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69화 (69/450)

3년 9화

얼룩

그녀는 반쯤 넋을 놓은 상태였고, 나 또한 만족감 탓에 머리가 돌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훌륭한 것을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지, 그건 그렇다 치고 뒷정리를 해야만 한다.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동안 대책을 생각해두었기 때문에 반쯤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짐을 정리하고 깔끔한 장소로 옮긴다.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속옷을 벗기기로 했다. 구두나 양말까지 소변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역시 벗겨두는 것이 정답이었다. 만약 그대로 신고 있었다면 면 팬티를 벗길 수가 없었다. 깜빡 잊고 있었다면 소변이 묻은 속옷으로 젖고 말았겠지.

오산이라고 한다면 오산이었지만, 젖을만한 장소는 허벅지나 엉덩이 등 속옷이 닿는 부분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러워진 속옷을 벗겨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양 다리도 대부분 소변이 묻게 된다. 그것도 포함해서 얼른 닦아내지 않으면 병이 생길지도 모른다.

벗은 속옷을 정리하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아무데나 버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젖은 속옷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수는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면 팬티를 샀을 때의 비닐 봉투에 담아 묶는 것으로 해결했다.

사온 타올에 물을 적시고 짜내 수건으로 만들었다. 먼저 그녀의 양 다리를 정성스레 닦아간다. 조금 묻었을 뿐이고, 문지르는 것 만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빨리 끝마칠 수 있는 부분부터 끝낸다. 그것이 끝나면 고간과 엉덩이를 차례대로 닦는다.

앞쪽은 그래도 비교적 편하게 닦을 수 있었다. 들어가거나 나온 부분이 없고, 아직 털도 자라지 않았다. 평소에 몸을 닦아주는 요령으로 타올을 문지르면 된다. 그에 비해 뒤쪽은 닦기가 어렵다. 뒤를 향해주도록 했지만, 엉덩살과는 다르게 꼬리뼈나 구멍이 있는 파인 부분은 닦기 불편하다.

처음에는 사양해서 힘을 주지 않았던 탓에 잘 닦이지 않았다. 하지만 잘 닦지 않은 탓에 나중에 가려워지는 것은 그녀다. 마음을 다잡고 천에 힘을 주며 겨우 다 닦아낸다. 과연 항문 주변에 천이 닿았을 때는 흐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허벅 다리를 마저 닦고나니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어께를 내리고 긴장을 풀자 다시 뒤를 돈 그녀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왜 그러는지 생각해보니, 그녀가 처음 입고있던 속옷을 내가 가지고있었던 것이다. 바로 다시 입을거니까 나가라, 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이고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드나드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들킬 위험이 늘어난다. 그렇게 설득하자 공간이 좁아서 입을 수가 없다고 반론한다. 그 말도 타당하기는 해서, 속옷도 내가 입혀주는 일이 되었다.

깔끔하게 닦아놓은 변기에 다시 허리를 걸친 그녀가 양 다리를 올린다. 그야말로 변기에 입을 맞출 정도로 허리를 굽히고 양 발에 속옷을 걸친 다음 천천히 위로 속옷을 올렸다. 몇 번이고 보았을 터인 그녀의 성기가 눈앞에 있어서, 어째서인지 평소보다도 흥분하고 말았다.

무릎 주변까지 속옷을 올리자 그정도면 됐다는 말이 들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은 것은 붉어진 그녀의 성기에 닿고 싶었기 때문이겠지. 속옷을 끌어 그녀의 고간까지 올리자, 라이트 그린의 옷감 일부가 촉촉하게 녹색을 진하게 했다.

소변이 남아서, 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젖어있었던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녀 또한 흥분하고 있었다. 그것이 기뻐서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닿아 문질렀다. 두 세 번 반복하는 동안 얼룩이 진해져서는 내 손가락까지 액체가 스며들었다.

올려다보자 그녀가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난도 아니고, 실망도 아니다. 그저 올곧게 바라보고 있다. 끌려들여진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하자 그녀는 핫, 하고 정신을 차렸다. 내 배를 때리고는 어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이제는 나도 반론할 기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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