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64화 (64/450)

3년 4화

경고

아니나 다를까, 전철을 내려 잠시 걷자 셀 프레임의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역의 구내에서는 곤란할테니 커피점에 들어가자고 까지 말해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도 없고, 시간을 뺏길 이유가 없다. 솔직하게 따라가면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가자 오해를 풀고 싶다면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라고 말해온다. 아마도 셀 프레임의 그녀가 상상하는 것은 대부분 맞을 것이다. 원조교제보다 악질스런 부분도 있고, 더 선량한 부분도 있다. 합치면 별반 차이가 없다. 풀만한 오해가 없다는 것은 야유스런 이야기였다.

내가 무시하기 때문이겠지. 셀 프레임의 그녀는 타겟을 아이로 바꾼 모양이었다.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또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한다, 라고 말을 건넨다. 확실히,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긴 하지만 별로 큰 소리로 말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라는 제안도 나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그녀가 내 손을 당기며 발을 멈추었다. 아이답게 도발당한 것일까, 하고 표정을 본다. 그러자, 외출용이라고 할까. 집에서는 보인 적이 없는 마네킹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상한 안심감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맡겨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역의 홈에서는 보는 눈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약간의 저항으로 개찰구의 도중에 있는 벤치까지 걸어갔다. 전철이 조금 전에 지나갔기 때문이겠지. 일시적으로 주변에 사람이 없어졌다.

그녀는 맞잡은 손을 흔들고는 놓더니 대신 팔짱을 끼었다. 전혀 부풀어있지 않았지만, 아이다운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얼굴과 어께로 끼우듯 끌어안았다. 나중에 그녀가 한 말을 떠올리면, 그것은 일부러 보여주려고 한 행동이었겠지.

무슨 말을 할까, 하고 기대는 했으나 그녀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정확한 말은 생각해낼 수 없지만, 내용을 전혀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수표가 어떻거나, 한 끼마다 키스가 어떻다는 세세한 것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이 사람에게 사졌다, 그에게 이런저런 일을 해주며 생활하고 있다, 라는 핵심적인 부분은 남김없이 말했다.

셀 프레임의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알았겠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 표정이 식은 눈빛으로 날 노려보았다. 그 반응은 올바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보통이니까.

자수를 할 것인지, 신고를 당할지 선택하도록. 그런 말을 해주는 것 만으로도 상냥했다. 나 자신도 너무나 갑작스런 전개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신뢰감이 있었다. 아이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고싶은 말만을 내뱉는 인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대로, 어쩔 수 없지만.

코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 앞을 바라보았지만, 셀 프레임의 그녀가 아니었다. 내 팔을 껴안고 있는 그녀가 실소를 한 모양이다. 무심코 해버린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들리도록 코를 울린 것이다. 아마, 바보취급을 하는 것이다.

펠라치오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것만으로 셀 프레임의 그녀는 이해한 모양이다. 사졌다거나, 이런저런 일을 해주며, 라는 말을 들었지만 상상 속에서는 막연했겠지. 그것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로 확실해졌다. 그런 말을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라고 나무라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충고를 무시하더니 해본 적이 있느냐, 라고 질문을 계속했다. 대답할 필요는 없다, 라고 내뱉듯 말했다. 내게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알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나이가 되어서 경험도 없는건가, 하고 웃었다. 보호자인 나조차도 소름이 끼치는 듯한, 야유스런 목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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