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14화
드로워즈
찾으면 있다는 것도 굉장한 세상이 되었지만, 앞부분이 열리는 드로워즈라는 것이 판매되고 있었다. 원래는 천을 롤 모양으로 해서 하반신에 고정하는 것을 드로워즈라고 불렀다. 속옷을 입지 않은 스커트의 안을 가리기 위한 것으로, 본격적으로 숨길 필요도 없고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편리했다고 한다. 그게 언제부터인지 반바지와 비슷한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지만, 요즘에도 앞이 열리는 드로워즈가 존재했다. 요컨대, 플레이용이다.
게다가 드로워즈가 비교적 사이즈가 자유로운 속옷이기는 하지만 여아가 입어도 흘러내리지 않는 크기였다. 체형이 작을수록 드로워즈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몸이 작은 성인 여성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것이겠지. 인터넷에서 시험 삼아 검색해보던 차에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단지, 산 것은 좋지만 그녀에게 입힐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옷도 속옷도 당연히 그녀의 방에 있었고, 난 그곳에 들어갈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이 드로워즈를 섞어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그녀는 아직 드로워즈를 입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세탁물에 넣어둘 수도 없었다.
예의 패션쇼를 하게될 때 혼잡한 틈을 타서 입힌다. 결국 그 방법 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녀가 평범한 드로워즈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연히 같이 산 플레어 스커트 같은 것과 함께 입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앞이 열려있건 아니건 별반 차이는 없어진다.
애초에 난 그녀의 하반신에는 손을 대지 않았고, 그녀가 자발적으로 하는 봉사 이외에 성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다. 직접 손을 대면 그저 권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생각하고, 바라서 행위를 하는 것. 그런 룰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앞이 열린 드로워즈를 입은 그녀도 보고 싶다.
스커트를 입으면 그 안에 숨겨진 속옷이 선정적으로 느껴진다. 치라리즘이라는 것이다. 앞이 열린 드로워즈도 같은 맥락이다. 속옷이면서도 그 안에 숨겨진 여성기를 엿볼 수 있다. 그런 보일 것 같으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좋다.
고민하다가 정리하는 것을 잊어버렸는지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기 위해 내 방에 들어왔을 때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의자에 앉은 내게 기대면서 혀를 얽히는 키스를 한다. 숨을 거칠게 쉬는 그녀의 코 앞에 손가락을 흔들자 뻐끔 하고 입을 열고는 핥기 시작한다. 비어있는 오른손으로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더니 갑자기 그녀의 혀가 멈췄다.
무슨 일인지 생각하고 있던 도중 그녀가 일어서서는 드로워즈를 손에 들었다. 자기 속옷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설마, 멋대로 방에 들어왔나. 그녀의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자 당황해서는 내 물건이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그 대답은 오히려 함정이었다. 왜 내가 스스로 입지도 않을 드로워즈를 가지고 있는가. 어중간한 대답은 일체 거절하겠다는 자세인 그녀를 앞에 두고서는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드로워즈에 조금 다른 부분은 없는지 물어보자 빙글빙글 돌리며 바라보고 있다.
가게에서 본 이후로 처음 보기 때문이겠지. 그녀는 잘 모르는 것 같았기에, 실은 다른 것과는 다르게 앞이 열려있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해도 잘 모르겠는 모양이라, 그것을 입은 네가 보고 싶었다, 라고 고백했다. 그제야 겨우 이해했는지 그녀는 내 배를 때리고는 나가버리고 말았다. 드로워즈를 가지고. 요즘 그녀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내 배를 때린다.
들킨데다가 가져가버리고 말았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화를 낼 뿐이다. 싼 것은 아니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다. 키스를 하는 느낌으로 봐서 오늘 그녀는 나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다. 지금부터 가도 괜찮을까.
여자라는 것은 정말로 어렵지만, 이럴 때 기분을 풀어주지 않으면 화를 낼 때도 있다. 반대로 풀어주러 가면 화를 낼 때도 있다. 때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망설이고 있으면 타이밍을 놓친다. 곧바로 옷을 벗고 욕실로 향하자 한바탕 불평을 늘어놓은 뒤 어서 몸을 씻기라는 분부를 받았다. 아가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