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9화
선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케이크를 꺼냈다.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냉장고 안을 보지 않은 모양이다. 낮에 실컷 직접 만들어 먹었을 테지만 간식 먹는 배는 따로 있는 것인지, 솔직하게 기뻐해 주었다. 그녀가 만드는 것은 숏 케이크 뿐이지만, 취향이라기보다는 만들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서야 겨우 스펀지를 사지 않고 구울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취향은 잘 알 수가 없었다. 집에서는 잘 먹지 못하는 초코케이크와 과일 타르트를 몇 종류 사봤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오렌지나 멜론으로 장식된 화려한 케이크를 마음에 들어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겉모습이 화려하기 때문이겠지.
이제 와서 생각했지만, 보통은 홀 케이크를 사서 초를 꽂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집에서는 각자 다른 것을 사는 편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홀 케이크는 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집의 관습이고 그녀는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초를 꽂고 싶은가,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낮에 했으니까 됐다, 라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확실히, 낮에도 친구들을 불러 케이크를 먹었을 테니 그 정도는 했을 것이다. 그런 것은 TV에서밖에 본 적이 없어서 무척 기뻤다고 한다. 시설에서도 생일에 케이크는 나왔지만 일일이 초를 세워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작년에도 잊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지만, 미안하게 느껴졌다.
평소처럼 저녁 식사를 먹고 나서도 사 온 케이크를 두세 개씩 먹으니 굉장했다. 한창 성장할 시기이기도 하고, 단순히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예전에는 나도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었다. 한 개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포트의 홍차를 조금씩 마시고 있자, 먹지 않을 것이라면 달라고 하기에 접시째로 건넸다. 순수하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도 오랜만인 느낌이 든다. 케이크 한 접시로 감사를 받을 정도라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 사실, 평소에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냉장고에서 꺼내먹는 하겐다즈가 더 고급이기는 하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눈치챌까.
먹을 것만 주고 끝이라는 것도 어떤가 싶어서, 선물도 준비해두었다. 그녀의 성격으로 생각해보면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장식품이나 화장품을 원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린데도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우위에 설 수 있을 만한 것을 찾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장식품을 사준다고 해도 장래가 걱정된다. 어른이 하는 일을 시키는 것은 나였지만, 일곱 살부터 어른이 되지 않아도 좋다. 어린아이로 있을 수 있는 동안은 어린아이로 있어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좋든 싫든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고민한 끝에 준비한 것은 인형이었다. 커다랗고 부드러운, 안기 딱 좋은 것으로 골랐다. 판권물이나 캐릭터 같은 것이 아닌, 털투성이의 동물 같은 것이다. 내가 '타누베'라고 이름을 붙이고 아꼈던 인형과 아주 비슷했다. 아니, 비슷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것을 선물하려고 했다는 편이 정확하다.
내가 아직 어리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다시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인형을 선물하는 것으로 그때의 기억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녀가 인형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 선물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녀 또한 인형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누나가 남기고 간 인형들이 그녀의 방에 있을 테지만, 자기만의 것은 처음이겠지. 자기와 비슷한 크기의 인형과 장난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녀가 말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일곱 살이면 인형 놀이는 너무 어릴 정도지만.
양치질과 목욕 등을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옆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마도 그녀가 인형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까지 혼잣말은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것이 그녀의 <라이너스의 담요>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