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9화
아케이드
심해어는 기분 나쁘게 생긴 것이 많다. 물론 인류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생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족관에서는 얼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바라보던 그녀가 여기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지는 않겠지. 그 의견은 나도 동의한다.
물 아래에는 이런 것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해변에서 노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욕실에는 함께 들어가지만 수영장이나 바다에 간 적은 없다. 그런 시기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여름이 되면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녀는 아마 먼저 학교에서 풀을 체험하게 되겠지만.
알기 쉽기 때문일까. 모양이 기묘한 것, 빛나거나 색깔이 아름다운 것, 굉장히 커다란 것들이 넘쳐났다. 플로어를 가로질러 설치된 실물 크기의 대왕오징어가 압권이었다. 그 거대함 앞에서는 나와 그녀의 차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작해야 흡반 하나 정도다.
심해 투어 쪽이 더 인기가 있는 것인지 이집트전보다도 아이 동반이 많아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그녀는 그로테스크한 모습들을 보고는 기가 죽었는지 처음에 보였던 활발함이 꺾여있었다. 하지만 눈을 돌리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무서운 것을 보는 즐거움 정도는 맛보고 있는 것이겠지.
선물 가게에서는 꽤 많은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집트전에서는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미를 붙이는 룰이 있기 때문에 사면 살수록 이득이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의 교우관계와 처세술이 있는 모양이다. 같은 반의 누구누구에게 준다거나 갑작스레 선물을 받았을 때의 답례품을 사길 원했다. 이번에도 역시 돈을 건네고 스스로 사 오도록 말했다. 이곳은 어린아이가 많기 때문에 별난 손님에게도 익숙한 모양이다. 햄버거 가게만큼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기특하게도 그녀는 토산물 곁에 있는 서적 코너에도 발길을 돌렸다. 주변에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니 일반적인 일은 아니겠지. 어쩌다가 궁금했다거나 펄럭펄럭 넘기며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 나름대로 읽기 쉬운 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매일 책을 읽도록 교육해온 성과겠지. 딸바보 같은 느낌이겠지만 자랑스럽다. 머리를 쓰다듬자 손을 뿌리쳤다. 책을 고르는데에 방해된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서적 코너는 계산대가 따로 있었다. 업자가 다르기 때문에 POS 시스템이 다를 수도 있다. 이번에도 선물 코너에서 했던 것처럼 자연스레 어미를 붙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없는 장소이기 때문인지 분위기가 달랐다. 기가 죽었는지 책을 고른 다음에도 계산대로 가져가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부탁합니다와 고맙습니다 만은 입에 담는 것이 예의라고 가르쳐주었다. 로리콘 기질이 있는 것인지 계산을 하는 아르바이트까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저녁을 먹기는 조금 시간이 이르다. 집으로 돌아가도 저녁을 준비할 여유가 있었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다. 모처럼이므로 상점가까지 나가기로 했다. 언덕을 몇 분 정도 내려가자 유명한 아케이드 가에 도착했다. 요즈음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을 바나나의 특판세일이나 건어물, 해산물 등이 가득했다. 그녀가 좋아할만한 상품은 적을지도 모르지만 활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어린아이다.
꼬챙이에 꽂힌 수박이나 파인애플을 파는 곳으로 이끌리듯 걸음을 옮겼다. 이걸 먹고 싶다고 하기에 돈을 건넸다. 점원이 중국인이었던 탓에 냥 하고 말해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평범하게 꼬치를 건네졌을 뿐이었다. 모처럼이니 나도 멜론을 먹어보았다. 통조림에 수입품이니 어떤 계절이어도 놓여있는 과일은 변함이 없다.
멜론이 먹고 싶다고 하기에 그녀의 파인애플과 한 입씩 교환하기로 했다. 먹을 것을 나눠 먹는 것 정도로 의심받지는 않겠지. 욕실에 같이 들어가거나, 키스를 하거나, 그 이상의 일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도 평범하다는 감각을 잘 모르게 되었다. 새삼 생각해보지 않으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범죄인지, 이상해 보이는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집이라면 상관없지만, 바깥에서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