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6화 (76/450)

3년 16화

씻다

물이 있기 때문인지 배와 등이 맞닿아 있음에도 서로 다른 몸이라는 것이 잘 느껴졌다. 그녀의 몸으로 손을 돌리자 마침 오른손이 왼쪽, 왼손이 오른쪽 가슴에 닿았다. 그녀가 두 세번 고개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손으로 그녀의 작은 가슴을 주무른다.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피부와 흉골 사이의 살집이 느껴지는 정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다.

꼭 끌어안아보자 양손이 겨드랑이까지 지나가버린다. 너무 힘을 넣지 않도록 조절하며 그녀의 유두를 엄지와 검지, 중지로 만져본다. 손가락의 배로 누르고는 떼기를 반복하니 감촉이 무척 재미있다. 유선이라는 것일까. 그 부분만은 손가락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리고 뒤로 넘어진다. 욕조의 벽이 있기 때문에 가로누울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각선이 되기 때문에 그녀의 체중이 실린다. 잘못하면 그녀의 머리가 목욕물 안에 빠지고 말 것 같아서 그것만은 주의를 기울였다. 그런 냉정함만은 있었다.

고간은 그녀에게 짓눌려서 답답한 느낌이었다. 엉덩이의 감촉은 나쁘지 않지만 피가 모인 물건이 압박당하는 것은 괴롭다. 그녀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고간 사이로 위치를 바꾸었다. 만화같은 것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확실히 그녀에게서 남성의 물건이 자란 것 처럼 보인다.

과연 너무 제멋대로 해버렸는지 그녀가 계속 일어서려고 한다. 사과를 하고 풀어줄 타이밍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팔을 풀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머리에서 턱을 떼고 그녀의 볼이나 목줄기에 입술을 맞춘다. 베어물듯이, 빨아들이듯이 몇 번이고 혀 끝으로 피부를 맛본다.

기분이 산만해져 구속이 느슨해진 탓인지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기에 입술을 맞춘다. 평소에는 그녀로부터, 오늘은 내가. 쭉 혀를 내밀고 그녀의 뺨과 혀를 안쪽에서부터 맛본다. 키스를 하고는 멀어지고, 다시 키스를 한다.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도, 그 때마다 비슷한 쾌감이 느껴졌다.

오른손을 그녀의 고간에 가져가자 생각대로 그녀도 젖어있었다. 욕조 안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끈적한 액체가 달라붙는다. 쾌감을 느끼고 말고가 아니다. 어른도 아이도 자극이 있으면 삽입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분비되는 것이다.

망설였다.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면서 처음이었다. 내 준비는 한참 전부터 되어있었고, 그녀도 할 수 없지는 않다. 마음은 어떤지 말해보자면, 그런 것이 있을리가 없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강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모든 것을 강제하는 생활인 것이다. 이제 와서라고 말해도 좋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된다. 언제 집을 나갈지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처음을 바치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아도 된다. 그녀가 내게 애정 따위를 안고 있을리가 없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그 대가로는 안되는 것일까.

몇 초가 지났을까, 혹은 몇 분인가.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는,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녀로부터 입술을 포개왔다. 용서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해주고, 사랑해준다. 그렇게 해방된 시점에서, 만족해버렸다. 내 물건이 줄어들며 한 번 사정이라도 한 것처럼 평안한 기분이 되었다.

욕조에서 나오고는 다시 한 번 대충 샤워를 했다. 카우퍼액이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 모두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았기에 재빨리 몸을 닦고 탈의실을 나왔다. 아주 약간의 온도차밖에 없는데도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나란히 서서 이를 닦고, 잘 자라고 인사한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그녀가 따라왔다. 학교에 낼 제출물이라도 있는지, 묻고싶은 것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같이 자고 싶다, 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조금 전까지의 행위도 애정 정도의 것으로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참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냥하게 용서해준 그녀를 거부할 수는 없어서 방으로 들였다. 생각해보면, 그녀와 같은 이불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