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1화
이 년
직장에 도착해서 일을 하던 도중, 문득 시계를 보자 열한 시가 지나고 있었다. 아홉 시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나갔다.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키보드만을 두드리니 시간이 지나는 것이 무척 빠르다.
지금 쯤 그녀도 시업식이 끝났을까. 아니면 아직 도중일까. 오늘로 그녀도 이학년이 된다. 이번 한 해는 정말로 빨리 지나갔다. 아니, 그녀를 데려오고 난 반 년도 빨랐다. 돌이켜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긴 일 년이었겠지만.
데려오고 나서 반 년 동안은 그저 즐거워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퇴근했을 때 마중해주는 사람이 있고,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마치 애완동물처럼 그녀를 귀여워하고, 요리를 가르치고, 휴일이 되면 외출을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단지 학교라는 요소가 더해진 것 뿐이다. 처음 고비는 취학 시 건강 진단이었다. 입학 후에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입학 전에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행히 모자수첩은 그녀가 가져온 서류 안에 포함되어있었다.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질문받더라도 대답할 수 있도록 암기하는데 필사적이었다.
지능 검사나 건강 진단같은 개별적인 것은 딱히 걱정이 없었다. 데려올 당시였다면 모를까, 반 년이 지났을 때는 그녀도 살이 많이 붙어 건강했다. 단지, 검사 내용에 따라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의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초심자였다. 어디서 무슨 잘못을 했을지, 어떤 것을 계기로 성적인 일이 들킬지 안절부절했다. 영리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어린 아이다. 검진이 끝난 뒤, 일 주일 정도는 아무 의미도 없이 신변의 정리를 하고 말았을 정도다.
무사히 입학하고 나서도 걱정거리가 많았다. 집에 혼자서 지냈던 그녀가 집단 행동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익숙해진다고 해도 가정의 일을 말하지는 않을지. 이중으로 불안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충분히 집단 생활에 익숙해졌고,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입학식을 뒤에서 바라보며 느꼈지만, 그녀는 주변의 공기를 읽는 것이 능숙하다. 어른이 하고 싶은 말도, 아이들의 마음도 잘 이해하고 있다. 공감이 되었다. 나도, 누나도 보육원에서 자랐다. 태어나서 일 년이 지나지 않아 모르는 곳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단 몇 명의 보육사와 제멋대로인 아이들 사이에서 쾌적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주변의 공기를 잘 읽어야만 했다.
어른의 마음에 들만한 아이다움을 연기하면서도 미움받아 고립되지 않도록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면, 담임 교사가 하는 말을 따르면서도 주변 아이들보다 나서지 않도록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평소의 그녀를 알고 있기에 주변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평범한 생활을 보내면서도 그녀는 계속 내게 봉사를 하고 있었다. 입으로 하는 것은 드물었지만, 키스나 손끝을 혀로 애무하는 것은 일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욕실에 들어갈 때 손으로 해주는 것이 더해졌다. 일학년이 돼서 같이 욕실에 들어가는 가정 자체가 거의 없다고 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다음 날은 반드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퇴근을 하는 시간까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겁다. 삼 개월이 지나도, 반 년이 지나도 들키지는 않았을까 하고 걱정했다. 처음 일 개월을 넘기면 괜찮다고도 생각하고, 방심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도 생각했다.
긴장이 한계에 달하면 그녀에게 물어본다. 그럴 때 그녀는 결코 대답해주지 않는다. 입가를 일그러트리며 웃을 뿐이다. 그렇게, 키스를 할 때 입술을 물거나 손가락 끝을 앞니로 세게 깨문다. 그녀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곤란해하는 내 표정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것일까.
하지만, 그래도 일 년이다. 그녀도 이제 이학년이 된다. 슬슬 어께의 짐을 내려도 좋을 것이다. 이 일 년으로 깨달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의 말 한 마디 나름이다. 일 년 반정도가 지난 지금이 되어서야 겨우, 나는 그녀를 믿어보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