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48화 (48/450)

2년 18화

유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도 대체로 거실에서 느긋하게 있는 편이다. 자기 방이 있다고는 하지만 틀어박혀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어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면 그만큼 정이 생긴다. 학교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자식도 있고,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처럼 사람을 사귀는 것을 꺼리는 아이도 있다. 전혀 다른 성향이어도 나름대로 친해질 수 있다. 나도 그녀와 많은 것이 다르지만, 곁에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요컨대, 기대다.

그녀도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TV가 거실에만 있다는 것도 있겠지. 서로 책을 가져와서 읽거나 나란히 TV를 보기도 한다. 가장 많은 것은 그녀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숙제를 봐주는 일이지만. 그것은 거의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에서는 일이 위를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취학하기 전부터 가르치고 있었고, 초등학생의 공부는 별로 대단치 않다. 특히, 일 학년 일 학기 같은 경우는 덧셈과 뺄셈을 할 줄 알고 한자를 읽을 줄 알면 된다. 사고보다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므로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어드벤티지가 있다.

똑똑해 보이기 때문이겠지. 친구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도 있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부탁하는 일이 있으면 가능한 한 친절하게 가르쳐주도록 말해두었다. 나도 대학 시절에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중 고등학생 때 공부로 고생한 적은 없었지만, 남에게 가르치려고 한다면 어려워진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편이 훨씬 공부가 된다. 더 똑똑해지고 싶다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국어 수업에서는 아직도 주인공의 심정에 관해 묻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기분 따위는 작가가 아니면 알 수가 없고, 작가조차도 모를 수도 있다. 열 명에게 열 가지 대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해도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거기다, 열 명이 있다면 이렇게 읽는 것이 맞겠지, 하는 일반적인 읽는 방식도 확실히 존재한다.

교사가 그러한 문제를 내기 때문이겠지. 그녀도 책을 읽으며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내게 이유를 물어보기도 한다. 왜 이런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하고. 내게도 나름대로 생각은 있지만, 그것을 답하는 것은 꺼려졌다. 책을 이해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다고 대답해버리면 그것이 옳은 것이 되어버린다.

자기였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있다. 복선이나 말하는 방식에서 추측하도록 알려주는 중 곧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결국, 내가 생각한 대로 그녀의 사고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답을 알려주는 것이랑 무엇이 다른가. 내 쪽이 입장이 위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 평소부터 나는 그녀와 대등하게 있고자 하고, 대가를 받으면 무엇이든 준비해준다. 장래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으니 출가를 하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난 그녀가 내게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정으로 묶어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식후에 호지차를 끓여 마시고 있자, 그 날은 드물게도 그녀 쪽에서 내게 다가왔다.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옆의 의자에 허리를 내렸다. 새삼 그녀가 얼마나 작은지 잘 알 수 있다. 가슴 높이까지도 닿지 않고, 다리는 바닥에 닿지 않는다.

나란히 TV를 보자 광고 도중에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다시 말하겠지 싶어 흘려 넘겼다. 그런데, 방송이 다시 시작하고 조금 지나자 그녀가 손을 뻗어 내 고간을 더듬기 시작했다. 평소의 어린 모습에 비해 그 손놀림의 요염함만이 무척이나 선명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내 물건이 단단하게 일어선다. TV를 끄고 내려보자 마침 그녀도 날 올려보고 있었다. 작은 입이 열리며, 곧 방의 포인트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즉, 입으로 봉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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