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은 어제, 내일은 오늘-78화 (78/450)

3년 18화

수영

오전동안 유수 풀에서 지낸 뒤 점심 식사를 했다. 그늘에 냉방까지 켜져있는 구내로 들어가니 다시 햇볕 아래로 나가기가 싫어진다. 물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아이와 목적이 없으면 불안한 어른의 차이일까. 그녀는 아직 체력도 남아있는 모양이라 꾸물댈 틈도 없었다.

그럼 이제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해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수영 연습을 하러 왔다는 것은 완전히 잊고 유수 풀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머리 위에서 삐익 삑 하고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며 뛰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 혼나는 본인보다도 보호자인 내가 더 잘못한 기분이 든다.

워워 하고 달래면서 잡아 끌고 수영 연습을 하러 가자고 말해본다. 그녀를 헤엄치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도 수영을 잘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러 연습을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인데 소홀히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녀 말에 따르면, 이렇게 물에 잠겨있는 것 만으로도 연습이 되기 때문에 분명 헤엄칠 수 있게 된다. 튜브를 타고 헤엄 칠 수 있으니 없어도 금방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나와 동년대가 말하는 것이면 억지라는걸 알 수 있겠지만 농담인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그녀도 유수 풀에 질리기 시작해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이용 풀이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나도 어렸을 때 이용한 적이 있을 터인데도 전혀 기억이 없다. 넘어진다고 해도 빠지기가 어렵다. 그녀조차도 가슴 높이까지 밖에는 물이 닿지 않는다.

그녀의 손을 잡고 물장구를 하도록 시켜본다. 그러자 물에 얼굴을 가져가는 것이 무섭다고 주저한다. 만화나 소설에서 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대답이다. 그러나 무서운지 아닌지와 하는지 안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부엌칼을 쥐는 것이 두렵지 않은 인간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두려워하고만 있으면 요리도 할 수 없다.

헤엄치고 싶으면 무섭더라도 해야만 하고, 헤엄치지 못해도 상관없다면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내 어머니는 대홍수가 일어나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수영을 연습하라는 말을 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홍수가 일어나거나 하지 않는다면 헤엄을 치지 못해서 죽을 일은 없다.

무슨 말을 하건 간에 쉽사리 마음을 먹기는 어렵다. 오 분 정도는 경직된 채로 서있었다. 기다리는 것은 전혀 상관없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모처럼 수영장에 왔으니 유수 풀로 돌아가는 편이 즐거울 것이다.

손을 잡고 나가자는 말을 했다. 화를 낼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당황한듯 금방 하겠다는 말을 꺼낸다. 한 번 마음먹고 해본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녀보다 작은 아이들도 헤엄을 치며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물에 대한 저항감도 사라지기 시작해 물장구를 치는 그녀의 손을 끌어주었다. 숨이 괴로워져도 다리가 닿는다. 한 시간 정도 지나 호흡법만 익히면 최소한이라는 부분까지 왔다. 호흡에 요령 같은 것은 없다. 물을 마시더라도 숨을 쉬려면 참을 수밖에 없다. 초심자가 알려줄 수 있는건 더는 없다.

세 시 정도에 일단 휴식을 취하자 과연 그녀도 체력이 다한 모양이다. 아이는 척 보면 건강해 보이지만 그만큼 지치기도 쉽다. 아무리 그래도 일곱 살 아이보다는 서른이 가까운 내 쪽이 체력은 있는 듯 하다. 아직 돌아가기 싫다고는 하지만 척 봐도 피곤해 보였다.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을 체력은 있는 것일까. 불안했지만 짐은 전부 로커 안에 있다. 밖에서 기다리자 생각보다 멀쩡한 걸음걸이로 나온다. 그래도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니 졸음이 쏟아지는 모양이다. 정류장에서 집까지는 등에 업고 가게 되었다.

업은 순간은 시원했지만 몇 걸음 걸어가자 더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직 저녁이라고 하기에는 일러서 해가 높았다. 의식이 몽롱한 사람은 평소보다 무겁다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 무겁다고 말하면 또 혼날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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