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38화 (38/450)

2년 8화

꼬릿말

열심히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무척 흐뭇했다. 자기 입보다도 커다란 음식에 도전하고 있다. 옆으로도 크지만 여러 가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상당히 두껍기도 했다. 햄버거라고 해도 맥이나 롯데리아가 아닌 프레시니스지만. 식사에 대한 고집이 아니라 햄버거 주제에 조금만 넘어도 천 엔이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휴일 점심에 손님이 몇명 밖에 없는데도 유지가 되는 것일까.

패스트푸드 같은 것을 먹인 적이 없었던 탓인지 꽤 기뻐하고 있었다. 요즘은 매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더 좋은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만,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햄버거를 먹는다는 것이 아이의 기쁨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나도 이십 년 전엔 그랬던 것 같다. 그랬다는 기억은 있어도 느낌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꽤 대식가로, 하나를 다 먹고도 내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무언가 해준다면 한 개 정도는 더 사줄 수 있다. 보는 눈이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말을 흐렸지만, 뉘앙스는 알아들은 모양이다. 외출로 인해 기분이 들떴는지, 그만큼 즐거웠는지 몇 번씩 고개를 흔들며 수긍했다. 핸드폰을 달라고 하는 것은 점수표를 보고 싶어서겠지.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게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다짐해 두었다.

화면을 보고는 단 몇초 만에 결정한 듯 보였다. 그렇게까지 배가 고팠다기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부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냥 먹지 않아도 좋을 테지만 지금은 아직 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바로 먹고 싶어진다. 인간이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

후르츠 버거를 가리키고는, 먹고 싶다냥, 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되묻자 다시 한번 말했다. 핸드폰을 받아 확인해보자 점수표에는 분명하게 어미에 냥을 붙인다는 것이 쓰여있다. 믿기 어려웠지만 이해는 했다. 남자의 꿈의 하나다. 단지, 설마 외식하러 나온 패스트푸드점에서 들을 것이라고고는 생각도 못했다.

반쯤 멍해져 있자 빨리하라거나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쓰여있는 이상 그녀의 주장은 옳다. 옳았지만, 그대로 따르기는 왠지 분하다. 그대로 오늘은 온종일 어미를 그대로 하도록 말했다. 너무 길다거나 너무한다고 하기에 얘기를 나눈 결과 냥을 붙이는 동안은 선물 가게에서 토산품을 사도 좋다는 것이 되었다.

천 엔권을 한 장 건네고 계산대로 가서 사 오도록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있어서 첫 심부름일지도 모르겠다. 슈퍼나 옷가게에 간 적은 있어도 계산은 모두 내가 마쳤다. 직접 돈을 지불하는 것은 처음이겠지. 아무튼, 그 말을 듣고 그녀도 깨달은 모양이다. 첫 난관이다.

자리에 앉아서 귀를 기울이자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눈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걸 달라냥, 이라고 말하고 있다. 부끄러워서인지 우물거린 탓에 냐우 라던가 아우 하는 소리로 들린다. 그 때문에 점원이 되물었고 다시 말해야만 했다. 귀엽다기보다도 웃긴다. 다시 말한다고 해도 점원은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 하겠지.

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몇 분 전까지 있던 기세가 사라져있었다. 귀까지 붉어져서는 바닥을 노려보고 있다. 그래도 햄버거가 나오자 기뻐하며 베어 물고는 입맛을 다셨다. 속에 망고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꽤 신기하다. 미트 소스에 잼을 섞기도 한다는 것 같으니 이상하지는 않겠지. 그렇다고 해서 먹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 맛있는가, 하고 물어보자 쏙 손을 숨긴다. 맛있으면 뺏길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무 열매를 숨기는 다람쥐처럼 아무 말 없이 서둘러 먹기 시작했지만, 대신에 볼이 부풀고 있다. 입에 넣어버리면 뺏길 걱정이 없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매일 키스는 하고 있지만, 입으로 먹여주는 것은 해본 적이 없었다. 타액 교환까지 했으니 그녀가 내게 먹을 것을 넘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 씹은 음식은 맛 같은 것은 없겠지만 배덕적인 기분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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