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1화 (71/450)

3년 11화

퀼로트

여성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잔소리를 하는 것은 멈췄지만 스트레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쌓인 스트레스를 옷을 사는 것으로 발산하려는 것이 아닐까. 애초에 아동용 옷은 빌딩 안에 몇 건씩 입점하지는 않는다. 한 곳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빌딩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차피 살 것이라면 사고 나서 이동하면 된다. 무엇보다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사도 좋으니 신경 쓰이면 사버리면 되는 것을, 빌딩을 세 곳이나 이동하고 나서야 처음 빌딩의 두 번째 가게의 옷이 괜찮은 것 같다. 돌아가자, 하고 말을 꺼낸다. 돌아가면 돌아가는대로 역시 아니다, 또는 다른 가게의 이거저거가 좋을지도 모른다, 하고 이어진다.

옷차림에는 흥미가 없지만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귀여운 여자아이를 갈아입힐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한 시간 정도는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두 세 시간씩 이어지면 과연 한계가 온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짐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돌아보는 만큼 돌아보고 결국 별로 사지는 않았다는 것이니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원피스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익숙하다. 시설에서 본 여아는 스모크를 늘인 것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속옷과 옷 한 장만으로 해결되기에 사이즈가 조금 다르더라도 곤란하지 않다. 세탁도 매무새도 간단하기 때문에 편한 것이겠지. 그녀가 이 집에 왔을 때도 미싱으로 거칠게 꿰매기만 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사는 것은 원피스가 많고, 다음으로 많은 것이 스커트다. 청바지도 가끔씩은 입기는 하지만 반드시 스커트도 세트로 한다. 하늘하늘한 천이 붙은 여자아이 다운 복장이 취향인 것같다.

세 시간씩이나 따라다니고 있는데다가 스폰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조금은 내 의견도 반영해달라고 몇 가지 리퀘스트하여 산 물건도 있다. 척 봐도 귀여운 방향으로 매진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다면 보이쉬한 여자아이가 취향이다. 과연 남자아이에게 손을 댈 생각은 없지만, 그런 느낌이 나는 여자아이는 무척 귀엽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가게에서 반바지를 입혀보니 아주 잘 어울렸다. 나 뿐만이 아니라 점원도 겉치레가 대부분이겠지만 절찬을 하고 있었다. 조금 둥글기는 하지만 그녀는 기본 생김새가 좋다. 미인은 무엇을 입어도 귀엽다는 법칙인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추켜세워도 그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반바지는 남자아이가 입는 것으로 교실의 개구쟁이 남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핑크나 빨강은 여자의 색깔이라는 것과 비슷하게 반바지는 남자아이의 것이라는 것이다.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그렇다고 믿고있는 이상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나 혼자였다면 포기했겠지만 몇 건째였는지의 점원이 어시스트를 해주었다. 반바지는 남자아이가 입는 것이라는 마음도 잘 이해한다. 그렇다면 퀼로트 스커트는 어떤가, 하고.

나도 그녀도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기에 멍해지고 말았다. 과연 점원은 달라서 금새 샘플을 몇 가지나 가져왔다. 척 봐서는 스커트와 구별이 가지 않는 것도 있고 핫팬츠 같은 것도 있다.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그 말을 입에 담으면 그녀가 삐지고 만다.

그녀는 아무래도 그 단어의 인상이 꽤나 달랐던 모양이다. 스커트처럼 생긴 것을 들고는 시착실로 들어갔다. 무엇이 어떻기에, 하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말하기를 평소에도 엿보이지 않는데다 바람같은 것에 뒤집힐 걱정이 없어서 편리하다고 한다.

점원에게는 따님이 귀여우면 큰일이네요, 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귀여운 딸을 가진 아버지가 신경 써서 여성스럽지 않은 옷을 입히려는 것으로 생각된 모양이다. 옷의 취향도 그렇지만, 어린아이 치고는 편향된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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