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2화 (72/450)

3년 12화

아부

그런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녀가 색이나 무늬가 다른 옷을 재촉해서 가지러 다녀오는 동안 핫팬츠풍의 것을 입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주었다. 살 물건을 고르는 것은 딸이지만 사는지 아닌지는 부모가 정한다. 그런 부모의 기분도 취해두자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녀도 입기만 하는 것은 상관없다며 시착실의 커텐을 닫았다. 도와준다면, 하고 점원에게 셔츠나 겉옷, 구두 등 어울릴만한 것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고객이 세트로 한 번에 구매한다면 저쪽으로서도 득이 되는 이야기겠지. 흔쾌히 받아들여주었다.

옷가게에 오는 일 자체가 적었지만 시착실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경험도 드물다. 그녀와 함께 살게되면서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어색했다. 좌우에 있는 시착실도 사용중으로, 딸을 봐주는 아이 엄마들이 여기저기에 보였다. 부친은 책방이나 찻집같은 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일까. 비둘기 무리 안에 까마귀가 한 마리 섞여있는 것만 같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수 십초정도 지나 시착실이 열렸을 때 점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서 손님에게 붙잡힌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가, 하고 물어보기에 마구 칭찬해주었다. 실제로도 그녀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허리 주변은 가늘면서 살포시 펼쳐지는 실루엣이 무척 사랑스럽다. 부분마다 장식된 레이스도 소녀스러워, 벨트 대신 메어있는 옷감이 커다란 리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기만 했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아저씨가 여자아이의 감성을 알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테고 나도 반론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귀엽고, 점원에게 어울리는 옷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으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벗으려고 하면 한 순간이다.

처음에는 시착실에 들어간 것 만으로도 흥분했었다. 전후좌우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니, 꾸미는 것에 열심인 그녀에게는 무척 훌륭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방에도 거울을 세 개 두겠다고 말하기에 둘 장소는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지진이 일어나도 넘어지지 않고 방해되지 않는 장소다. 몇 가지 대화를 나눈 결과 옷장에 붙어있는 거울로 만족하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파릇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착실 정도로는 기뻐하지 않는다. 한가해 보였기에 한 바퀴를 빙글 돌아보지 않겠냐고 말해보았다. 진심으로 보고싶다기 보다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조금 꺼려하는 것 같았지만 귀엽게, 라거나 모델처럼, 이라고 주문을 붙이니 해주었다. 특히 모델이라는 말이 먹힌 모양이다. 열심히 생각해낸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난 모델에도 그라비아에도 흥미가 없고, 억지로 자세를 취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만화의 캐릭터같은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하늘하늘 움직이면 돋우는 것이 있다. 아이가 열심히 하는 모습도 그렇고, 아마추어가 흉내를 내는 것 같은 귀여움이 있다.

전철에서의 일이 생각나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딱히 곤란한 상황은 아니었다. 딸을 갈아입히고 즐기는 팔불출 정도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옆에 있던 아이 엄마같은 여성에게는 흰 눈으로 보여지고 말았지만. 하지만 들뜨고 싶어질 정도로 그녀는 귀엽다.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꺼낸 시점에서 점원이 다가왔다. 생글생글하고 웃는 얼굴 그대로 점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못을 박히고 말았다. 특히 시착실 앞에서는 도촬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한다면 당연하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담아두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잘 생각해보니 여태까지 그녀의 사진을 찍은 기억은 없었다.

점원이 준비한 옷을 입혀보자 역시 무척 잘 어울렸다. 팔뚝이나 허벅지에 살이 조금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도 성장기다. 지금 시점에서 다소 살이 붙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내가 유난히 의욕적이었던 탓인지 점원도 빈틈없이 보충을 해주었다. 슬프지만 그런 점원의 말 덕분에 그녀도 내키는 마음이 되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아부에 약하다. 점원이 칭찬하면 금새 그럴 마음이 든다. 결국 스커트형과 핫팬츠형을 둘 다 사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그녀도 점원에게도 좋은 결과가 되었다. 퀼로트의 주름진 옷자락을 보며 생각했지만, 그녀에게 부디 드로워즈를 입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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