싫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어떤 식으로 보일까.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말을 건네왔다. 망연히 시간을 보내고, 시계를 보고 욕실에 들어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때 눈치챘다. 그녀가 내게 인사를 한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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