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7화 (77/450)

3년 17화

수영장

대가를 받았으므로 수영장에서 수영 연습을 도와주는 정도는 해주기로 했다. 시립 수영장에는 어른용과 어린이용, 유수 풀이 있다. 이번 목표는 어린이용 풀에서 수영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비트판 대신 손을 잡고 다리를 휘젓는 연습 정도일까.

입구에서 잠시 헤어지고 탈의실을 나온 곳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샤워기의 앞에 서서 차가운 물방울을 머리에서부터 받으니 말 그대로 수영장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애초에 수영장에 오는 것 자체가 몇 년만일까. 중학생 때가 가장 마지막이었으니 십 사오년 전이다. 돌이켜보니 꽤나 멀리까지 왔다.

입장하면 곧바로 매점이 있어 파라솔 아래에 싸구려 플라스틱 판과 의자가 늘어서있다. 닭꼬치나 아끼소바, 쥬스에 맥주 등 마치 바다의 집같은 품목들이다. 어느 쪽이든 여름의 더위와 물가이니 추구하는 것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닭꼬치라도 집어먹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분명 즐거울 것이다.

한눈을 팔면서 걸었더니 그녀가 팔을 잡아당긴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유수 풀이었다. 수영 연습을 하러 왔을 터인데 그녀는 완전히 놀 생각이 가득해보였다. 연습은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 처음에는 몸부터 익숙하게 한다는 모양이다. 변명은 달변이었지만 나도 곤란하지는 않다.

그녀에게 유수 풀은 처음이었다. 친구에게 이름만은 들은 적이 있어 기대를 부풀렸다고 한다. 여름이기는 하지만 시기가 조금 이르기에 사람은 드물게 보이는 정도밖에 없었다. 조금 배가 나와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 어서 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여기까지 와서 겁을 내고 있었다. 물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꼭 농담만은 아닌 모양이다.

흐름에 거스르듯 가만히 서있다보니 튜브를 타고 떠다니는 아이들이 민폐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어른은 나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쓴웃음을 짓는 정도였다.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거라고 설득을 하자 몇 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마음을 먹었다.

흠칫거리며 가장자리에 허리를 걸치고 떨어지는 것처럼 물에 잠긴다. 말 그대로 온 몸이 잠기고 있었다. 마치 마술같았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키로는 유수 풀은 너무 깊다. 무섭지 않을거라고 경솔하게 말한 다음 순간 곧바로 무서운 일을 겪은 것이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에게는 풀의 수압도 우습게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양손으로 내 다리를 붙잡는 힘에서 필사적임이 전해졌다. 황급히 그녀를 끌어올리자 온 몸으로 목덜미를 붙잡고는 양 다리까지 사용해서 달라붙었다. 죽을 둥 살 둥이었다.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무심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잘 만들어진 콩트같았다. 그녀가 눈치채기 전에 풀에서 기어나온다. 튜브를 빌리면 계속 떠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한 다음 매점으로 향했다.

과연 그녀를 안고 물가를 걷는 것은 위험하고 안전요원에게 혼이 날 것이다. 이제 괜찮다, 내려와도 괜찮다, 하고 설득하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매점에는 고리가 큰 것부터 작은 것, 뗏목 같은 것까지 많은 종류가 비치되어 있다.

그녀가 가능한한 커다란 것을 선택하려고 했기에 체형에 맞는 것으로 다시 골라주었다. 커다란 편이 안심감은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는 몸에 맞지 않으면 위험하다. 몸이 작고 가벼우면 무게가 적기 때문에 곧 뒤집히고 만다.

신묘한 표정으로 유수 풀을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제 수영 연습을 하기는 무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녀에게는 물이 원수처럼 느껴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노는 것 말고는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닭처럼 작은 그녀이니 세 걸음 걸으면 잊어버리는 것일까.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이 병아리 같았다.

사용해보니 튜브의 성능은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붙잡고 있는 것 만으로 빙글빙글 움직이며 흘러가고,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 여름의 더위 속에서 반신을 물에 담그고 편안하게 보낸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앞을 말처럼 끌고있자니 어쩐지 허무하다. 시원하기는 하지만, 그늘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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