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3화
의심
처음 눈치챈 것은 맞은 편 자리의 여성이었다. 우리를 처음 눈치챈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보고있다는 것을 눈치챈 처음 한 명이라는 뜻이다. 주변에서 몇 명이나 이쪽을 보고 있었던 것 같으니 처음 눈치챈 사람은 알 수가 없었다.
나보다 조금 위의 연령으로, 삼십 정도일까. 복장과 분위기에서 휴일 출근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도 기억이 있지만,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휴일 정도는 푹 자고 싶다. 머리는 어께보다 아래로 길어 가운데로 나누었다. 셀 프레임의 빨간 안경이 어울리는, 조금 엄격한 미인이라고 할까. 그런 그녀가,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내 쪽을 보고 있었을 뿐이라고. 실제로, 깊은 생각을 할 때 눈 앞을 응시하는 사람이 많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그 방향으로 눈을 뜨고 있을 뿐이다. 아니면 내 뒤의 풍경이나 광고를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눈이 마주친다.
어색해져서 시선을 돌리자 그쪽에서도 눈이 마주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세 명이다. 그래서, 문득 알아챘다. 혹시, 지금 나는 주목을 모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원인은 분명하다. 그녀겠지.
객관적으로 추측은 할 수 있었지만, 머리의 대부분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뭔가 쳐다볼만한 일을 했었던가. 평소대로 있었을 뿐 의심을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 때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동물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쫓는 습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그녀의 배 주변에 가지런히 한다.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 척, 위쪽을 바라보았다.
오 분정도 지나자 주변의 시선도 없어진 것 같았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자, 손잡이를 잡고 서있는 사람 중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조금 전처럼 시선을 돌리는 것 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반대편의 여성만은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바라본다기 보다는 노려보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경직된 볼이 긴장이나 진지함을 표현하는 느낌이 들어,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상이 들었다. 전철을 일찍 내려야할까.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 곤란한 것이 그녀의 존재다.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심심해진 것인지.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내 가슴을 두드린다. 더 해달라,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그런 신호인 모양이다. 그녀는 눈앞에서 노려보는 여성을 알아채지 못했겠지.
그럼에도 내가 가만히 있자 내 손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수염도 그렇지만, 손등이나 팔에 난 털도 그녀에게는 드물었다. 만져서 감촉을 확인하거나 당겨본다. 내 위에 그녀가 있고, 그녀 위에 내 손이 올라가있다. 그 위에 더욱 그녀의 손이 겹쳐진 것이다.
그것도 질렸는지 이제는 내 손을 잡아 들어올렸다. 어떻게 하려는지 보자, 배 위로 돌려놓는다. 요컨대, 항상 집에서 하는 것처럼 배를 팡팡 두드려달라는 것이겠지. 지금은 딱히 배가 아픈 것은 아닐테지만, 그냥 해줬으면 한다는 것일까.
이제 주변에서는 날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지만 맞은 편 여성의 시선만은 점점 불편해져간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던 차에 겨우 목적의 역에 도착했다. 삼십 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별로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두 시간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서둘러서 내려도 문제가 일어날 것 같아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녀의 손을 잡고 평범하게 자리를 떠난다. 오산이었던 것은, 셀 프레임의 그녀까지 일어나서 내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 헤어진다면 아무런 불만이 없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