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2화
손톱
언제였을까. 요리를 돕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달걀과 빵가루를 차례대로 묻히는 작업은 혼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녀에게 달걀을 맡기고 난 빵가루를 묻히고 있었을 때였다. 눈앞에 손이 몇 번씩 오가기 때문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녀의 손톱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손톱도 유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녀도 나와 비슷하게 세로로 긴 손톱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한 것은 손톱 모양이 아닌 자르는 방식이겠지.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그녀를 불러 손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물어보았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도 본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자르고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방의 구석에 있는 필통에서 가위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초등학생 정도였을 때도 가위로 손톱을 자르는 동급생이 있었다. 직선이 아니면 자르기도 어려울 텐데 재주도 좋게 둥글게 자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위는 손톱을 자르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단면의 모양이 기울어진다. 옷에 걸려서 피부가 아파지고는 하는 것이다. 이 손가락으로 해주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조금 등골이 서늘했다. 긁혔다면 상처가 났을지도 모른다.
손톱깎이를 꺼내서 써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써보기는 커녕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시설에도 손톱깎이 정도는 있었을 텐데. 아이들이 몇십 명이나 있으니 서로 뺏는 것을 보는 것도 우습다는 것일까. 가위로 자르게 해두면 여러 명이 쓰고 싶어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그것도 이상하지만.
손을 붙잡고 손톱깎이를 가져간다. 잘못 움직이면 손가락을 다칠 수도 있으니 가만히 있도록 주의한다. 짤깍하고 가벼운 소리가 나며 손톱이 깎인다. 약간 깊게 잘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새끼손가락부터 엄지손가락까지 잘라 보이고 사용법을 알았는지 확인해본다. 사용법이라고 해도 꾹 누르기만 해도 잘리는 것이지만. 그녀도 이해는 한 모양이라 반대쪽 손은 스스로 하게 시켰다.
처음에는 가만히 보고 있었지만, 곧 견딜 수 없어졌다. 자르고 있는 손가락이 아닌 손톱깎이를 움직이면서 자르려고 하는 것이다. 눈이 닿지 않는 부분에 날을 대거나 대각선인 채로 자르려고 한다. 그것을 몇 번 지적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평소에는 이해력이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아이인 모양이다. 안 그래도 깊숙이 잘려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욕실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결국, 내가 잘라주게 되었다.
하는 김에 발톱을 확인하자 손가락 이상으로 나쁜 상태였다. 가운데는 몰라도 가장자리까지는 가위가 들어가지 않는다. 직선으로 발톱이 남아 구부러진 모양이 되기 직전이었다. 그녀를 데리고 온 지 반년 이상이 지났지만 눈치채는 것이 늦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제대로 걷는 것조차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이라서 발톱이 연하니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을까.
본인도 꽤 신경이 쓰였겠지. 특히 손가락은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발끝이 깨끗해진 것이 기쁜 모양이다. 손은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지만,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이라 더 신경 쓰였겠지. 몇 번이고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고 있다. 표정이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뺨을 느슨히 하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손톱깎이를 플라스틱 박스에 넣는 동안 누나가 사용하던 에머리보드를 찾았다. 그녀도 아직 작지만 여자다. 기뻐할지도 모른다. 손톱을 마저 자르고 책을 읽기 시작한 그녀를 다시 불렀다. 의아해하며 다가왔지만 어떤 물건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지식의 편향이 조금 신기했다.
쓰레기통을 가져오게 하고 그 위에서 그녀의 손톱을 정돈해간다. 고집이 있는 사람은 손톱깎이를 쓰지 않고 처음부터 줄만으로 문질러 깎는다고 한다. 과연 그럴 끈기는 없었고 그녀의 손톱은 이미 깎아버렸다. 눈대중으로 튀어나온 부분만을 살짝 고쳐나간다.
뺨이나 팔에 대고 손톱을 확인해보라고 하자 이제야 감촉의 차이가 느껴지는 모양이다. 발뿐만이 아니라 손가락도 손톱깎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익혀두어야만 한다. 이 손가락과 저 손가락이 까칠하다고 말하기에 고쳐주었다. 형광등에 손가락을 비추고는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는 여자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