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36화 (36/450)

2년 6화

박물관

학교에서 요리를 돕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는 듯하다. TV에서도 아이용 요리방송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렇게 드물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흥미는 있지만 하지 않는 아이가 많기 때문에 방송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발 끈 묶기나 술래잡기 방송까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저녁을 만들 때마다 이번엔 무엇을 만드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평소에 요리를 하면서 이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은 적다. 햄버그나 달걀 프라이같은 명확한 이름이 정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채소와 고기를 볶아 맛을 내거나 국물을 내는 음식들에 이름 같은 것은 없다. 요리나 조미료의 이름으로 적당히 이름을 붙여보자 대강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한 모양이다. 그럼 이건 이렇게 하고 직접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에이프런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았다.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실용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양복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라면 그런 옷을 입고 요리를 하지 않으면 된다. 웬만큼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기름이 묻거나 하지 않는다. 그녀가 외출복을 입고 있을 때는 갈아입히지만, 그런 정도다.

언젠가는 알몸 에이프런이라는 것을 보고 싶다는 욕구는 있다. 단지, 초등학생을 알몸으로 만들어 에이프런을 입혀도 별로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단순히 알몸이라면 욕실에서도 볼 수 있다. 애초에 그녀 혼자 요리를 하게 둘 수 없는 이상 옆에 나란히 서 있게 된다. 가만히 뒷모습을 바라볼 기회도 없으니 별로 의미가 없다.

입어보고 싶은지 물어보자 그보다는 요리모에 흥미를 나타냈다. 그건 그것대로 별 의미가 없지만, 코스프레 같은 느낌이라면 모르지는 않았다. 땀이 차고 머리가 날릴 정도로 격한 요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길고 하얀 모자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 혹시 에이프런도 레이스가 붙은 귀여운 것이라면 입어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조사해보자 과연 아이용의 작은 요리모가 있는 모양이다. 모자뿐만이 아니라 바지나 백의도 있었다. 소방사나 경찰관, 간호사도 있었다. 아이의 변신 욕구를 이루어주는 간편 세트다. 인터넷에서 주문해도 좋지만, 같이 사러 가도 좋겠지. 이웃에는 누나를 데리고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일은 없다. 친척 아이를 맡고 있는 기특한 남성이라는 평가였다. 그런 가죽을 쓴 채로 지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동 나름이지만.

이전에 박물관에 가자고 했던 적도 있다. 그녀는 동물원에 가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가끔 정도는 좋겠지. 고래나 공룡 같은 동물의 뼈는 잘 모르는 아이가 봐도 나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대한 것을 올려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침착해진다. 고래에 비하면 나와 그녀의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일단은 선택하게 해주고자 전시 일람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오지 탐험이나 심해 생물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투어, 전 세계의 퍼즐을 모아두는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특설 웹사이트나 포스터에는 설레는 것들이 많아 그녀도 충분히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이것도 저것도 보고 싶다고 한다. 그저 그림이 늘어서 있는 미술관을 생각해보자면 박물관의 허들도 꽤 내려갔겠지.

단지, 한 가지를 돌아보는 데에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은 걸린다. 많은 손님 사이에 섞여서 돌아보기 때문에 시간도 체력도 소비한다. 점심 식사를 고려하면 두 가지가 한계겠지. 그렇게 설명은 했지만 내가 쩨쩨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보고 싶은 두 가지를 고르고 있었다. 결국은 이집트 유적과 심해 투어로 정해졌다. 이집트는 모르지만 미이라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붕대로 둥글둥글 말려있는 그것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주말까지 컨디션 조절을 해두도록 말하자 봄인데도 불구하고 스웨터와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춥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귀엽다. 더우면 더운 대로 땀을 흘리고 결국 컨디션이 나빠진다. 체온 조절을 하기 쉽도록 바로 벗을 수 있는 파카로 해두도록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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