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10화
손빨래
화장실에서 나오자 옆에 쓰레기통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생각해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더러워진 팬티가 들어있는 비닐을 가지고 나왔으니 그곳에 버리도록 했다. 가지고 다니다가 냄새가 나도 곤란하기에 버리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가 속옷을 어디에 두었는지 물어본다.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대답하자 굳이 손을 집어넣어서까지 찾아왔다. 그렇게까지 속옷이 갖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조금 전에 한 행위의 대가로 얼마든지 가질 수 있을테니 단순히 아까운 것 뿐일까.
직접 물어보니 부끄러우니까, 라고 한다. 자신이 조금 전까지 입고 축축하게 만든 것을 쓰레기통에 버려두는 것은 저항이 느껴진다는 모양이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냄새가 나는데다가 흘러나와서 다른 물건이 더러워질 위험도 있다. 저항이 느껴지더라도 버려야만 한다.
설득을 해보았지만, 그렇다면 씻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누가 씻느냐고 물었더니 나였다. 아무리 자기한테서 나온 것이라도 소변이 묻은 것은 만지기 싫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만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누가 말을 꺼냈냐고 하면 반론을 할 수 없다. 조금 전 혼이 난 탓에 박력이 느껴졌다. 조그마한 복수인가 싶었지만, 굳이 물어봐서 혼나기도 싫다.
누군가 오기 전에 어서 세면대를 사용해서 씻어내기로 했다. 우선 속옷을 비닐 봉투에서 꺼낸다. 비닐 봉투도 씻어서 다시 쓸 수는 있지만 다른 봉투가 아직 남아있다. 이쪽은 과연 버려도 불만은 없겠지.
비닐의 입구를 풀자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것이라면 냄새도 괴롭지는 않을 것이고, 저번에 감상했을 때는 딱히 냄새를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방심하고 있었다. 실제로 어떤지 말해보자면, 누구의 것이건 간에 냄새나는 것은 냄새가 난다. 요소는 시간이 지나면 암모니아로 분해되고, 십 분가량 밀폐해두었으니 냄새도 쌓인다.
하지만 여기서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그녀의 기분이 나빠질 것은 일목요연했다. 바로 뒤에 서서는 가만히 나를 감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표정을 찌푸린다면 또 다시 얻어맞을지도 모른다. 아프지는 않지만, 맞고 싶지는 않다.
더욱 말해보자면, 모처럼이므로 속옷을 핥아보고 싶다. 조금 전까지 그녀가 입고 있었고, 그녀의 몸 안에 있었던 액체가 묻어있는 것이다. 다소 냄새가 심하더라도 상관없으니 입에 머금어보고 싶다. 단지, 이것 또한 뒤에 있는 그녀의 눈치가 보였다.
주저하는 동안 그녀가 슬쩍 다가오더니 수도꼭지를 틀고 속옷을 적셔버렸다. 빨리 해라, 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포기하고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물로 씻어간다. 센서로 감지하는 방식이다 보니 물이 조금 나오고는 곧 멈춘다. 지구에게는 상냥할지도 모르겠지만 손빨래를 하기에는 불편한 구조다.
꺼내고 넣기를 반복하면서 몇 번이고 물로 빠는 동안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깨끗해졌다고 판단하는가. 색이 거의 없는 소변이었고, 팬티도 알기 쉽게 변색되지는 않았다. 소변으로 더러워져 있는 것인지, 물에 젖어있는 것 뿐인지 겉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이건 그녀가 화내는 것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 꾹 수분을 짜낸 뒤, 코에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당황한 그녀가 달려와서는 팬티에 손을 뻗어보지만 닿을리가 없다. 발꿈치를 들어도 내 어께까지 밖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소변의 냄새가 나는 듯 나지 않는 듯 잘 알 수가 없다. 가장 냄새가 심할 것 같은 크로치 부분에 코를 가져다대도 결국 물 냄새가 더 강한 것 같다. 하지만 물 냄새밖에 나지 않는다면 더러워지긴 했어도 많이 더럽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준비한 비닐에 속옷을 집어넣고 공기를 빼고 묶어 밀폐한다. 그대로 가지고 다니다가 만에 하나라도 보여지면 곤란하기에 내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원하는 대로 씻어주었다, 라고 말하자 살벌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