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34화 (34/450)

2년 4화

학교

아무 일도 없이 다니는 것 같았다. 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고, 직장에 연락이 오지도 않는다. 느슨해졌을 때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언제까지고 긴장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 되건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녀는 대부분 호의적으로 대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친구도 만들고 주변에서 사랑받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공부를 강요하고 있던 탓에 머리가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입고 있는 옷도 좋은 물건이고, 요리나 세탁 같은 가사 또한 할 수 있다. 운동은 잘 못 하지만 여성으로서는 매력적이겠지. 특히, 성격이 겸허하다는 부분이 호감이 가는 요인인 모양이다. 내가 봤을 때 그녀는 자존심이 세고 오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이해한다.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사는 것에서 오는 자존심이 그녀에게 있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태평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주변을 볼 때마다 열등감 또한 느끼겠지. 그녀가 몸을 팔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는 증명이다. 드세면서도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겸허하다는 의미였다.

재밌는 일로 그녀가 말하는 친구는 부모가 모두 있고, 유복하며, 귀여운 소녀밖에 없었다. 입학식이나 자기소개를 했을 땐 나도 있었지만,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편밖에 없는 가정도 많았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반의 대부분은 그렇다. 그녀의 친구가 부모님이 건재한 사람뿐인 것은 의도적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부모님이 양쪽 모두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의 히에라르키는 가장 밑바닥이라는 것이 된다. 그런 그녀가 상층을 노리고 있으니 재미있다.

부모가 있건 없건 상관없는 일이다. 친구는 마음 맞는 성격으로 골라야 한다. 라고 말하기는 쉽다. 여섯 살에게 참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모가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그녀의 생활이 변할 일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건 그녀의 인생이며 부모가 모두 있다고 해서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다. 웃으며 듣는 것만으로 딱히 참견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가 말했겠지. 부모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는 아이는 적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와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 아이가 대부분이라고. 그녀가 날 어떻게 설명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존심이 높은 그녀는 같이 들어간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최근엔 곧잘 욕실을 권하게 되었다. 키스는 키스대로 하고 있으니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욕실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머리나 몸을 닦아주게 된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렸다. 몸을 가리지도 않고, 저항하는 일도 없어졌다. 힘을 빼고 몸을 맡기며 방심하듯 기분 좋게 있었다. 어리광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있는 가정은 애정을 받는 가정이라 말해도 좋다. 부자가정이나 모자가정을 나쁘게 말할 생각은 없지만, 생활 설계가 정돈되고 장래를 준비하며 아이를 잘 키우는 가정이 많겠지. 가면 부부라고 해도 아이에게는 상냥하다. 그런 가정의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듣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애정이 느껴져 외로운 기분이 든다. 그런 불만을 나와 욕실에 들어가는 것으로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에 입학하면 주변에 영향을 받아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기쁜 오산이었다. 별다름 없이 보살펴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욕실에 들어갈 때가 가장 상냥하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 아기라도 어르듯 온몸을 보살펴주니 애정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익숙해진 탓인지 그녀의 피부에 닿으면 흥분하게 되었다. 이전엔 아이에게 접하는 느낌으로 상냥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성욕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다. 익숙하니까 말로 아무 일 없이 끝마칠 수 있었다. 같이 욕조에 들어가자고 한 적도 있었지만, 그것만큼은 거절했다. 온몸을 직접 느끼며 하복부가 접촉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거두었을 때보다도 지금, 어제보다도 오늘이 더,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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