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3화 (73/450)

3년 13화

중화요리점

도시라는 곳은 굉장한 장소로, 조금 찾아보니 드로워즈를 취급하는 가게를 몇 건이나 발견할 수 있었다. 면 팬티도 그렇고 오늘은 속옷에 인연이 있는 날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내에서 여아의 속옷에 이런저런 참견을 하면 딱 의심받기 좋다. 상의나 스커트라면 아직 괜찮지만 속옷은 팔불출을 넘어섰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점내에서 드로워즈를 손에 들고 구매한다. 그런 수순을 기대했지만, 그녀에게는 깔끔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돈을 내는 것은 나고, 그녀는 아무런 대가 없이 옷을 살 수 있다. 손해가 없는 이야기니까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퀼로트 다음은 드로워즈, 입을 옷은 스스로 고를 것이니 참견하지 마라, 라는 식으로 혼이 나고 말았다. 기분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하게 부탁을 들어주는 것은 별도인 모양이다. 그녀의 방을 이용할 권리를 연장한다거나, 조리기구를 사주겠다고도 말해보았지만 아주 쌀쌀맞게 거절당했다. 그런 것이 갖고 싶으면 손이든 입으로든 하겠다, 라고. 성장한 것인지, 고집이 센 것인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질질 끌리는 동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거나 토산물이 갖고 싶다고 하기에 나도 모르게 전부 사주고 말았다. 말싸움으로 여자를 이기는 것은 어렵다. 자기도 모르는 동안에 유도되어 비위를 맞추고 있다. 아이라도 여자다.

고민한 끝에 패션쇼를 해보자고 말해보았다. 모델같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반응을 보일거라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니 난 그녀의 사진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입학식에 유난히 찍어댄 이래다. 물적 증거를 남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무서웠다.

생각보다 훨씬 그녀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내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당일의 카메라맨은 내가 하기로 하고, 피사체가 되는 그녀도 다양한 옷을 사야만 한다. 그것도 가능한한 다른 종류의 옷을 입어보는 편이 보기가 좋다.

그리고부터는 모델이라는 말이 재미있을 정도로 걸려서, 무엇을 입히려고 해도 모델이니까 도전해본다, 라는 말을 하면 망설이면서도 산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입지 않겠지만 사진을 찍는다면 하나 쯤은 가지고 있어도 좋다. 평소에 입지 않는 것들에도 손을 뻗게 되었다.

역에서 이십 분정도 걸어가면 고스로리나 코스프레 같은 옷들을 파는 가게도 있다. 그녀를 치켜세우면서 데려가서는 그 곳에서도 몇 벌정도 옷을 샀다. 메이드복 하나를 봐도 정통파와 요즘 같은 것을 두 벌, 강아지귀나 고양이귀, 요리사복에 브루마 등등. 아저씨 취향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그녀도 마비되기 시작했는지 싫다고는 하지 않았다.

오타쿠스러운 가게에서는 그녀와 친해보이는 나라도 딱히 흰 눈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그녀가 어려보이는 성인 여성으로 보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아마도 치우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일일히 신경 쓰면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겠지.

나도 브루마에 고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들어오면 사버리고 만다. 그녀의 연령에는 이미 한참전에 브루마가 폐지되어 있어서 남녀 모두 반바지를 입게 되었다. 그건 그것대로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브루마는 비일상적인 요염함이 있는 것이다.

슬슬 양손으로 들 수 있는 짐의 양을 넘었기 때문에 그녀가 고른 물건 외에는 택배로 보내버렸다. 사실 전부 한꺼번에 보내고 싶었지만 직접 고른 물건은 바로 가져가고 싶다고 그녀가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다음 주의 학교가 시작되었다.

지치기 시작했기에 술이 나오는 가게로 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번화가의 세련된 가게를 고를 기력도 없어서 흐르는 것처럼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동안 집 주변까지 도착했다. 둘 다 배는 고팠기 때문에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기분이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반대할만한 구석진 중화요리점이라는 분위기의 가게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지만, 맛이 없지는 않다. 야끼소바조차도 양념을 흡수해 늘어져버린 면이 어쩐지 묘하게 그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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