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62화 (62/450)

3년 2화

전철

그녀에 대해서만 걱정을 했으나, 긴장이 풀려 느슨해진 것은 내 쪽일지도 모른다. 느슨해졌다기 보다는 일그러졌다는 표현이 정확한가. 그녀가 이학년에 올라간 주의 일이었다. 모처럼이므로 축하를 하기로 했다. 어딘가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어보자 옷이 갖고 싶다고 한다. 작년에 산 옷이 몇 벌인가 작아져서 입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한 벌은 선물하고, 나머지는 보수를 받도록 하자. 이전에 했던 것 처럼 끈기 대결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조금도 참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 이 년 가까이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성격을 알 수 있다. 그녀가 참을성 없는 인간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옷을 사는데 필요한 봉사 정도로는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당일은 낮에 집을 나서서, 번화가와 백화점을 돌아보고, 저녁을 먹고 돌아온다. 그런 스케줄을 세웠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지나온 길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경계를 풀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 년전에 비하면 안심하고 있었다.

전철에 타는 것까지는 딱히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휴일 치고는 이른 탓인지 전철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녀와 나란히 자리에 앉아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정거장이 지나자 갑자기 사람이 늘어났다. 마침 현의 경계를 넘어선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좌석에 앉아있는 것이 미안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그렇게 가르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슬쩍 자리를 일어선 그녀는 다시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두 사람이 한 자리를 쓰는 것이 합리적이기는 하다. 나로서도 별다른 위기감을 안지는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이미 위험했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집에서도 자주 비슷한 자세로 지냈다. TV를 볼 때 내가 자리에 앉으면 그녀가 무릎 위에 올라온다. 뒤에서 끌어안는 것 같은 자세가 되는 것이다. 전철 안이라는 것도 반쯤 잊고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 무릎 위에 앉은 그녀의 머리는 딱 좋은 위치에 있다. 양손을 올려두기 알맞은 높이였다. 개나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듯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잘 손질한 머릿결의 촉감도 좋고, 손가락 사이로 쓸어보면 탄력이 느껴진다. 쥐거나 펴기를 반복하니, 정말 느낌이 좋았다.

조금 손을 옮기면 그녀의 이마에도 닿을 수가 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인지 여드름이나 부스름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부드러운 감촉만이 느껴져서, 촉촉히 베어나오는 땀과 아이다운 열을 전해온다.

그녀도 기분이 좋은지 양손을 올려 내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볼이나 턱에 남은 털을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특히, 턱 끝이 아닌 잔털이 많은 어금니 아래 주변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봄이 시작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조금 추운 날이었다. 두꺼운 자켓을 입고 있었지만, 차내의 난방이 따뜻해진 탓일까. 그녀의 체온이 올라갔다. 기분 탓인지 조금 힘이 빠져 내 몸에 기대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머리나 머릿결을 만지기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의 볼이나 턱 같은 부위로 손을 옮겼다.

이마의 촉감이 좋았으니 볼의 감촉이 나쁠리가 없다. 요즘은 둥그러지기 시작한 볼 보다도 관자놀이나 광대뼈가 있는 부분이 재미있다. 조금 힘을 주며 만져보면 얼굴의 형태가 잘 느껴졌다. 모공이나 구레나룻에 해당하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무척 감촉이 좋다.

내가 만지면 그에 맞추는 것처럼 그녀도 머리나 엉덩이를 내게 밀어붙인다. 누군가의 등을 긁어줄 때, 직접 움직여서 가려운 부분을 가져대려고 할 때가 있다. 마치 그런 것처럼 그녀도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조정하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머리나 볼을 만지고 만족하면, 마지막에 턱 아래로 손을 가져간다. 메인디쉬 이후의 디저트라고 해도 좋다. 인간의 몸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것이 턱 아래가 아닌가. 가볍게 닿아 손가락을 미끄러트리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될 수 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만은 질리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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