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41화 (41/450)

2년 11화

먹여주기

맛있는지 맛없는지를 따지기는 어려웠다. 맛은 차이가 없지만, 식감이 없다. 달걀말이처럼 흐물흐물한 것은 맛이 치우친다. 술을 마시며 앉아있는 내 곁에서 그녀가 요리를 입에 댄다. 스스로 먹는 것도 있고 내게 주는 것도 있다. 난 앉아서 기다릴 뿐.

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내 어깨를 두드리고 쭉 얼굴을 들이댄다. 신장 차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래에서 위로 흘러가게 된다. 몇 번인가 의자 위에 서서 그녀가 위가 되려고 했지만, 매번 그래서는 식사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그녀의 입에서 가져가는 방식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는 그녀가 혀를 내밀어도 내가 그녀에게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혀를 집어넣는다. 입에서 나온 음식을 보면 기분이 나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자 신기하게도 혐오스럽지는 않았다. 키스의 로망 같은 느낌은 적었지만 대신 생생한 감촉이 느껴졌다.

달걀의 달콤함이나 멸치의 쓴맛, 닭꼬치의 향기로움 같은 것에 그녀의 타액이 묻어있었다. 타액에 맛 같은 것은 없겠지만 어쩐지 그녀의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몇 번 정도 반복하자 그녀의 얼굴이 점점 붉어져 갔다. 흥분하고 있는가 생각했는데,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에 더해서 내가 마신 술이 입을 통해 그녀에게 흘러간 것은 아닐까.

오늘은 평소보다 더 귀여워 보였다. 열심히 날 돌보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입에 내지는 않겠지만 지금 그녀보다 사랑스러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고 얇은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도, 새기듯 흔들리는 머리도, 기쁜 듯이 요리에 젓가락을 뻗는 모습도 무척 마음에 든다. 머리를 쓰다듬자 재촉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요리를 건넨다. 그런 착각도 귀여워서 계속 쓰다듬고 말았다.

혀를 넣으면 아직도 어린아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작았으니까. 양 볼을 간단히 왔다 갔다 할 수 있고, 짧은 혀를 즐길 수가 있다. 어서 다시 식사하고 싶기 때문이겠지. 한 번 하는 시간이 짧다. 대신 식사를 요구할 때면 몇 번이든 키스해준다. 그럴 때마다 질리지도 않고 그녀를 사랑할 수가 있다.

특히 입술의 살은 감촉이 좋았다. 물어뜯을 일은 절대로 없지만, 그 감촉을 입술이나 혀, 이빨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물었다가 떼고, 다시 물고. 곧 그녀도 내 입술로 놀기 시작하고는 입안에 혀를 집어넣게 되었다. 거기까지 하자 이제 식사하고 있다는 것은 잊고 말았다.

그녀를 껴안아 무릎 위에 올렸다. 무의식적이었다. 이전에 그녀를 끌어안은 이후로 어딘가가 망가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허벅지에 걸터앉게 하고는 품에 안았다. 왼손으로 그녀의 등을 아래에서 위로, 등골을 따라 쓸어올린다. 가장 위에 닿으면 목 언저리를 따라 천천히 다시 아래로 쓸어내린다. 왕복할 때마다 팔 안의 온기가 더해지고 맞닿은 허벅지가 마치 젖은 것처럼 뜨거워져 갔다.

그녀는 마치 인형처럼 조용하고도 어른스럽게 가만히 앉아있다. 몸을 긴장시키지도 않았고, 온몸의 힘을 뺀 편안한 모습이었다. 어떤 이유인지 그녀에게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평소에는 기가 센 태도를 보이지만 막상 때가 되면 편안하게 몸을 맡겨온다. 낮에 머리에 얹은 손을 치웠던 것처럼 지금도 몸부림을 치면 된다.

팔을 두르듯 반대편에서 그녀의 목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움과 동시에 아이 특유의 탱탱함이 있다. 몸의 열과 대조적으로 목덜미는 묘하게 차갑다. 손을 두자 피가 흐르는 고동이 느껴졌다. 손의 열이 전해져 이내 땀이 차기 시작한다. 턱 아래로 미끄러지자 감촉이 또 달랐다. 가만히 끌어안은 채 앉아있자 고요함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전자음이 울려 손님이 내점한 것을 알렸다.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모양이다. 아쉬운 듯 손을 놓자 슥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가 건너편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를 마주 보며 일본주를 마셨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묵묵히 먹더니 이내 만족한 모양이었다. 젓가락을 놓았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 잡은 손은 평소보다도 열이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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