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43화 (43/450)

2년 13화

귀 청소

손톱을 깎았으니 겸사겸사, 라고 하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귀를 청소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손톱깎이와 귀이개는 같은 장소에 두고 있다. 다른 집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 손톱과 귀는 세트이다. 하나를 손질하면 다른 것도 같이한다.

물어보자 역시 귀를 청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애초에 일 년에 몇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설의 악습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남자의 무릎베개 같은 것은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귓속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의 귀를 청소해 본 적은 없지만, 무엇이든 경험이다.

반년 이상 내버려둔 탓일까. 귀지가 잔뜩 붙어 굳어있다. 귀이개를 넣고 긁어본다. 재미있을 정도로 간단하게 대량의 귀지가 나왔다. 금이 들어간 소품을 수집하던 시기가 있어 귀이개도 독일인지 프랑스에서 들여온 나선상의 금속 봉이었다. 보통의 귀이개는 한 번에 한 방향밖에 긁어낼 수 없지만, 이것은 전 방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몇 중의 나선에 가득 귀지가 붙어있다.

귀에서 꺼낸 다음에서야 귀지의 처리가 곤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버린 탓이다. 일단 그녀를 앉히고 쓰레기통을 가져왔다. 돌아보자 그녀의 손이 새하얗게 되어있다. 손을 꼬옥 힘세게 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이 귓속에 봉을 집어 넣는 것은 상당히 무섭다. 나도 무서워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다시 한번 무릎에 재우고 청소를 재개했다. 가능한 사무적으로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오른손으로 도구를 사용한다. 스스로 자기 귀를 청소할 때는 지면과 수평이 되도록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청소할 때는 수직이 된다. 생각도 못 했지만 전혀 감각이 달랐다. 귓속의 모양을 떠올리는 것도 수고가 걸렸다. 스스로 할 때는 위에서부터 청소하면 아래에 떨어지는 귀지를 같이 긁어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수직이 되니 위도 아래도 없다. 청소하는 방식부터 전혀 달랐다.

거기다 자기 자신이라면 위험한 부분에 닿는 일이 없다. 본능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눈으로 보거나 들어간 길이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 머리가 방해되서 빛이 잘 비치지 않는다. 각도를 바꿔보아도 잘 되지 않아 내 방에서 북 라이트를 가져왔다.

그렇게 계속하자 곧 귀지를 다 파냈다. 반년 이상 손대지 않아 더럽다고는 해도 귀의 크기가 크기다. 반대쪽으로 눕도록 하고 오른쪽 귀도 청소한다. 비교해보자 적은 것보다는 많은 편이 더 재미있다. 파내는 것은 보물이 아니라 귀지인데도 어째선지 즐겁게 느껴지니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내버려 둔 탓인지 다소 굳어있는 부분도 있기는 있었다. 여기서 반년이나 일 년 정도 더 내버려뒀다면 돌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녀의 체질일지도 모르겠지만 귀지가 건조해서 굳어있기는 해도 귀이개를 몇 번 가져대는 것만으로도 곧 떨어지고는 했다.

청소를 마치고 그녀를 일으키자 무릎이 차가웠다. 머리의 온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잘 들리게 되었는지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고 한다. 확실히, 귀를 청소한다고 잘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귀지가 없어져서 시원한 모양이다. 반년이나 내버려 둔 적이 없어서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스스로 귀를 청소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손톱을 잘 깎지 못했으니 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도구를 주고 청소하게 시켰으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설에서는 정말 어렸을 때밖에 다른 사람이 해주지 않기 때문에 기뻤다고 한다. 다음에 또 해달라고 부탁받았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욕실에서 몸을 씻겨주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애정이 느껴지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욕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꽤 애매한 취급이지만, 너무 적당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약 귀 청소를 해주기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일을 하도록 말해두었다. 그 대가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그녀의 선택이 기대되기는 한다. 만약 키스를 선택한다면, 그녀에게 있어서 귀 청소란 식사와 같은 정도의 가치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일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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