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6화
공원
모처럼의 휴일을 집에서만 보내는 것도 아쉽다. 취직할 때까지는 적극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집에 있을 수 있다면 계속 집에만 있었다. 책을 읽건 요리를 하건, 얼마든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일을 하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바깥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평일의 대부분을 사각진 방 안에 갇혀서 생활하는 것이다. 정년까지 같은 생활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생애 대부분을 갇혀서 지낸다고 할 수 있다. 노을이 지기 전에 퇴근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햇빛 아래를 거니는 시간은 귀중하다.
열 두시가 지나가는 시간이 되자 점심 준비를 해야만 했다. 외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 주먹밥에 약간의 안주를 만들어 바깥에서 먹고 싶은 기분이다. 그런 생각을 그녀에게 전하자, 주먹밥은 자기가 만들겠다는 말을 꺼냈다.
비엔나소시지와 달걀을 굽고 있는 곁에서 그녀가 주먹밥을 쥐고 있다. 밥솥에서 막 꺼낸 쌀은 뜨거워서 도저히 만질 수가 없다. 특히 작은 아이에게는 힘들겠지. 최근에 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런 이유로 잘 타이르려고 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가 그런 것인지, 그녀가 그런 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먹밥에 넣을 재료는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장아찌는 어머니가 만든 것이 남아있었고, 가다랑어포나 참치 마요네즈 정도는 바로 준비할 수 있다. 이인분이기 때문에 많이는 필요 없지만, 남은 만큼은 저녁에 먹으면 된다.
그녀가 부엌을 돌며 재료를 모으는 동안에 쌀도 어느 정도 식어있었다. 손을 잘 씻은 다음 만지도록 했다. 양손을 꺼내게 하고 손바닥에 소금을 뿌린다. 소금의 느낌이 재미있는지 손을 비비고 있다. 주먹밥을 만들 때는 소금을 뿌린다. 잘 기억해 두도록 말해둔다.
손이 작기도 하고, 이상한 모양의 주먹밥들이 만들어졌다. 겨우 주먹밥이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손의 모양을 잘 의식하지 않으면 삼각형이 되지 않고, 앞과 뒤의 두께가 달라진다. 가능한 한 웃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금방 눈치챈다. 발판을 두세 번 발로 차였다.
나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의 차이가 있다. 조금은 더 잘 만들 수 있다. 시범을 보이려고 하자 자기 일에 손을 대지 말라, 하는 말을 들었다. 마음은 잘 알겠다. 김을 붙이면 조금은 모양이 잡히겠지.
보온병에도 매실 시럽으로 만들어진 주스를 담아 바깥으로 나섰다. 조금 걸어간 곳에 작은 공원이 있어 파라솔 모양의 천장이나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근처에 정수장이 있는 탓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기에 따라서는 시설을 점검하는 작업원이 모여있을 때가 있지만 다행히 오늘은 아무도 없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점심을 먹으니 굉장히 우아한 휴일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회사에서는 지금쯤 점심시간에 들어가 슈트 모습의 샐러리맨이 정식점에 몰려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십 분 정도 만에 금방 다시 빌딩으로 돌아가겠지.
그에 비하면 어떤가. 한가하고 조용한 공원에 앉아서 사랑스러운 소녀와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온화한 행복이다. 테이블에 음식들을 올리고 식사 준비를 끝마쳤다. 마실 것은 뚜껑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돌려 마시게 되겠지만, 남은 것은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녀가 조용히 다가와 입맞춤을 한다. 완전히 잊고 있었지만, 그런 룰이었다. 순간적으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아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겁먹은 나를 곁눈질하고는 그녀는 도시락에 손을 뻗고 있다.
그녀의 주먹밥은 나름 괜찮았다. 주먹밥을 맛없게 만드는 사람도 드물테니 당연하기는 하다. 크기도 작아서 여러 가지 종류를 몇 개씩 즐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녀의 입맛에 맞춘 달콤한 달걀말이도 호평인 모양이다. 단지, 매실 시럽은 보존용으로 화이트 리큐어가 약간 들어있다. 그 탓에 마실 때마다 그녀의 뺨이 붉어져 가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