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54화 (54/450)

2년 24화

가정방문

막상 날을 잡아보려 하자, 이게 조금 어려웠다. 당연한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다. 담임에게 연락을 해서 일정을 비워주도록 하고, 그에 맞춰 유급을 신청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회사는 여름 휴가가 아닌 가을에 교대로 휴일을 잡게 되어있다.

여행이라면 여행지의 이야기나 토산물에 대해 질문받는다. 상고라고 한다면 문상의 말이나 부조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유급을 신청하는데 병결은 말이 안 된다. 다음 주말에 감기에 걸릴 예정이라고 말하면 바보 취급한다고 생각되겠지.

다행히, 여름 방학 중이었기에 담임의 일정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당연하지만 여름 방학이라고 해도 교직원은 쉬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무언가 할 일이 있는 것이겠지.

직장에는 상사에게 친척의 소개로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해두었다. 기대대로 맞선이라도 한다고 생각해주었다. 맞선 때문에 유급을 신청하는 것도 바보 같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느슨한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년은 유급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겠지. 혼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유급을 아끼게 되었다. 감기에 걸리거나 건강이 나빠졌을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 정말 필요할 때를 위해서 유급을 아껴야만 했다.

당일이 되자 무척이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평일 낮에 집에 있는 것은 몇년 만인가. 정월이나 가을 휴가와는 다른 위화감이 있었다. 여름 방학에 들어간 그녀도 당연히 집에 있기 때문에 함께 나란히 보내고 있다. 주말과 별다를 것도 없지만. 그녀도 안절부절못한지 방에 들어가거나 거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담임은 오전 중에는 방문하겠다고 말했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시기에 가정방문을 하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겠지. 더 엄밀히 시간을 정해주면 좋으련만. 이른 낮부터 그녀와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이 되지 않았다.

혼자일 때는 요리를 하지 말라고 그녀에게 타일러두었다. 적어도, 발판 없이 부엌에 설 수 있을 때까지는 부엌칼도 불도 안심하고 맡길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과자라는 것은 편리하다. 거의 전자레인지로 끝마칠 수 있으니까. 그래도 플레이트는 고온이 되기 때문에 완전히 식을 때까지 만지게 하지 않는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나씩 말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자기 옷을 스스로 세탁하고 있지만, 베란다에 너는 것은 내 담당이었다. 데려왔을 당시에는 상당히 말라서 머리나 어깨가 울타리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청소를 맡긴다고 해도, 손이 닿는 범위라면 상관없지만 높은 곳까지 뻗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위험할 수 있다. 그것들을 전부 리스트업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가 혼자 있을 때는 놀거나 공부를 하면 된다. 책을 읽거나 노트를 펼치고 있는 동안은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 눈이 닿는 범위에 있을 때만 가사를 도와주면 된다. 과보호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손이 심심했기 때문에 오셀로를 가져와 그녀와 대전했다. 보드게임은 내 취미 중 하나로 얼마든지 있다. 이 인용만으로도 장기에 샹치, 콰르토에 아발론 등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그런 마니악한 게임을 권해도 그녀는 기뻐하지 않는다. 여자아이기 때문인지, 여섯 살이기 때문인지. 백과 흑을 뒤집는 단순한 게임이 정평이 되었다.

대각선을 절대로 잡지 않는다는 핸디캡을 몰래 걸고 플레이하고 있지만, 그래도 거의 지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가. 하지만, 일 년전에 비하면 현격히 성장하고 있고, 이십 번 하면 한 번 정도는 지기도 한다. 계속 이기기도 뭣하니 일부러 지려고 해도 금세 알아챈다. 그래도 이기지 못하니까 수법을 간파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로 알아챈 것이겠지.

열 몇 번째 시합이었던가, 시작한 참에 벨이 울렸다. 우리 집에 방문하는 손님은 없으니 담임이 틀림없다. 그녀가 현관까지 달려간다. 뒤를 따라가자 열려있는 문 너머로 슈트 모습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익숙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화 너머로 몇번 정도 대화한 적이 있다. 이 남자가 그녀의 담임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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