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화
파스타
팔짱을 낀 자세는 오래 할만한 것이 아니다. 사이 좋은 부녀라고 생각해준다면 좋겠지만 기이의 시선을 향해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 개찰구를 빠져나가는 것을 구실삼아 팔을 풀고 다시 손을 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고집을 다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십 분도 대화하지 않았는데도 꽤나 지쳤다. 약점을 보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서있었지만, 그 탓에 심적으로 피곤해졌다. 어딘가에 앉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찻집이라도 들어가면 나올 때 쯤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일찍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겠지.
그녀에게도 물어보니 그래도 상관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찍 먹으면 그만큼 일찍 배가 고파지므로 세 시정도에 케이크 가게에도 간다, 라고도 선언되었다. 난 소식인 편이지만, 친딸도 아니기 때문에 닮을리가 없다. 성장기이기도 해서 점심에 케이크에 저녁까지도 다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쇼핑몰의 한 켠에 레스토랑 거리가 있어 그곳에 마음에 드는 파스타 가게가 입점해있다. 일식이 특징으로, 포크가 아니라 젓가락이 나온다. 그쪽이 그녀도 먹기 편하겠지. 개점 직후이기 때문인지 점내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주방에도, 홀에도 느긋한 느낌이 들었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자 진지한 얼굴로 메뉴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프 앤 하프도 좋지만 계절 디저트 세트도 좋다며 고민하고 있다. 세 시에 케이크를 먹기로 했는데도 여기에도 디저트가 있으니 당연히 주문을 해야한다는 모양이다. 열심인 모습이 자못 아이다워서, 조금 전까지 나이가 다섯 배 이상 차이나는 동성을 상대로 말싸움을 했다고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결국에는 나도 그녀도 하프 앤 하프를 골라 네 종류의 맛을 맛보기로 했다. 나는 전부 먹어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인 그녀 마음대로 고르도록 해주었다. 주문을 마치자 테이블 위의 이쑤시개나 소금을 확인하고 있다. 평소였다면 얌전하게 앉아있는 그녀에게는 드문 일이었으니, 아직 흥분이 남아있는 것이겠지.
아까는 고마웠다, 라고 말해보았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고마움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잘 빠져나가준 것이 고마운 것인지, 지금의 환경에 만족하고 있다는 말에 대한 고마움인지. 그저, 그렇게 말하면 그녀가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올바른 것은 비위를 맞추는 것이다.
확실히, 그녀는 기뻐보였다. 슬쩍 고개를 내리고는 올려다본다. 지금까지 없었을 정도로 아양을 떠는 표정이었다. 아양을 떤다는 말투는 실례일까. 여자 아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향하는 것 같은 수줍은 표정이다.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사랑이나 연애같은 관계는 아니었다. 회사의 상사와 부하, 부모와 자식, 어머니와 아이같은 부분도 있었다. 지금 그것에 남자와 여자라는 표현이 더해진 것 같았다. 말 그대로 사랑을 했다, 라기보다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속였다, 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남자로서 사랑스러운 소녀가 물기를 띈 눈동자로 바라보는데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다. 스스로도 단순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여유도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녀가 살짝 허리를 들더니 내게 입술을 겹쳐왔기 때문이다. 외식을 할 때 그것을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선술집에서 입으로 먹여주었을 때 조차도 주변을 확인하고 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조용한 분위기이기는 했다. 웨이트리스는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니 적어도 한 명은 보고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까처럼 신고를 하겠다는 기개를 가진 인간은 없는 것 같았다.
혼내야한다고는 생각했다. 보는 눈이 있는 장소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지금 보내는 생활의 파탄으로 직결된다. 그것은 그녀도 충분히 알고있을 터다. 그것을 알면서도 더욱 키스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날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기보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더라도 사랑은 사랑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어린 아이가 스물은 떨어진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
혼낼 수가 없었다. 혼내면, 두 번 다시 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움을 살지도 모른다. 이성을 버리고, 나는 그녀의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상냥하게 쓰다듬으면서,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